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호공 김종순, 제11회 자랑스러운 고양인 선정
 

공호공 김종순 선생의 '자랑스러운 고양인' 상 수상 소식을 전하기 위해 고양신문을 찾아온 경주김씨대종친회 김원식 회장.


[고양신문] “경주김씨 공호공파의 시조가 되시는 공호공 김종순(恭胡公 金從舜, 1407~1483) 할아버지가 ‘자랑스러운 고양인’으로 선정되셔서 더없이 기쁩니다.”

한 손에는 김종순 선생 관련 학술발표회 자료집을, 한 손에는 두툼한 『고양시씨족세거사』 책자를 들고 13일 고양신문사를 찾아온 김원식 경주김씨대종친회장의 얼굴에는 자부심과 기쁨이 가득했다. 조선 초기 청백리였던 공호공 김종순 선생이 고양시씨족협의회(회장 이영찬)가 선정하는 자랑스러운 고양인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전하기 위한 방문이었다.

고양시씨족협의회는 고양이 배출한 역사적 인물 중 한 명을 ‘자랑스러운 고양인’으로 선정해 생애와 행적을 기리는 작업을 올해로 11년째 이어오고 있다. 그동안 고려 말의 명장 최영장군, 고양을 대표하는 의병장 석탄 이신의, 고양팔현으로 배향된 추강 남효온과 석주 권필 등이 자랑스러운 고양인으로 선정된 바 있다. 근대의 인물로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과 농촌운동을 펼친 양곡 이가순 선생이 이름을 올렸다.
 

여섯 임금 섬긴 ‘육조 청백리’

2017년 자랑스러운 고양인으로 선정된 공호공 김종순 선생은 조선을 대표하는 가문인 경주김씨 일문으로서 세종임금부터 성종임금까지 6명의 임금을 모신 문신으로 유명하다. 30대 초반에 문과에 급제한 후 50여 년간 이어진 관직생활 동안 그가 역임한 직책은 동부승지, 이조참판, 호조참판, 경기관찰사, 한성판윤, 대사헌 등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다. 특히 도승지로서 세조를 보필하며 큰 족적을 남겼다.

단순히 오랫동안 관직에 머문 것 뿐 아니라, 일생에 걸쳐 청렴결백한 삶을 살아 ‘육조 청백리’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신라시대부터 고려와 조선에 이르기까지. 여섯 분의 임금을 모신 신하는 김종순 할아버지가 유일합니다. 매사에 공명정대했고, 가난을 벗하며 사리사욕을 추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임금이 여러 차례 바뀌어도 꾸준히 부름을 받았던 것이지요.”

김원식 회장은 청빈과 관련한 김종순 선생의 일화를 들려줬다.
“오늘날의 도지사에 해당하는 경기관찰사를 역임할 무렵, 쌀독에 며칠 먹을 쌀밖에 안 가지고 지낸다는 사실을 알게 된 임금이 상을 내려 치하했다고 합니다. 요즘처럼 고위 권력자들의 부정과 비리가 만연하는 시대에 큰 귀감이 되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지요.”
 

고양시씨족협의회가 주최한 '공호공 김종순선생 학술발표회'가 지난 7일 일산동구청 대강당에서 열렸다. <사진제공= 경주김씨 대종친회>


청렴과 장수 기려 임금이 시호 내려

공호공이라는 호도 임금이 내렸다. 공(恭)은 일을 공경히 하고 윗사람을 잘 받들었다는 뜻이고 호(胡)는 나이가 오래도록 장수한 것을 기린다는 뜻이다.

정동일 고양시문화재전문위원은 “덕양구 대자동에는 김종순 선생과 경주김씨 가문의 묘가 남아있고, 지금도 후손들이 조상의 터전을 지키고 있다”면서 김종순 선생을 고양을 대표하는 청백리로 손꼽기에 손색이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종순 선생의 후손 역시 연이어 관직에 진출하며 조선 최고 가문의 면모를 이어왔다”고 덧붙였다. 2014년 복원된 경기도 지정문화재 ‘영사정’도 김종순 선생의 후손 김주신에 의해 지어졌고, 조선 말의 대표적 관료였던 김홍집 역시 그의 후손이라는 게 정동일 위원의 설명이다.

김원식 회장은 김종순 선생의 묘에 대해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김종순 할아버지의 묘는 작은 동자석밖에 없을 만큼 소박했습니다. 정승까지 지낸 어르신의 묘가 너무 초라해 부끄럽다고 생각해 후손들이 좀 꾸미기도 했는데, 지금 와 생각하니 부끄럽습니다. 소박한 무덤이야말로 김종순 할아버지의 청렴한 삶과 가장 잘 어울리는 모습이니까요.”
 

“장학사업과 청백리상 제정 추진 중”

김종순 선생의 정신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후손들에게도 이어졌다. 경주김씨 공호공파는 번듯한 사당을 짓는 대신 덕양구 대자동 16통에 마을회관을 지어 기증해 마을 사람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도록 했다. 음력 10월이면 마을 사람들이 다 함께 김종순 선생을 기리는 제사를 지내고 음식을 함께 나누기도 한다.

또한 과거 풍습에 얽매이지 않고 수목장을 도입해 오늘날에 맞는 장례 문화를 정착시키는 일에도 문중이 앞장서고 있다.
“오늘날의 세상과 소통하고, 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 할아버지의 뜻을 제대로 받드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원식 회장은 자랑스러운 고양인 선정을 계기로 김종순 선생을 기리는 다양한 행사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육조 청백리 김종순의 이름을 딴 장학회를 만들고, 공직자 등을 대상으로 한 ‘청백리상’을 제정하는 문제를 가문에서 논의 중이다.
“여섯 임금을 훌륭히 섬겼던 김종순 할아버지의 충심과 청렴 정신이 오늘날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큰 귀감이 되도록 장학사업과 청백리상 제정사업을 모범적으로 꾸려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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