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신문] 한낮 뜨겁고 강렬했던 더위가 조금씩 누그러들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지면서 제법 가을 분위기가 물씬 난다. 한동안 멀리했던 주방에도 기웃거리고, 가족을 위한 저녁 밥상에 보글거리는 찌개 한그릇도 올리고 싶어지는 계절이다. 따듯한 밥상에 와인도 한 잔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한국인 밥상에서 빠지지 않는 찌개와 와인이 과연 어울릴까. 이번 호엔 부대찌개와 로제와인의 궁합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부대찌개, 언제부터 식탁에 올랐을까
부대찌개가 식탁에 오른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한국전쟁 당시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햄, 소시지 등 육가공품이 입맛에 맞지 않자 우리식으로 고추장과 김치를 넣어 얼큰하게 끓여 느끼한 맛을 잡은 데서 유래한 음식이다. 
 

왜 로제와인일까
부대찌개의 파트너로 필자는 로제와인을 손꼽는다. 왜 로제인가? 로제와인은 대체로 붉은 과일(딸기, 체리) 등의 풍미를 가지며 레드와인보다 탄닌이 훨씬 적어 맛이 상큼하다. 레드와인은 묵직한 과실향과 탄닌이 많아 각종 양념을 넣어 끓이는 찌개와는 부딪칠 수 있고 음식의 장점을 부각시키기 힘들 수도 있다. 

로제와인은 각종 햄, 소시지, 고기 등을 넣은 부대찌개 특유의 느끼함도 상큼하게 잡아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준다. 강하지 않은 탄닌으로 갖은 양념과도 큰 충돌이 없으며 원만히 균형을 이룬다. 반주는 입안을 정리해주는 역할이 중요하다. 이전 음식맛을 깔끔하게 정리해 뒷맛을 새롭게 느끼게 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로제와인과 부대찌개는 굉장한 궁합이다. 

그러나 반드시 그게 공식은 아니다. 개인 취향에 따라 당연히 아닐 수도 있다. 그래도 레드와인으로 결정했다면, 붉은과실 아로마에 가벼운 바디감을 가진 레드와인을 선택하길 바란다. 간단히 말하자면, 로제와인은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하는 사항에서 어렵게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조건을 갖고 있다. 가볍고 상큼해 음식과 조화를 이룰 때 강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게 큰 장점이다. 

로제는 프랑스어로 ‘장미’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분홍 혹은 주황색을 띤다. 세계적으로 다양한 스타일의 로제와인이 생산되고 있으며, 최근들어 수입량도 늘어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에서 다양한 스타일의 로제와인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와인과 음식의 조화에서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두는가가 가장 중요하다. 와인에 중점을 둘 것인가, 음식에  중점을 둘 것인가, 음식과 와인 서로 조화로운 균형에 중점을 둘 것인가? 서로 장점은 드러내고 단점은 최소화할 수 있는 매칭으로 음식과 와인을 선택하면 된다. 

로제와인은 화이트와인처럼 차갑게 즐긴다. 대략 6~10도 내외에서 음용하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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