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생리대 택배작업을 함께한 '아빠와 함께 달마지' 회원들.
 

‘아빠와 함께 달마지’ SNS 모금운동
“생리대뿐 아니라 속옷 없는 아이들도”
1년간 전국각지에서 소액 후원 이어져


[고양신문] “깔창에 휴지를 대고 생리대를 만들어 사용한다는 소식에 마음이 아파 무턱대고 시작한 온라인 모금활동이었는데, 전국 각지에서 얼굴도 모르는 분들이 후원을 해주셨어요. 밴드를 개설해 모금을 시작한 게 작년 7월 19일이었습니다. 이번 주가 벌써 1주년이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저소득 청소년을 위한 생리대 모금운동을 주도한 이는 고양시 일산에 사는 평범한 회사원인 권청기(51세)씨다. 지난 22일 일산 마두 한살림 사무실에는 생리대 택배포장을 위해 평소보다 많은 후원인들이 모였다. 평소엔 4~5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포장을 했지만 이날은 권청기씨의 초대로 20여 명의 인원이 모여 포장을 했고,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 간단한 회의도 진행했다.

모금활동을 하는 온라인밴드의 이름은 ‘아빠와 함께 달마지(이하 달마지)’다. 달마지는 지난해 7월부터 모금활동을 시작해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생리대를 후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2개월에 한 번씩 2개월치 생리대를 청소년들에게 후원해 왔다. 이달 포장된 택배 박스는 32개. 방학을 맞은 32명의 아이들이 두 달간 마음 편히 생리대를 쓸 수 있는 물량이다.

권씨는 “후원활동을 시작하면서 어려웠던 것은 모금보다 후원대상자를 선정하는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시청, 구청, 주민센터 복지담당자에게 전부 문의했지만 전산상 저소득층 가정만 확인될 뿐, 정작 생리대가 필요한 가정인지는 확인이 안 된다는 것. 일선 학교에서는 가정방문을 하지 않고서는 직접 집안사정을 확인할 길이 없어, 학생들이 말하지 않으면 담임교사도 모른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때 도움을 줬던 이가 김경희 고양시의원이다. 김 의원은 권씨에게 고양시 39개 지역아동센터 도움을 받아 수요조사를 할 것을 제안했고, 각 아동센터로부터 첫 달 21명의 아이들을 추천받을 수 있었다. 대상선정의 최우선조건은 어머니가 없는 가정이었다.

권청기씨는 “저소득 편부 가정 중에는 생리가 시작되더라도 아버지가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추천을 해주신 지역아동센터 선생님과 한분한분 통화해 대상자 선정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박스에 담긴 생리대. 박스에는 회원들이 쓴 짧은 손편지와 권청기씨 딸이 방학용돈으로 전달한 현금 1만원이 동봉됐다.


“우리나라가 못 사는 나라가 아니잖아요. 사실 처음엔 생리대 살 돈이 없어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진짜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했어요. 하지만 지역아동센터 선생님 이야기를 들으니 현실은 더 참담했습니다. 생리대뿐 아니라 속옷이 없는 아이들도 있다는 거예요. 아이들 가정의 아픔도 다양했죠. 아버지가 가정범죄 가해자인 가정, 우울증에 걸린 엄마 등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청소년들이 참 많았어요.”

달마지는 후원 1주년을 맞아 대상자 수요조사를 재실시하기로 했다. 지난해 10월부터 각 지자체가 보건복지부 지원사업으로 수급대상 청소년에게 생리대를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씨는 “청소년들이 제도권 내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최대한 안내하고, 달마지는 복지사각지대의 청소년을 집중 지원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또한 “1회성 지원이 아닌 지속적인 지원이 가능하도록 모금활동도 더 활발히 펼쳤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경희 시의원은 “당연히 국가지원 대상이 돼야할 청소년임에도 행정처리 지연이나, 일부 조건이 충족이 안돼 지원을 받지 못하는 청소년이 있다”며 “이런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달마지의 생리대 지원이 꾸준히 진행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달마지는 수요조사를 위해 이번부터 고양시 학교운영위원협의회와 손을 잡았다. 전국 각지의 시민들로부터 후원을 받는 만큼 고양시 외부로도 후원 대상자를 넓힐 계획이다. 서울시 금천구에서 활동하는 의료구호 NGO인 ‘글로벌케어’의 도움을 받아 복지사각지대 여성청소년들의 수요를 조사하기로 한 것.

권청기씨는 “생리대가 없어 학교를 결석하고, 속옷 없이 삶을 견뎌내는 우리 아이들이 주변에 아직 있다”며 “본인의 이름 석자도 밝히지 않고 응원 문구로 입금해주는 후원자분들과 주변에서 힘을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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