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식 이름 덕명교비 덕수자씨교비

고양시는 전국에서 가장 비석이 많은 고장일 것이다. 왕릉이 많아서 그런 탓도 있겠지만, 워낙 한양과 가까운 곳이라 8도의 벼슬아치들이 이곳에 와 살다가 세상을 뜨면 비석 하나씩 남겨 놓았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이런 개인의 비석 이외에 특이한 비석이 두 곳에 남아 있어 불가불 그것을 다시 보고 가야겠다. 하나는 원래 지축 전철역 근처에 있던 ‘덕수자씨교비(德水慈氏橋碑)’인데, 현재 이 비석은 삼송동에서 벽제로 넘어가는 숫돌고개에 밥할머니상과 나란히 서 있다. 다른 하나도 역시 덕수자씨교비가 있는 곳에서 벽제로 가는 길목 중소기업은행 연수원 운동장 가운데에 서 있는 ‘덕명교비(德明橋碑)’이다.

이 비석은 개천에 다리를 놓은 뒤에 그것을 기념하기 위하여 세운 비석이다. 앞의 비석은 덕수천에 세웠던 다리이고 하나는 곡릉천에 세웠던 다리이다. 그리고 모두 다리를 놓던 사연과 함께 다리를 세우기 위해 참여한 모든 사람들의 명단이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이 이름에는 한자식(漢字式) 이름이 있는가 하면 이두식(吏讀式) 이름이 섞여 있다. 대체로 양반들은 한자식으로 지은 경우가 많고 하층민들은 이두식으로 짓기도 했는데 이 두 가지가 함께 들어있다는 말이다. 학생들에게 이두식 이름의 실제 예를 일러주기 위해서는 꼭 한 번 들러볼 만한 곳이다. 무려 600명이나 되는 이름이 기록돼있어 전국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유일무이한 이두식 표기의 실체를 확인해볼 수 있다.

여자 : 개덕(介德, 개떡 같은 아이) 고은(古銀, 고운 아이) 근심(斤心, 근심 꺼리) 돌례(乭禮)예분(禮分, 예쁜 아이) 막개(莫介, 더 낳지 말았어야 할 아이란 뜻이 있음) 말금(唜金, '말쇠'라고 불렀을 것이다) 말덕(唜德, 말덕) 사랑개(士郞介, 사랑에서 태어난 아이) 소을득(所乙得, 솔득이라고 불렀을 듯하다) 어여분(於如分, 어여쁜 아이) 유월(六月, 6월에 태어난 아이) 업이(業伊, 업어온 아이) 을유생(乙酉生, 을유년에 태어난 아이) 줄개( 介, 줄개라고 불렀을 듯하다)

남자 : 정갯동(鄭介同, 정개똥이라고 부름) 옥출강(玉出崗, 옥은 강산에서 나온다는 천자문에서 따서 붙인 이름) 오엇금(吳 金, 오엇쇠라고 불렀을 듯. 대개 쇠(金) 자가 들어가는 이름은 무쇠처럼 강하라는 뜻을 지님) 말복(唜卜) 유선남(柳善男, 대체로 선남이란 불교신자를 말하므로 아마도 이 이름은 불교 신자의 소생인가보다) 을축생(乙丑生, 을축년에 태어난 아이) 이말남(李唜男, 이끝남이라고 불렀을 지 모른다. 제발 더 이상 낳지 않았으면 하는 심정으로 지은 이름)
<한성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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