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설문학상 수상한 정수남 작가

‘파라다이스 유료낚시터’로 수상 영예
불안한 미래에 직면한 퇴직 중년 주인공
“올해 ‘우리동네 연작’ 집필 집중할 것”


 

고양시에 거주하는 정수남 소설가가 43회 한국소설문학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고양신문] 지난해까지 고양작가회의를 10년 동안 이끌었던 소설가 정수남 작가가 43회 한국소설문학상 수상의 기쁨을 안았다. 한국소설문학상은 1975년 한국소설가협회가 제정한 상으로 김원일, 최일남, 한승원, 김주영, 한승원, 한강, 은희경 등 한국문단의 내로라하는 거장들이 역대 수상작가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한 해 동안 문예지에 발표된 중·단편을 대상으로 심사를 진행하는데, 올해는 지난해 ‘한국소설’ 2월호에 게재한 정수남 작가의 단편 ‘파라다이스 유료낚시터 - 우리동네풍경 1’이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정수남 작가를 그가 장로로 시무하는 풍동의 한 교회에서 만나보았다.

수상을 축하한다. 수상작은 어떤 이야기인가.

유료 낚시터를 찾는 인물들을 등장시켜 정년퇴직하고 긴 실버시대를 맞닥뜨리는 중년 이후 세대들의 불확실한 전망과 불안감을 그렸다. 낚시터에서 만난 이들이 그렇듯, 가까이 있는 이들과도 관계가 있는 듯 없는 듯 살아가는 심리를 묘사했다. 짧지만 복합적인 구조를 소설속에 넣어 생각을 다양하게 찾아내는 묘미를 던지고자 했다.

‘우리동네풍경 1’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재작년부터 집필을 시작한 ‘우리동네 연작’의 첫 작품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네 주변에서 소설의 제재를 찾아 현대인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담고자 하는 기획이다. 현재 기사식당을 무대로 한 2편 ‘가나안 기사식당’을 완성했고, 3편 ‘실로암 대중목욕탕’을 쓰고 있다. 그밖에 마을 노인정 등도 구상하고 있다. 7편 정도의 작품이 완성되면 『정수남의 우리동네 연작』 소설집으로 묶을 예정이다.

파라다이스, 가나안, 실로암 등 공간 이름을 독특하게 선택한 이유가 있나.

파라다이스는 낙원이고, 가나안과 실로암은 성경에 나오는 장소다. 서민들의 열망을 담은 이름이지만, 쉽게 도달하지 못하는 곳이기도 하다. 모두가 행복한 삶을 바라지만 현실은 팍팍하고 불확실하니까. 내용을 미리 밝히자면 ‘가나안 기사식당’은 촛불이냐, 태극기냐로 여론이 갈리던 시절에 “한 끼 밥 먹는 게 더 중요하다”는 소박한 바람을 담은 이야기다. 장님이 눈을 뜬 연못 이름인 ‘실로암’을 차용한 3편은 모두가 발가벗고 있음에도 서로의 속내를 믿지 못하는 현대인들의 불신 풍조를 그리고자 한다.

이웃에 사는 작가가 쓴 ‘장소’에 대한 연작 소설이라 더 흥미롭다. 실재하는 공간이 모델인가.

그렇다. 파라다이스 유료낚시터는 파주 문산 인근의 낚시터를 모델로 삼았고, 기사식당은 통일로변의 한 식당에서 커다란 옛날돈가스를 먹으며 이야기를 구상했다. 대중목욕탕 역시 주엽동에 있는 사우나가 무대다. 내 생활공간 주변에서 주제에 맞는 공간을 찾기도 하고, 공간에 어울리는 이야기를 펼치기도 할 예정이다.

실제로 낚시를 즐기나.

