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곁의 지역 금융인 - 이승엽 벽제농협 조합장

고양에서 태어나 학창시절과 사회 활동을 줄곧 고양에서 펼친 벽제농협 이승엽 조합장은 고양시 농업 발전과 농협 역사의 산 증인이다.

벽제농협 이승엽 조합장은 말 그대로 고양의 토박이다. 성석동에서 태어나 성석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삼송동의 고양중학교, 고양농고(지금의 고양고등학교)를 거쳐 서삼릉 인근의 농협대를 다녔다. 석사과정을 마친 남서울대학교를 제외하면 성장하고 교육받은 터전이 모두 고양땅이다.

학창시절만 해도 고양지역은 빈한한 농촌마을이었다.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성석동 집에서 삼송동 학교까지의 8㎞ 거리를 매일 걸어서 통학했다. 고양농고에서는 학교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원예 농장 관리를 도맡아 했다. 덕분에 남들보다 빨리 선진 원예 농법을 익힐 수 있었다. 농고 시절부터 다져진 농업인의 기초는 농협대에 진학해서 더욱 단단하게 여물었다.
“당시 농협대의 학풍은 ‘농군사관학교’라고 불릴 정도로 교육 강도가 셌어요. 학생들 스스로도 국가의 식량 자급률을 높이는 개척자란 자부심이 컸죠.”

개인적 이력이 곧 지역농협 발전사 

농협대를 졸업하며 농협에서 실시하는 간부 고시에 합격해 1973년 참사 직함을 가지고 벽제농협에 부임하던 시절에는 지역농협이 벼 수매 대행, 예금 취급, 연쇄점 운영 등의 본격적인 사업을 비로소 시작하던 때였다. 이후 이승엽 조합장이 역임한 상무, 전무, 상임이사 등의 직함은 이 땅의 지역농협이 발전해 온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내 앞으로 8명의 조합장이 거쳐갔는데, 초대 조합장을 빼고 나머지 분들과는 모두 함께 일을 했어요. 돌아보면 벽제농협과 함께한 44년의 세월 동안 참 많은 인연들이 있었지요.”

입사 때부터 주요 사업의 실무를 담당하는 2인자의 자리를 오랫동안 감당해 온 이승엽 조합장은 마침내 2010년 벽제농협의 13대 조합장을 맡게 되었고, 2015년에는 14대 조합장으로 다시 선출된다. 그는 조합장으로 일하며 농협중앙회장이 수여하는 최우수경영자상을 비롯해 여러 상을 수상했다. 지역사회의 다양한 활동에도 부지런히 참여해 고양청년회의소(JC) 회장, 고양벽제라이온스클럽 회장, 고양문화원 부원장 등의 선 굵은 행적을 남겼다.

오늘날의 벽제농협 만든 지도사업

벽제농협의 차별화된 주특기를 묻는 질문에 이승엽 조합장은 주저함 없이 ‘적극적인 지도사업’을 꼽았다. 
“벽제농협은 일찍부터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지도사업을 통해 종합 농협으로서의 면모를 갖추었지요. 외국의 농업 전문가들이 한국의 농정을 견학하러 올 때면 지도사업의 결실이 잘 여문 벽제농협을 찾아오곤 합니다.”    

구체적인 예를 살펴보면 그의 말이  수긍된다. 이승엽 조합장은 늘 작목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선진 농법을 교육하고 농산물 계통 출하에 앞장서며 조합원들 간의 관계를 다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연간 80만 포의 유기질퇴비를 생산해 고양시 전역의 농가에 공급하고 있는 퇴비공장 운영도 성공적인 성과다.

공동 육묘장을 통해서는 4만여 개의 건강한 모판을 수도작 농업인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고 있고, 지난해 새롭게 정비한 영농자재센터도 벽제농협의 새로운 자랑이 됐다. 

