인터뷰 -『아침의 나라』 출간한 재야사학자 문정조 작가

고양에 거주하는 재야사학자 문정조 작가가 신간 『아침의 나라』를 출간했다. 한반도, 그 중에서도 오천년 가와지볍씨가 발견된 고양땅에 살았던 선조들이 인류문명의 발상지로 일컬어지는 수메르문명을 일으킨 원류라는 파격적인 추론을 담은 책이다. 문정조 작가가 고양땅의 시원과 수메르의 고대 역사를 연결하는 거대한 연구를 책으로 엮어낸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13년 발간한 『일산 아라리』, 2014년 펴낸 『수메르·한반도』에서 전개한 논지들을 더욱 심화시켜 3부작의 완결본으로 낸 책이 바로 『아침의 나라』인 것. 연구실을 겸하고 있는 강선마을의 자택으로 찾아가 문정조 작가를 만나보았다.
본인 소개를 해달라.
수의학을 전공한 후 국립보건연구원에서 신약개발을 했다. 이후 독일의 거대 제약회사에 입사하면서 독일 생활을 시작했다. 그곳에서 취미로 고대사, 그 중에서도 유럽의 상고사 공부를 했다. 그때 유럽문화의 시원인 수메르 문명을 집중 연구했다. 독일의 상고사를 소재로 한 첫 저서인 『독일』을 출간한 게 1984년의 일이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고양문화원 이사, 고양시 체육회 자문위원 등을 지내며 독자적인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고양땅의 상고사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일산신도시 개발 지표조사 중 재배볍씨와 뗀석기 유물들이 출토됐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걸 기반으로 수메르문명과 동시대에 고양에 살았던 원주민들에 대한 궁금증의 실마리를 풀어보고자 했다. 이와 관련해 고양시 역사와 관련된 논문 10여 편을 고양문화원이 발간하는 ‘행주얼’지를 통해 발표하기도 했다.
고양땅에 정착한 선인은 어디에서 왔다고 생각하나.
바이칼호 인근의 시르카 동굴에서 두개골과 벽화가 출토됐는데, 생김새가 한국인과 일치한다. 또한 환단고기는 유물발굴 이전에 쓰였는데 환단고기의 기록과 바이칼 주변의 유물들이 일치한다. 우리 땅 선인의 시원이 바이칼호에서 시작된 환국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환국 말기에 한랭기가 찾아오며 12지파가 추위를 피해 이동을 하는데 그 중 남동쪽으로 이동한 이들이 백두산 인근에서 배달족을 이루고, 이후 남쪽으로 이동해 고양땅에 정착한 것으로 본다.
고양땅과 수메르는 어떻게 연결되나.
인류 최초의 문명 수메르가 한반도 고양땅에서 정착했던 옛 조상들에 의해 탄생했다고 생각한다. 고양땅에 정착한 배달민족의 후예인 선인들이 고양 가와지 농민들 중 추위를 피해 서쪽으로 이동해 BC 2000~2500년 경 수메르 지역에 정착했다고 본다. 이들이 수메르 문명을 발전시켰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주장의 근거가 궁금하다.
네 가지 핵심적인 근거를 제시했다. 우선 수메르와 고양의 유물에서 발견되는 즐문토기 형태가 유사하다. 다음으로 수메르 점토판에 적힌 농사법이 바로 고양벌의 관개농법과 일치한다. 검은머리와 참기름과 마늘을 먹는 음식문화, 순장문화, 씨름 등의 유사한 생활상이 많이 발견된다는 점도 추론의 근거 중 하나다. 마지막으로 수메르어와 한국어는 언어체계가 같은 교착어에 속한다는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
영감을 준 책들이 있다면.
강단사학자들이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상고사와 관련한 사료는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제왕운기 정도에 머문다. 하지만 상고사에 대한 상상의 공간을 확장해주는 저서로 재야사학자들이 주목하는 ‘환단고기’가 있다. 나 역시 환단고기에 기록된 사료들을 인정하자는 입장이다. 책의 핵심인 2부의 환국-배달-고양벌을 논증하는 대목에서 한민족의 시원인 환국에 대한 부분은 환단고기를, 한민족의 처음 나라를 세운 배달족을 설명하는 부분은 중국 산둥성에서 발견된 ‘무씨사화상석’에 등장하는 환웅이동도를 논증의 근거로 삼았다. 다음으로 고양벌의 선민들이 한민족 유민들이라는 추론의 근거는 사마천 사기 열전의 고조선 멸망사 기록을 참조했다.

강단 사학자가 보면 과도한 상상이라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럴 수 있다. 하지만 확실한 고증이 가능한 고고학적 유물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서 스스로의 상상력을 위축시킬 필요가 있을까. 그래서 고고학적 전문성의 시비를 피해가며 개연성 있는 상상을 전개하기 위해서 책의 여러 군데에서 서사시라는 형식으로 생각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 부분에 대한 명쾌한 근거들을 언젠가는 후학들이 찾아줬으면 한다.
앞으로의 바람은.
가깝게는 내 책을 통해 우리 땅의 상고사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나와주길 바란다. 넓게는 동북아시아의 한국어를 중심으로 하는 대한반도 문화권이 고양땅을 중심으로 융성하는 꿈을 꾼다. 이러한 마음을 책 속에 등장하는 ‘한민족 불멸의 배달 해오름’이라는 서사시에 담아보기도 했다. 고양땅이 광의의 한민족 문명권의 수도가 되어 천년을 잇는 문화의 꽃을 피우는 상상을 하면 가슴이 벅차오르지 않는가.

한반도를 수메르 문명의 원류로 지목한 한 지식인의 역사추적
『아침의 나라』 문정조 지음 / 북랩 / 12800원
문의 : 010-4818-7809(저자 문정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