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와 나의 삶 - 3세대 삼송·원흥 입주민


덕양구 삼송원흥신도시, 6년간 약 7만명 인구 유입
“도시의 질적 성장 도모위해 지역공동체 참여해야”
검증된 고교 없는 신도시, 좋은 학군 기대 힘들어

[고양신문] 삼송·원흥신도시 입주민들의 좌담회에는 서울과 부천에서 이사 온 이들이 참석했다. 서울 논현동에서 4년 전 이사 온 홍선의(48세, 중부대 교수)씨는 지하철 3호선 역세권인 삼송 스타필드 인근 단지에 살고 있다. 신도시 분양 초기에 입주한 송채빈(40세)씨는 지역 온라인 맘카페인 ‘삼원지맘’를 만든 운영자다. 그는 서울 강서구에 살다 5년 전 이른바 북삼송이라 불리는 신원마을에 터를 잡았다(신도시 입주민들은 편의상 3호선 라인 인근을 남삼송, 신원마을 단지를 북삼송이라 부르고 있다). 원흥 도래울마을에 살고 있는 조은희(46세)씨는 경기도 부천에 살다 3년 전 이곳으로 이사했다. 조씨는 도래울마을 학교연합봉사단 대표 등을 맡고 있으며 3~4개의 지역공동체 모임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 왼쪽부터 송채빈(40세), 홍선의(48세), 조은희(46세)

(이하  송채빈=송, 홍선의=홍, 조은희=조)

 

Q 삼송원흥신도시가 인구 6만명을 넘겼다. 입주 당시 어떤 기대감을 안고 이곳에 오게 됐나.
송 = 이사할 때 이곳으로 오기 위한 치밀한 계획은 없었다. 단지 서울의 비좁고, 복잡하고, 녹지가 없는 환경이 싫어서 외곽으로 나오고 싶었다. 아이들 3명을 키우다 보니 환경적인 문제를 고민했다. 워낙 충동적인 선택이었기 때문에 지역에 대한 큰 기대감은 없었다. 
홍 = 거주지 선택을 아내에게 맡겼었다. 4년 전 아파트 단지 주변을 보고 시베리아벌판처럼 황량하다고 생각했다. 기대감이 별로 없었다. 금방 다른 곳으로의 이사를 고려해야 할 만큼 첫인상이 좋지 않았다.

Q 입주 이후 지금까지의 생활은 어떤가.
홍 = 지금은 훨씬 나아진 편이다. 기반시설들이 들어오고 있고 특히 서울에 비해 공간이 넓어 자녀와 자전거를 타는 등 자연환경을 누리게 됐다. 계절의 변화를 확실히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저녁엔 친구들 만나느라 바빴는데, 이곳에 오고 나서부터는 개인시간이 많이 늘어서 좋다.
조 = 도래울마을은 대중교통이 불편해 이사 후 운전면허를 따게 됐다. 마을버스 노선 상황이 나아지긴 했지만 지금도 멀리 나가기엔 불편하다.
송 = 기반시설이 아직까지 부족해 화정까지 나가야 뭐든 누릴 수 있다. 환경적인 부분은 만족한다. 우리집은 가족 수만큼의 자전거(5대)가 있는데 예전 살던 곳에서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외부환경뿐 아니라 아파트 단지 내 환경도 좋다. 아파트에서도 충분히 산책과 자전거 타기를 즐길 수 있다. 새 아파트의 장점이다. 단지의 보안, 조경, 편의시설에 만족한다.
 
Q 신도시 개발 초기단계인 이곳이 어떻게 변화, 발전했으면 좋겠는가.
송 = 당장 취약한 부분이 교통, 치안, 교육여건 등이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환경이다.
홍 = 기반시설이 취약하다고 말씀하시지만 내 생각엔 굉장히 빨리 기반시설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본다. 도시계획 자체로 보면 나쁘지 않은 신도시인 것 같다. 입주민들이 자녀 교육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냉정히 말해 이곳 학군이 갑자기 좋아지는 일은 크게 없을 듯하다. 대신 도시발전에 대한 얘기를 하기 전에 이런 질문이 필요할 것 같다. ‘우리들 스스로가 고양시민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는가?’란 질문.
 
Q 입주민의 지역에 대한 소속감과 도시발전의 상관관계가 크다고 보는지.
홍 = 주민들이 지역에 대한 소속감과 애착이 있다면 그 지역은 발전 가능성이 있는 것이고, 반대로 스쳐지나가는 사람들만 사는 지역은 큰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다. 이곳 신도시는 아직까지는 입주민들이 지역에 대한 애정을 크게 갖지 못하는 것 같다. 대부분 서울 이주민들이다보니 생활반경이 고양보단 서울과 밀접하다. 지하철 타면 광화문까지 20분이면 간다. 이러다 보니 서울사람도 아니고 고양시민도 아닌 ‘경계인’이 돼버렸다. 아직 ‘난 서울사람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지역에 대한 소속감이 없는 사람들은 이곳이 불편해지면 이곳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려는 생각보단 ‘그냥 떠나고 말자’라고 생각한다. 지역에 대한 소속감이 지역 내부의 질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송 = 내 주변의 80% 정도는 고양시에 대한 소속감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조 = 거주지를 중심으로 3~4개의 지역단체에 가입해 활동하면서 신도시를 입주민들이 바꿔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런 단체 내에서 활동하는 사람들과 친하기 때문에 내 주변엔 지역에 애정이 가득한 사람들이 많다.
 
