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산동마을계획단 마을총회

4일 관산동 마을총회에는 주민 100여명이 참석해 마을계획발표를 경청했다.

[고양신문] 마을만들기란 주민 스스로 지역사회의 문제를 풀어가는 풀뿌리 주민자치운동을 뜻한다. 주민자치시대를 맞아 고양시에서도 자치공동체사업을 선도적으로 추진해온 지 어느덧 6년째. 이제는 개별공동체단위를 넘어 마을을 변화시키는 시도들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기도따복공동체지원센터는 올해 초부터 마을역량강화를 위한 역점사업 중 하나로 마을계획수립 지원사업을 1년간 진행했다. 경기도 전체를 대상으로 한 공모사업 중 고양시에서 지원대상으로 선정된 곳은 신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있는 관산동. 지난 4월 마을계획 기획단 준비모임을 처음으로 가진 뒤 6개월 동안 주민 스스로가 지역문제를 발굴하고 해결방안을 구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지난 4일 마을계획단이 그동안 준비해온 관산동 문제해결을 위한 실행계획안을 주민들에게 발표하고 우선순위를 뽑아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관산초등학교 강당에서 열린 ‘2017 관산동 활성화를 위한 마을총회’는 시작부터 끝까지 주민들의 힘으로 만들어 온 소중한 주민자치실험의 장이었다. 

100여 명 주민 참여해 마을계획 논의

쌀쌀한 아침부터 관산초등학교 강당이 주민들의 발걸음으로 붐볐다. 강당 한복판에 줄지어진 수십 개의 테이블. 분과별로 혹은 동네별로 나눠앉은 주민들은 어떤 실행계획들이 나올까 궁금해 하는 표정이었다.  


주민들이 모여 앉은 왼편에는 각 분과별 실행계획내용이 담긴 보드판들이 눈에 띄었다. 보드판 아래에는 스티커를 붙이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주최측에 물어보니 “마을계획단 분과별 발표를 마치면 주민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업에 스티커를 붙여 투표를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깨끗한 거리 만들기부터 안전통학로 만들기까지 실행계획안의 종류도 다양했다. 

예정시간보다 10분 늦게 시작된 마을총회. 고양중, 관산초 학생들의 축하공연과 그동안 마을계획단 활동을 담은 영상이 상영되자 왁자지껄 담소를 나누던 주민들이 무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관산동 마을계획단 송기섭 부단장의 간단한 경과보고에 이어 권오형 마을계획단장이 마이크를 이어받았다. 

“처음에는 쉽게 생각했는데 만만치 않은 여정이었습니다. 행정의 도움을 받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았지만 주민 손으로 주민들이 필요한 사업들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지금까지 온 것 같습니다. 비록 지금은 낙후된 지역이지만 우리 동네를 후손들에게 살기 좋은 동네로 물려주기 위해 같이 힘을 모았으면 좋겠습니다.”

관산동 마을계획단과 고양시, 고양시자치공동체지원센터, 경기도따복공동체지원센터가 MOU를 체결한 모습.

인사말을 마친 뒤 마을계획단의 향후 계획실천에 대한 민관협력을 다짐하는 MOU체결식이 진행됐다. 이영주 관산동장과 민건동 고양시 자치공동체지원센터장, 최오진 경기도 따복공동체지원센터 기반조성실장이 참석한 가운데 관산동 마을계획단과의 MOU체결을 맺고 향후 마을계획 추진에 있어 지속적인 상호협력을 이어갈 것을 약속했다. 

5일장 개설, 안전통학로 마련 등 의제

마을총회의 하이라이트는 분과별 추진계획안 발표였다. 마을상가 활성화(분과장 박용완), 교육문화(분과장 유병완), 역사환경(분과장 권오형), 시니어(분과장 한황) 등 4개 분과에서 총 10가지 실행계획안이 마련돼 발표시간을 가졌다.


첫 번째 발표를 맡은 박용완 상가활성화분과장은 관산동 중심에 있는 마을상가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실행계획안을 제시했다. 총 300명의 주민설문조사를 통해 마련된 상가분과 계획안의 큰 주제는 밝은 거리, 깨끗한 거리, 전통과 문화의 거리의 조성. 구체적으로 밝은 거리 조성을 위해 가로등 설치, 벽화 그리기, 화단 만들기 등의 사업안이 나왔으며 깨끗한 거리를 위해 간판정비, 골목길 포장, 주차장 및 쓰레기 적치장 설치, 전통과 문화의 거리를 위해 쌈지공원 조성, 5일장 개설 등이 제안됐다.  