로컬푸드직매장 사업 역시 개점 2년을 넘어서며 연매출 80억원의 성과를 거두며 안정적으로 정착했다. 여기에 머물지 않고 이승엽 조합장은 올해 로컬푸드직매장 사업과 관련해 두 가지 의미 있는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하나는 로컬푸드 농산물 생산농가로 특화된 ‘로컬푸드 작목반’을 만드는 일이다. 다른 하나는 로컬푸드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조합원 가족과 일반 소비자가 함께 참여하는 ‘로컬푸드 소비자모임’을 구성할 계획이다. 조직하고, 대화하고, 발전을 꾀하는 게 바로 이승엽 조합장이 일하는 방식이다. 명분과 실질을 모두 얻는 무척 지혜로운 리더십이 아닐 수 없다.

조합원과 함께, 지역과 함께

벽제농협을 이야기할 때 산악회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3월에 열리는 시산제를 시작으로 연간 8회 산행을 하는데 한 번 다녀올 때마다 500명이 넘는 인원이 동행한다.

백두산 인근의 조선족 마을인 홍기촌과의 자매결연을 20년간 이어온 사업은 농협중앙회이 시작한 일을 지역농협이 이어받아 발전적으로 계승해 민간외교의 모범적 사례로 평가 받고 있다.

환원사업은 조합원들에게 농협의 존재 의미를 직접적으로 확인시켜주는 일들이다. 조합원 가정에서 자녀를 출산하면 출산장려금을, 조합원 자녀들에겐 장학금을, 원로 조합원의 부고가 들려오면 장례지원비도 전한다.
“조합원들에게 ‘참 고마운 농협, 꼭 필요한 농협’이라는 소리를 듣는 게 지상의 목표입니다.”

다양한 성과들이 평가를 받아 벽제농협은 지역농협에 대한 평가에서 전국 종합 1위를 2회나 차지했다. 현재 벽제농협의 총 자산은 6000억원에 이른다. 상호금융 규모는 9100억원이다. 2020년까지는 상호금융 1조원 시대를 열어가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벽제농협은 지난 해 농협중앙회에서 선정하는 클린 뱅크 인증을 받았다.

부지런한 자기관리와 푸근한 인간관계

협동조합에 대한 큰 이상을 실현하는 위치에 스스로를 자리매김한 그가 말하는 본인의 장점은 무엇일까?
“부지런하다는 점 아닐까요? 농군사관학교 훈련 시절부터 몸에 밴 습성 덕분이죠. 넘어야 할 산이 다가올 때 평소에 단련한 심신의 단단함을 믿으며 웃으며 고비를 넘어가려 합니다.”

부지런한 자기관리와 함께 기자의 눈에는 그만이 가지고 있는 인간관계의 노하우가 이승엽 조합장의 최대 장점인 듯 보였다. 아주 편안한 동네 어르신 같은 인상의 그에게선 어느 누구를 만나든 신뢰와 협력을 이끌어내는 독특한 매력이 풍겼다.

종합시설 신축 계기 제 2의 도약 꿈꿔

이승엽 조합장이 그리는 벽제농협의 미래가 궁금했다.
“농업인들이 가구당 연간 5000만원 소득을 올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결국 친환경 농업만이 살길입니다. 우리 농촌의 미래가 거기에 달린 셈이죠.”

벽제농협이 일찍부터 친환경 우렁이쌀을 대표 브랜드로 키우고, 각종 작목반을 통해 친환경 농산물의 비중을 꾸준히 높이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지난 2일에는 전문가를 초청해 미생물을 이용한 친환경 농법 강의를 열기도 했다.

벽제농협의 커다란 비전을 현실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가시적인 사업도 추진된다. 올해 벽제농협 종합시설 신축을 위한 기공식을 여는 것이다. 지하 1층, 지상 3층, 연건평 1500평 규모의 건물을 짓고 그 안에 금융점포와 복지시설, 로컬푸드직매장을 들일 예정이다. 농산물 가공시설과 친환경 먹거리 레스토랑도 별도의 건물에 마련된다. 건물이 완공되면  신도시에 비해 문화 시설이 부족한 지역의 현실을 고려해 다양한 문화 강좌도 열 계획이다.

“금년 상반기에 착공해 내년 하반기에 종합시설 건물을완공할 예정입니다. 새로운 건물에서 펼쳐나갈 벽제농협의 야심찬 내일을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사진 왼쪽부터) 벽제농협 이형묵 과장, 이복순 과장, 이승엽 조합장, 우상훈 상무, 안해진 팀장,  권순군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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