Q 지역 공동체를 중심으로 사람 사는 도시를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홍 = 삼송원흥신도시의 외향적 발전(건축·토목)은 2~3년은 더 진행돼야 한다. 문제는 도시 내면의 발전이 얼마나 이뤄지냐는 거다. 주민들이 원하는 콘텐츠가 신도시에서 만들어질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콘텐츠란 도서관 등의 교육관련 기반시설을 통한 주민네트워크일 수도 있고 취미동호회, 체육시설, 공공시설 등 모든 것들이 포함된다. 평범한 다수의 주민들이 적극성을 보인다면 도시의 질적 성장이 가능하다. 도시가 성장·발전한 사례는 다양하다. 대표적인 예가 강남인데 강남은 ‘부동산가치’를 토대로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사례다. 반면 마포구 성산동은 도시의 질적 발전으로 인해 지역 공동체 형성이 잘 된 곳이다. 지역마다 약간의 특색이 있다. 삼송원흥도 자기만의 색깔로 변모해 갈 것이다.
  
Q 지역에 대한 소속감과 애정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송 = 이곳이 역사가 깊은 동네인 줄 몰랐다. 대를 이어 살아온 원주민들 이야기를 듣고 지역에 대한 애정이 참 강하구나라고 느꼈다. 적어도 우리 자녀들은 이곳을 고향이라 여기고 자라줬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 지역 역사 프로그램 등이 활발하게 진행됐으면 한다. 지역의 역사유적을 탐방하고 공부하면 자연스레 지역에 대한 애착이 생겨날 것 같다.
   
Q 아파트값 변화에 대한 현재 만족도는.
송 = 5년 전 입주했다. 아주 초기의 입주세대다. 4~5년 전에는 분양가가 꽤 높았고, 2~3년 전에는 가격이 확 떨어졌다. 2~3년 전 입주한 분들이 가장 큰 이익을 본 사람들이다. 초기 분양받은 사람들은 그에 비하면 크게 이익을 얻지 못했다.
홍 = 나의 경우엔 이곳에 전세로 들어왔다가 최근에야 집을 샀다. 집값이 가장 올랐을 때 사서 집값으로 재미를 보진 못했다. 현재 30평대가 6억원 정도다. 초기에 비해 엄청 올랐다. 같은 평형대라면 은평구와 1억원 정도의 차이가 있었는데, 현재는 그 차이가 많이 줄었다.
 
Q 자녀 교육과 지역을 선택하는 문제는 뗄래야 뗄 수 없는 문제다.
조 = 삼송원흥신도시는 대부분 초등하생 이하의 자녀를 둔 가정이 많다. 그 다음으로 어르신 세대가 주를 이룬다.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는 많지 않다. 이유는 고등학교 진학문제 때문이다. 검증받지 못한 신설고교에 입학시키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교진학을 신도시에서 한다는 것은 큰 모험심이 필요하다. 그런 예가 우리 가족이다. 현재 단지 옆 신설고교에 아이가 다니고 있다. 부모와 자녀의 선택 문제다.
송 = 이곳은 초등학생들을 키우기에는 너무 좋은 환경이다. 아이들이 어려서 그런지 아직 진학문제를 고민해보진 않았다. 적어도 중학교까진 이곳에서 살아도 좋을 것 같다. 아이들이 여기서 어린 시절을 보내는 것이 서울에서보단 훨씬 풍요로운 생활을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아이 진학문제도 해결되고 별일 없다면 여기서 쭉 할머니 될 때까지 살고 싶다.
홍 = 이사 고민이 있다. 지금 아이가 중학교 1학년이라 고교진학 문제를 앞두고 있다. 특목고 진학이라면 기숙사생활이라 우리가 이사를 안 가도 되겠지만, 일반고 진학이라면 다시 논현동으로 갈 생각도 있다.
 
Q 지역 공동체에 참여하고 있다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조 = 주로 학교를 통해서다. 학부모회, 운영위원회, 학부모봉사단, 학부모폴리스 등의 활동을 통해 사람들과 교류하고 지역 일에 관심을 갖게 됐다. 지역 모임에 대한 만족도는 꽤 높다. 성취감 때문이다. 우리 활동으로 지역이 조금씩 변화한다고 느낀다. 대신 아빠들은 조기축구를 빼곤 딱히 지역 모임은 없는 것 같다. 남자들은 주로 운동으로 뭉치는데 문화체육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송 = 여성들의 오프라인모임은 육아·교육관련 모임이 전부다. 아이들을 위한 모임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해보고 싶은 욕구도 당연히 있다.
 
Q (삼송원흥신도시를 중심으로)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만족도는.
<모두 70점이라고 답함.>
홍 = 가족이 아닌 개인에게 국한시킨다면 난 90점을 주고 싶다. 반면 자녀를 생각하면 70점도 후하다. 자녀가 없는 가정, 은퇴한 어르신들이 살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도시지만 교육도시로서는 부족한 면이 있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