낚시를 꽤 잘한다(웃음).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취미다. 아버지가 쓰시던 오래된 대나무 낚싯대도 유물처럼 간직하고 있다. 가까이 파주나 포천에 자주 낚시를 간다. 강화도에도 좋은 낚시터가 많고. 낚시는 소설가에게 참 좋은 취미다. 소설을 구상할 때 밤새 찌를 보며 이렇게 저렇게 머리를 굴리면 이야기가 풀린다. 낚시를 못 갈 때는 집(풍동 숲속마을) 근처 식골공원을 혼자 꿍얼꿍얼 산책하며 이야기를 매만지곤 한다.

등장인물의 연령대는 어떻게 설정하나.

대개 중·노년이다. 젊은이들의 세상은 내가 들여다본다고 해도 정확히 알기 어렵다. 소설가는 아무래도 자기가 살아가는 세대의 세태와 정서를 드러내는 게 좋다고 본다. 내가 잡아낼 수 있는 범위에서 이야기를 전개해야 설득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학적 이력을 소개해달라.

실향민 2세대로 실향민들이 모여 살던 남산 밑 후암동에서 자라며 남대문 초등학교를 다녔다. 당시 유명한 동요 시인 윤석중 선생님이 교장이었는데, 교내 백일장에서 4학년이었던 내가 장원을 하자 머리를 쓰다듬으며 “넌 이다음에 큰 작가가 되겠구나”라고 칭찬을 해 주셨다. 그게 나의 뇌리에 각인돼 그 때부터 ‘난 이 다음에 큰 작가가 될 거야’라는 말을 주문처럼 외우고 살았다. 1984년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지금까지 소설을 붙들고 한 길을 걸어왔다.
 

정수남 작가가 펴낸 책들, 맨 왼쪽 '작가연대'는 정수남 작가가 이끌어온 고양작가회의에서 발행하는 문예지다.


초등학교 때의 결심이 학창시절 내내 이어진 것 같다.

용산고등학교를 다녔는데, 문예반에 시인 정희성, 극작가 정하연, 소설가 윤후명 등이 또래였다. ‘문원’이라는 문집을 묶어낼 만큼 문예반 활동이 활발했다. 학교 밖에선 ‘학원’이라는 잡지를 통해 글을 발표하며 최인호, 손용상 같은 친구들과 문학을 논하며 어울렸다. 당시 소설가 정비석 선생이 후암동에 살았는데, 무작정 찾아가 “소설 쓰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조르기도 했다. 돈암동으로 안수길 선생을 찾아가기도 했고. 그만큼 배움에 목말핬던 것이다. 지금 돌아보니 아무것도 모르면서 중뿔나게 목소리를 높였던 치기 어린 문청 시절이 쑥스럽기도 하고 그립기도 하다(웃음).

지역에서 후진을 양성하고 있는데.

1997년부터 후곡마을에서 일산문학학교를 운영하며 20명 가까운 작가를 등단시켰고, 중고등학교 아이들에게 일찍이 문학을 제대로 가르치고자 노력하기도 했다. 지금도 조그마한 공간을 이어오고 있다.

고양시작가회의를 오랫동안 이끌었다.

2006년 창립해 10년 동안 회장으로 있다가 지난해 내려놓았다. 한국작가회의 고양지부 승인을 받았고, 현재 50여 명 작가가 활동하고 있다. 고양작가회의에서 발행하는 문예지 ‘작가연대’는 지금까지 12호가 나왔다. 회원들에게 작품 발표 지면도 제공하고, 외부의 좋은 작품도 싣는 전국을 표방하는 문예지다. 작가회의 외에도 고양포럼, 고양평화종교인회의, 100만자치연대회의 등 지역 운동에 힘닿는 대로 참여했다. 시민 스스로 우리의 권리를 제대로 찾아야겠다는 생각에서다.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달라.

작가로서 올해는 앞서 말한 ‘우리동네 연작’에 집중하며 보내려 한다. 평생 그랬듯, 늘 세상과 사람에 대한 관심과 탐구의 시선을 놓지 않는 현역 작가로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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