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당주민들의 사랑방 ‘책놀이터’

‘책으로 평등한 도서관’으로 개관
아이와 부모·주민이 꾸려온 공간
“책공동체서 마을공동체 중심으로”

 

책놀이터에서 활동중인 어린이 기자단과 어린이들이 만든 신문 (사진=책놀이터)


[고양신문] 원당에는 13년 된 작은도서관이 있다. 책놀이터(관장 박미숙)는 그동안 동네 아이들의 방과후 놀이공간이나 학습공간 등 다양한 역할을 해왔다. 기자가 방문 한 날에도 책놀이터 안에 마련된 한 공간에서는 ‘노래단’ 아이들이 모여 자작곡한 노래를 연습하고 있었다. 이곳에선 아이들이든 청소년이든 모든 동아리를 자체적으로 만들어 운영한다. 어린이기자단도 부모나 어른들의 도움 없이 기획, 취재, 집필까지 본인들이 다 알아서 처리한다. 처음 시작하는 1기를 잘 만들어 놓았더니 2기와 3기가 잘 이어졌다.

2005년도에 박 관장은 ‘누구나 책으로는 평등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책놀이터를 열었다. 처음 이런 장소를 만들 때 원당은 저소득층 아이들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이었다.

도서관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됐고 어른들과 함께하는 야영장, 공연장, 전시장, 캠핑장이 되기도 했다. 아이들은 독서와 영화 동아리, 기타 동아리, 인형극 동아리 등 다양한 내용으로 활동을 했고 발표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함께했다. 늘 살림살이는 어려웠지만 동네사람들과 같이 해결해 나갔다. 세월호 참사 때는 그 가족들에게 편지쓰기를 하는 등 힘든 이웃들과 마음을 나눴다.
 

어린이 책놀이터에서 어린이들이 자원봉사 엄마들 '까망이' 와 요리를 하는 모습 (사진=책놀이터)


사설도서관의 한계, 그리고 고민

2016년 인근에 ‘마상공원 작은도서관’이 생기면서 박 관장은 앞으로 책놀이터가 어떻게 나아갈까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했다. 시가 직영하는 마상공원 작은도서관이 잘 되도록 함께 힘을 쏟아야할 단계인 듯싶었다. 그에 따라 책놀이터를 계속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생겼다. 도서관은 공공의 몫이고 개인이 운영비를 들여서 계속 운영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그와 함께 커뮤니티 센터를 만들어서 교육도 하고 작은 카페나 마을 작업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마을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이런 저런 고민을 하던 중에 최근 이곳이 도시재생 지역으로 선정됐다.

공동체에서의 역할 다시 고민해야

“도시재생에서 필요한 건 주민들의 자발성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지역에는 그런 인력이 없어요. 이곳은 자기 집이 아닌 곳에서 사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이 있죠. 또 도시재생의 핵심은 도시 공동체인데 그 부분도 아직 부족하구요.”

이런 상황에서 책놀이터를 앞으로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미래에 대한 또 다른 모색이 필요한 단계다. 그를 위해 올 1월 한 달간 동아리 활동만 유지하고 책놀이터는 방학을 할 예정이다. 박 관장과 도서관 지킴이 선생님, 도서관 활동가들과 13년간 자원 활동을 해준 학부모 모임 ‘까망이’가 모여서 도시 공동체에서의 역할에 대해 회의하고 공부할 생각이다.

책놀이터는 개인이 시작한 작은도서관이 마을 사람들과 함께한 공간이 된 경우여서 의미가 아주 크다. 어린이, 장애인, 어르신들에게 책 읽어주기 등 그동안 마을공동체 안에서 다양한 역할을 했다. 이곳의 자원활동가 중 한 명은 “도시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이 커서 힘들 때 가장 먼저 생각나고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마음의 고향과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아이가 올해 수능을 봤고, 그런 아이들이 다시 와서 청소년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부모 모임도 잘 진행됐다. 가장 좋았던 점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들도 책놀이터를 통해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는 것.

“그림을 그리며 놀던 아이들이 미대를 준비하고 있고, 배우가 꿈이었던 분은 시민극단의 배우가 됐고, 회원들끼리 10년 계획으로 여행 계를 만들어 여행을 준비하고 있어요. 여기서는 나이, 성별, 정파 그 모든 것을 초월해서 만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마을 어르신들에게 책을 읽어드리는 '까망이' (사진=책놀이터)


여전히 모두가 행복한 공간이었으면

그동안 이곳은 언제나, 정기적으로 열려있어서 누구나 와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곳이었다. 상근과 반상근 지킴이 선생님 2명이 붙박이로 도서관을 지키는 것을 고집해 왔다. 그 덕분에 늘 아이들에게 친밀하고 익숙한 공간이었다. 공동체에서 열려있는 일상적인 공간으로서의 의미가 컸던 것.

“고양시에서 책놀이터처럼 오래 운영된 경우는 거의 없는데, 함께 운영했던 사람들의 힘 덕분이었다고 생각해요. 그 역사가 잘 기억되고 잘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도시재생은 공간을 새로 꾸미는 것보다 누가, 어떻게 움직이는가가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이야기들이 도시재생의 화두가 됐으면 좋겠어요.”

책놀이터와 같은 작은도서관은 일상적인 공동체 공간으로서 많은 장점이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런 공간이 만들어진 것이다. 도시재생 사업 자체가 잘 되기를 바라지만 걱정은 여전하다.

“책을 중심으로 도서관 역할을 하려고 만든 곳에서 사람들이 만나 자연스럽게 좋은 공동체가 형성이 된 것은 놀라운 일이었어요. 처음에는 우리 아이가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됐지만, 이 동네 아이들이 좋은 책을 읽고, 이 동네 사람들이 좋은 만남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조금씩 성장해 온 것이 그동안 유지된 힘이었죠. 그 힘이 공공의 영역에서 어떻게 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인 것 같아요. 어느 공간이든 우리가 행복하고 사람들이 행복한 공간이어야 한다는 생각에는 일치해요. 이제 책놀이터는 그동안 진행했던 ‘시즌1’을 마무리하고 ‘시즌2’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도시재생사업 시범지역으로 선정된 어린이 책놀이터 전경
어린이 책놀이터에서 자원봉사 아빠들 '누렁소' 회원이 책을 읽어주는 모습 (사진=책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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