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고양 경제를 살려내는 지역기업 탐방(87) 배다리술도가

국내 최초 햇포도 와인 컨셉의 막걸리 ‘누보’ 개발
일본·중국에 기술투자 방식의 파트너십 준비 중

  
[고양신문] 한국 전통주는 청주와 탁주로 크게 나뉜다. 청주는 귀족의 술, 일명 막걸리인 탁주는 농민의 술이었다. 탁주는 맑은 술을 떠내지 않고 그대로 걸러 짠 술로 빛깔이 흐리고 맛이 텁텁하다. 대중화된 것은 2009년부터다.
유산균이 풍부한 건강주로 소개되면서 주류 시장에서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전통적인 흰색 이미지에서 벗어나, 울금·밤·백년초 등을 넣어 독특한 색과 맛의 막걸리들이 등장했다. 이와 동시에 유리병에 담은 고급 막걸리도 탄생하기 시작했다. 그 최초의 사례가 박상빈 배다리술도가 대표가 개발한 ‘누보’다.
박정희 대통령이 즐겨 마셨다는 배다리막걸리로 유명한 배다리술도가의 역사는 1915년부터 시작됐다. 박 대표가 2001년부터 5대째 맡아 경영한 이후 배다리술도가는 누보 개발에 이어 배다리박물관 건립으로 전통주 술도가의 혁신 아이콘으로 떠오른다.

 

박상빈 대표


“2005년 개관한 박물관은 1200평 부지에 300평 규모로 지어져 술과 저희 가문의 이야기를 담았어요, 제1전시실에는 배다리술도가에서 소장해온 전통 술 제조 도구들이 전시돼 있습니다. 탁주·약주·청주·증류주를 빚을 때 사용하는 누룩틀·소줏고리·술시루·쳇다리·용수·옹기술독 등과 함께 고대부터 근대까지의 양조기술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했어요. 제2전시실에는 배다리술도가의 이야기를 담았는데 1대 박승언 옹이 1915년 창업한 ‘인근상회’와 박정희 대통령과 인연을 맺게 된 삼송리에 있었던 실비집 주막도 재현해 당시의 생활상을 추억하는 공간으로 꾸몄었죠.”
이와 함께 야외 전시장에는 근대 농기구와 시음장을 마련해 지역 유아동과 청소년들의 견학장소로 인기가 높았다.

 

 배다리술도가의 고양막걸리, 배다리막걸리, 막걸리 ‘누보’<사진 왼쪽부터>


하지만 배다리박물관은 2015년에 문을 닫았다. “아무런 지원 없이 박물관 운영에 한계를 느꼈어요. 무료입장에 적자 운영으로 고민하던 중에 막걸리 개발과 유통에 집중하자는 생각 끝에 내린 힘든 결정 이었어요”라고 말하는 박 대표. 그는 “박물관을 운영하는 동안 술 공부를 했습니다. 아마 국내외 자료들은 모두 읽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배다리막걸리는 아버님이 한 것이니, 이제 내 이름을 걸고 내놓을 수 있는 다른 술을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라고 말을 이었다.
박 대표는 이제 고양의 100년 전통의 명품 술도가인 배다리를 일본과 중국의 현지 공장과 손을 잡고 세계로 뻗어나가는 새로운 100년 역사를 열 채비를 하고 있다.

- 모든 술을 빚을 수 있는 술의 달인이 되었다고 들었다. 술을 한단어로 정의한다면.
‘운명’이다. 그리고 ‘인생’이자 ‘생명’이다. 내가 숨을 쉴 수 있는 희망이자 생명같은 존재가 바로 술이다. 나의 삶 전부를 이 술에 걸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에는 1세기 가업의 역사를 지닌 배다리술도가를 지켜보는 지역의 기대와 응원이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런 이유로 운명에 ‘사명감’까지 더해졌다. 좋은 재료와 정성, 진실과 함께 내가 가진 모든 역량을 쏟아 부을 생각이다.

