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철들어볼까요? > 절기이야기(2) 경칩

꽁꽁 얼었던 땅에서 피어나 봄소식을 알리는 냉이꽃.

 
[고양신문] 3월 6일이 경칩이다. 『한서(漢書)』에는 열 ‘계(啓)’자와 겨울잠을 자는 벌레 ‘칩(蟄)’자를 써서 ‘계칩(啓蟄)’이라고 기록했었지만 나중에 한(漢)나라 경제(景帝)의 이름인 계(啓)를 피해 놀랠 ‘경(驚)’자를 써서 경칩(驚蟄)으로 바꾸었다.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땅속에서 겨울잠 자던 벌레가 놀라서 깨어나는 날이다. 그런데 벌레 말고 개구리도 이즈음 겨울잠에서 깨어난다. 계곡물에 산란하는 산개구리는 비몽사몽 잠에서 깨어나 알을 낳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고, 두꺼비는 해마다 어김없이 경칩이면 나타나 짝짓기를 시작한다.

올림픽 빙상경기처럼 ‘레디~’하고 신호를 주는 것도 아닌데 겨울잠에 빠져있던 벌레와 개구리는 어떻게 알고 일제히 뛰쳐나오는 걸까. 비밀의 열쇠는 기온에 있는 듯하다. 입춘과 우수를 지나면서 낮기온이 영상대를 회복하면 땅이 밤에는 얼었다 낮에는 녹았다 하며 부풀어 오른다. 땅이 변하기 시작하면서 그 안에 있던 씨앗도, 벌레도, 개구리도 잠에서 깨어나 밖으로 나온다.
 

짝짓기가 한창인 두꺼비.


우수와 경칩이 지나면 대동강물이 풀린다고 하며 봄기운이 완연해진다. 이미 남도에서는 복수초, 노루귀, 수선화 같은 풀꽃과 매화, 동백꽃의 개화 소식이 들려온다. 쑥, 냉이, 달래, 씀바귀 같은 쌉싸래한 봄나물을 먹으면 입맛도 돌고 간과 비장의 기운도 충전돼 일 년을 힘차게 달릴 만반의 준비를 마칠 수 있다.

옛사람들은 이날 산이나 논의 물이 괸 곳을 찾아다니며, 몸이 건강해지기를 바라면서 개구리나 도롱뇽의 알을 건져 먹었다고 한다. 해마다 경칩이면 ‘00에 사는 50대 3명이 두꺼비알을 개구리알로 잘못 알고 먹은 후 모두 사망했다’는 뉴스를 접할 수 있었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이런 뉴스가 들리지 않으니 참으로 다행이다. 요즘은 개구리와 도롱뇽 알이 흔하지도 않거니와 먹으면 벌금형이다. 개구리와 뱀은 야생동식물보호법 포획 금지종으로 보호되고 있다. 직접 불법 포획하지 않아도 불법 포획된 개구리를 먹기만 해도 처벌을 받는다. 좋은 음식이 많으니 개구리알은 먹지 마시길.

개구리알과 두꺼비알을 구분하는 법을 알려드린다. 먹으라는 뜻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라. 개구리알은 껍질 벗긴 포도알을 모아놓은 것처럼 동글동글한 알이 뭉텅이로 모여 있다. 도롱뇽 알은 길쭉한 주머니에 담겨있다. 두꺼비알은 긴 끈처럼 이어져있다. 따로 보면 구분이 쉽지만 섞여있으면 일반인들은 쉽게 구분하기 어려우니 ‘잘 자라라’하는 마음을 담아 바라만 보자.
 

산개구리.
개구리알.

 
산과 들에서 경칩이 다가오는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 도시에서의 신호는 새들의 지저귐이다.  우수였던 지난 2월 19일, 일산의 자그마한 학교숲에서 직박구리 한 쌍이 예쁜 소리로 지저귀며 ‘나 잡아봐라~’하듯 사랑의 춤을 추는 것을 포착했다. 까치도 둥지를 고쳐지으며 짝짓기를 준비하고 있다. 우수, 경칩 즈음에는 새들의 노랫소리가 아름다운 구애소리로 바뀐다. 도시에 까치와 참새, 비둘기나 있지 뭐가 있겠나 싶지만 그렇지 않다. 아파트와 공원의 숲에도 다양한 새들이 깃들어 산다. 참새, 박새류, 직박구리, 멧비둘기, 딱따구리, 지빠귀, 붉은머리오목눈이 등 많은 새들이 더불어 살아간다.

겨울잠 자던 벌레와 개구리가 깨어나오는 경칩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추위로 움츠렸던 몸을 펼치고 기지개켜며 정신을 깨워야겠다. 나는 누구이며, 올해는 무엇을 할 것이고, 한 해를 위해 이번 봄에는 무엇을 준비할지, 계절을 통해 배우고 생각하며 깨어있는 정신으로 2018년을 살아보자.   
 

물 오른 버들강아지.
꽃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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