주민스티커투표 결과 1등을 차지한 박용완 상가활성화분과장의 발표모습

이어 발표를 맡은 유병완 교육문화분과장은 안전통학로와 작은도서관 활성화, 청소년 학습공간 조성 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 분과장은 “관산동은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머물기에 부족한 부분들이 많이 있다”며 “어린이 보호구역 시설 확대나 청소년 공부방 조성, 청소년 활동지원 등을 통해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행복할 수 있는 마을을 만들어야한다”고 이야기했다. 

역사환경분과 발표를 맡은 한원규 분과원은 “관산동에는 공릉천 같은 생태자원과 최영장군묘, 영사정 같은 훌륭한 역사자원들이 숨어있지만 잘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며 역사탐방코스 개발 및 해설사 양성 프로그램 마련, 공릉천 다목적 시설 확충, 생태하천사업 등을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시니어분과는 경관개선 및 노인일자리확충을 위한 꽃길조성사업을 이야기했다. 

발표를 마친 뒤 참석한 주민들은 미리 나눠받은 스티커를 자신이 원하는 사업계획안 보드판에 붙이는 시간을 가졌다. 내유동에 살고 있다는 신영애씨는 “동네에 학생들이 많은데 학생들을 위한 공간이 많이 부족하다. 학교 끝나고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쉼터가 마련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학습공간 조성 계획안에 투표했다”고 밝혔다. 관산동에 사는 김숙희씨는 “환경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공릉천 사업에 투표했다”며 “나중에 이 사업과 연계해서 생태나 역사관련 해설사 양성과정이 있다면 참여하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발표가 끝난 뒤 분과별 계획안에 대한 주민들의 투표가 진행됐다.

3시간이 넘게 진행된 관산동 마을총회. 투표결과 상가활성화분과에서 제안한 깨끗한 거리 만들기 사업이 81표로 1등을 차지했다. 박용완 분과장은 “마침 이재준 도의원이 상가활성화를 위한 예산 1억원을 확보해준 덕에 계획안을 큰 무리 없이 실천할 수 있게 됐다”며 “구체적인 사업추진과정에도 주민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가며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오형 단장은 “이제 마을계획단은 실천단으로 이름을 바꿔서 발표된 계획들을 실행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더 많은 주민들을 만나고 함께 힘을 모아서 지역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마을총회를 마친 뒤 관산동 마을계획단은 실천단으로 전환해 사업계획을 실질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주민이 만든 마을계획, 실행까지 이어져야"

권오형 관산동마을계획단장 인터뷰

6개월간의 마을계획단 활동에 대한 전체적인 소감은.
관산동마을계획단이라는 이름으로 발대식과 총회까지 진행했던 과정이 생소했고 쉽지 않았던 시간이었다. 어찌됐건 주민들이 함께 힘을 모아서 실행계획안까지 마련한 것은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계획들을 잘 실천해 작더라도 의미있는 변화를 이끌어 나가고 싶다.

관산동에 어떤 문제들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이곳은 예전에 벽제5일장이 들어섰던 나름 이름 있고 역사적인 동네다. 하지만 지금은 난개발로 인해 낙후된 곳으로 전락해버렸다. 다시 활력이 넘치는 동네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주민들이 모여서 문제해결의 중심에 서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주민들의 참여를 이끄는 게 쉽지 않았을텐데. 
아무래도 마을계획을 수립하는 게 익숙지 않다보니 주민참여를 이끄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처음 마을계획단을 만들 때부터 총회까지 가는 과정 내내 쉬운게 없었다. 앞으로 실천단 활동을 통해 사업이 구체화된다면 주민들이 더 참여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처음 시작했을 때와 지금의 생각이 많이 달라졌을 것 같다. 
처음에는 이 사업이 설문지 조사 정도의 수준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진행하다 보니 마을문제 해결에 주민이 나서야 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배웠고 그러한 계획을 주민이 직접 세워야 한다는 것을 공감하고 합의하는 과정이 있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 했지만 지금은 참여한 것이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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