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산동 ‘마을반장’ 유병완씨 이야기

[고양신문] 파주에서 통일로를 따라 고양에 막 들어서면 맞이하게 되는 관산동 고골마을. 고양시 외진 곳에 있는 이곳에는 ‘홍반장’처럼 동네일에 앞장서는 한 마을일꾼이 있다. 

아침엔 아이들 등굣길 안전을 책임지고 낮에는 어르신 반찬봉사도 다니다가 어떤 날에는 의용소방대 소속으로 소방관들의 업무를 돕는 그는 유병완(41세) 관산동 복지협의체 민간위원장이다. 올 한 해 동네일뿐만 아니라 경기도 주민참여예산위원, 시정주민참여위원, 고양시 학교운영협의회 등 외부 참여활동에도 적극적이었던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치매어르신 돌보며 지역활동에 참여
유병완씨가 관산동 고골마을에 정착한 것은 2005년이다. 고향이 충청도인 그는 어린 시절 서울 은평구로 이사온 뒤 20대 시절을 보내다가 부모님을 따라 고양시에 왔다. 

“어머니께서 요양원을 하시고 싶어했어요. 치매어르신들을 돌보고 싶다고 하셔서 처음에는 좀 의아하기도 했지만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서 같이 따라오게 됐죠.”

99년 원당에 거주하면서 한동안 자동차영업일을 하던 유씨는 요양원 일이 점점 많아지면서 관산동으로 이사해 어머니 일을 돕기 시작했다.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기 시작한 것도 그즈음이었다. 유씨는 “치매어르신들을 처음 대했을 때는 뭘 물어봐도 대답도 없고 해서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았다”고 말했다. 생각 끝에 그가 택한 방법은 치매환자들과 똑같이 행동해보자는 것이었다. 어르신들과 조금이라도 더 소통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공감을 해보기 위해 나름대로 머리를 짜낸 방안이다. 

“그때는 어린 나이기도 해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았어요. 치매어르신 뿐만 아니라 이분들을 집에서 모시지 않고 요양원에 맡기는 자식들도 그랬죠. 하지만 알고 보니 다들 말 못할 사정들이 있더라고요. 요양원에 오신 어르신들을 잘 모셔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요양원 업무가 차츰 익숙해지기 시작한 2007년, 어머니 소개로 관산파출소 지역안전협의회에 가입하면서 지역활동을 처음 접했다. 

당시 어린이집 교사였던 아내를 만나 결혼을 한 것도 그때였다. 젊은 나이에 신도시가 아닌 도심외곽지역에 살게 된 것이 내키지 않을 법도 했지만 유씨는 “어렸을 때부터 시골에 대한 좋은 추억이 있어서 고골마을이 마음에 들었다. 오순도순 사람 사는 느낌이 너무 좋지 않나”라고 웃어보였다. 서울에서 지내던 20대 초반, 놀만큼 놀아봤다는 말도 덧붙였다. 

서로 돌보는 지역사회 만들고 싶어
차츰 지역사회에서의 역할을 넓혀가던 그는 2011년 주민자치위원 활동을 시작했다.

“그 전년도에도 지원을 했는데 나이가 너무 어리다고 탈락했어요. 오기가 생겨서 다시 지원했더니 마침 마을신문 만드는 사람이 필요해 위원으로 뽑히게 됐죠.” 


관산동 특성상 주민자치위 대다수가 연로했던 까닭에 처음에는 세대갈등도 느끼고 힘든 점도 많았지만 마을일을 배우고 봉사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활동을 계속 이어갔다. 

그 당시 시작한 반찬봉사는 지금까지도 이어오고 있다. 매주 화요일 금요일 시간을 내는 일도 쉽지 않을 법하지만 그는 “원당복지관에서 다 준비해주고 저는 그저 전달만 해주는 것일 뿐”이라며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그렇지만 반찬봉사를 하면서 느끼는 점은 많았다고 한다. 

“홀로 계신 어르신들에게 반찬을 드리고 나면 왠지 짠한 마음이 들어요. 제 미래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 그때 되면 누군가 나를 위해 봉사해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죠. 또 한번은 조손가정 집에 옷을 챙겨간 적이 있는데 자기 언니에게 맞는 옷이 없다며 훌쩍이는 아이를 봤어요. 미안하기도 하고 지역사회가 이들을 좀 더 돌봐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죠.”

좀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싶었던 그는 주민자치위원 임기가 끝난 2013년부터 고양시 주민참여예산위에 참여했다. 당시 만났던 백미영 원당학습관 관장의 소개로 행정사무감사 시민모니터링에도 결합했으며 그때부터 시의회와 행정에 관심이 생겨 고양시민회에도 가입했다. 

현재는 경기도주민참여예산위에도 참여하고 있으며 의용소방대 부대장, 관산동 복지협의체 민간위원장, 내유초 운영위원장 등 지역의 크고 작은 일들을 도맡아 하고 있다. 세 딸의 아버지이기도 한 그는 특히 안전통학로 조성과 같은 교육환경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새로 이사온 주민들에게 동네 이곳저곳을 소개하는 일도 그의 몫이다.

다름도 인정하고 어울리는 곳이 마을
마을활동을 하다 보니 동네 자원들을 발굴하는 일에도 흥미가 생겼다고 한다. 


“고골에 재밌는 자원들이 많이 있더라구요. 임신 잘된다는 유명한 한약방도 있고 진공관 앰프로 항상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는 구멍가게 사장님도 있어요. 잘 찾아보면 마을에 자원들은 많은데 이걸 연결할 수 있는 무언가가 없어서 좀 안타까워요.”

“마을의 자원과 사람들을 아우르는 연결고리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유병완씨.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마을활동에 앞장서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무언가를 한다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테지만 그는 “다른 점도 다 인정하고 함께 어울리는 게 마을 아니겠느냐”고 개의치 않은 모습이었다.       

한 해가 저무는 12월 그의 내년 목표는 소박했다. 세 딸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지내는 것. 그리고 또 하나가 있다.

“고골마을 아이들을 위해 내년 할로윈데이를 멋지게 만들어보고 싶어요. 올해 시범적으로 해봤는데 부족한 점이 있어 아쉬웠거든요. 내년에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그런 자리로 만들어봤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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