-  건축가의 길에서 가업 승계로 전환한 계기는.
 사실 나는 가업을 이으리라는 생각보다는 나의 꿈에 대한 계획이 앞섰다. 디자인과 기획에 관심과 재능이 많았던 나는 건축설계 분야를 전공한 후 대학원 진학과 대학 강의를 병행했다. 그러던 중 2000년 1월부터 지역할당제의 양조장 정책이 풀렸다. 각 지역의 양조장들은 치열한 경쟁의 자유시장과 마주했다. 이때 이에 대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아버지는 폐업을 결심하셨다.
4대를 이은 술도가에 대한 기록물 집필을 바라보던 그 시점, 마음 깊은 곳에서 내가 가업을 이어가자라는 뜨거운 감정이 치밀었다. 당시 자서전에는 1915년에 시작된 1대의 기록, 집안 망신이라며 술도가를 반대했던 조상님들의 이야기, 이후 가업을 지키기 위한 힘겨웠던 시간의 발자국을 확인하면서 나는 건축가로 향하던 마음을 모두 내려놓았다.

-  고품격 막걸리 ’누보’ 의 탄생 과정이 궁금하다.   
매년 가을 햇포도로 만든 신선한 와인인 ‘보졸레 누보’가 유럽에 있다면, 가을 햅쌀로 만든 신선한 탁주가 국내에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래서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이 유리병에 담은 ‘누보’다.
유통 기간이 길고 맛을 순화시켜 끝 맛은 순하고 여운이 긴 ‘격이 있는 막걸리’다. 맛과 품질을 인정받아 국내 막걸리 시장에서 전통 탁주의 고급화 바람을 몰고 왔다. 출시 당시 매스컴에 소개되면서 화제가 됐었다. 이후 유명 백화점에도 납품했다.

-  해외 막걸리 시장 개척에 대한 계획이 있나.
2009년 무렵 막걸리 열풍의 진원지는 국내 전통주의 주력 수출시장인 일본이었다. 그러면서 식품 대기업들이 탁주 제조 시장에 신규 진입하면서 품질 고급화 바람이 불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배다리술도가 같은 지역의 소규모 양조업체들에겐 커다란 위협 요소였다. 그런 이유로 막걸리 누보는 히트를 지속시키지 못했다. 그리고 일본 현지의 요청으로 개발한 6개월 동안 보관이 가능한 생막걸리가 수출이 성사됐지만 진행 업자의 역량 부족으로 일본 전역으로 유통되지 못했다.
이전의 아쉬움을 교훈 삼은 나는 ‘소량·다품종·고급’ 막걸리 생산에 주력할 계획을 세웠다. 기존의 1500원대의 페트병 저가 막걸리 시장보다는 5000원 이상의 유리병 고급 막걸리로의 시장 이동을 의미한다.
혼술족·싱글가구 등 다양한 소비층을 겨냥한 맞춤형 막걸리 제조에 중점을 두려한다. 이를 위해 일본과 중국에 배다리술도가의 기술투자 방식의 파트너십을 맺어 현지시장 개척을 준비중이다. 해당 국가의 특성을 고려한 제품을 제조해 현지는 물론 국내로 역수입 할 계획이다. 오는 6월 일본과 미팅 계획이 잡혀 있다.

- 국내 양조산업 현황과 희망사항이 궁금하다.
국내 전통주 생산 단계에서의 두드러진 문제는 국내 술의 품질 수준이 낮고 해외로 수출하려해도 현지 업체와의 가격 등 수출조건에 대한 협상력이 약하다는 점이다. 또한 제조시설이 열악하거나 해외의 요구사항을 적극적으로 수렴하려는 수출 마인드도 부족하다.
이에 대한 해결방향은 정부와 지자체가 제조업체들이 신제품 개발과 품질제고를 위한 연구개발, 그리고 시설 현대화를 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자금 및 정책적 지원을 하는 것이다. 거대 자본시장에서 전통주가 자생적으로 살아남기를 바라는 것은 어찌 보면 순진한 생각이다. 가업을 잇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정책적 지원 없이는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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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술도가
<특징>
1915년부터 제조되는 고양 전통 탁주

<위치 및 문의>
위치 :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주교동 623-19
홈페이지 : www.Baedari.kr
문의 : 031-967-8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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