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승엽 신임 고양문화원장

방규동 원장 이어 11대 문화원장 취임
사업별 내실 다져 시민참여 확대 역점
“전통 계승하며 새로운 문화 창출하고파” 

 

 


[고양신문] 고양시 전통문화의 보급창고 역할을 하는 고양문화원을 이끌어갈 신임 원장으로 이승엽 벽제농협 조합장이 선출됐다. 이승엽 신임 원장은 지난달 28일 열린 정기총회에서 회원 만장일치의 지지를 얻으며 고양문화원의 새로운 선장으로 추대돼 오는 16일 열릴 이·취임식에서 취임 인사를 할 예정이다. 10대와 11대를 역임하며 고양문화원의 역할과 위상을 크게 신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방규동 전 원장은 많은 이들의 경하 속에 퇴임하게 된다.

이승엽 신임 원장은 고양 토박이다. 성석초등학교, 고양중학교, 고양농고(지금의 고양고등학교)를 거쳐 농협대를 졸업한 그는 농협에서만 45년을 근무하며 크고 작은 업적을 남겼다. 탄탄한 경영으로 전국에서도 이름난 농협으로 성장한 벽제농협의 역사가 고스란히 이승엽 조합장의 삶과 겹쳐진다.

‘농협맨’으로 평생을 살아왔지만, 고양문화원장이라는 새로운 직함도 새삼스러울 건 없다. 농업을 중심으로 한 마을공동체의 문화에 관심을 기울이다보니 자연스레 고양문화원과 깊은 인연을 맺어왔기 때문이다.

2002년도에 고양문화원 회원이 된 그는 이사와 감사를 거쳐 수년간 부원장으로 일하며 안팎의 두터운 신임을 쌓아왔다. 호수공원 노래하는 분수대 광장 옆 멋진 한옥 건물인 고양문화원을 찾아가 이승엽 신임 원장을 만나보았다.

취임을 축하한다.
많은 분들의 지지와 기대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전임 방규동 원장이 좋은 토대를 마련해주고 자리를 물려주셨다. 문화원만이 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들을 잘 계승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주변 분들의 협력과 조언을 이끌어내려 한다.

농협에서 오랜 이력을 쌓았는데.
고양의 전통문화는 농경문화와 떼려야 뗄 수 없다. 사실 지금까지 문화원장을 거쳐 간 일곱 분 중 세 명이 농협 조합장 출신이다. 나 역시 농경문화를 지키는 것이 전통과 향토문화를 보존하는 것과 자연스레 연결된다는 생각에서 농협에 있으면서 문화원 활동을 병행했다.
벽제농협을 이끌며 쌓은 조직관리와 인맥, 지자체와의 협력 경험을 잘 살리려 한다.
문화원의 굵직한 행사는 주로 주말에 열린다. 그동안 주말마다 지역민들의 주례 요청이 많았는데, 앞으로 주례를 좀 거절해도 섭섭해 하지 않으시면 좋겠다(웃음).

고양문화원의 역할은 무엇인가.
1984년 문을 연 고양문화원은 점차 사라져가는 고양의 역사와 문화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 할 수 있다. 남아있는 유·무형 문화는 잘 보존하고, 잊혀진 전통문화를 새롭게 발굴하고 찾아내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역할이다. 나아가 전통을 바탕으로 신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를 창달하는 것 역시 고양문화원에 맡겨진 중요한 책무다.
구체적으로 마을마다 이어져 온 전통놀이를 상설 공연하는 장을 제공하고, 전통문화강좌인 문화예술마당을 운영해 시민들에게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학술세미나와 책자 발간을 통해 전통문화에 새로운 의미를 조명하기도 한다.

타 지자체 문화원과 비교한다면.
활동의 영역과 내용 면에서 경기도 내 으뜸이라고 자부한다. 무엇보다도 다른 곳은 강좌 운영 중심인데, 고양문화원은 전통의 보존과 발굴이라는 문화원 본연의 역할을 균형있게 수행하고 있다. 고양땅이 워낙 깊은 역사와 풍부한 향토문화 자산을 품고 있는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대표적인 사업을 소개해 달라.
새해 해맞이 행사를 시작으로 정월 대보름 행사, 행주대첩제, 행주서원 춘추향제, 각종 전통공연 발표회, 최영장군 위령굿까지 다양한 행사가 일 년 내내 이어진다. 숫자로는 시 지원사업이 30여 개, 위탁과 공모사업이 20여 개나 된다. 행사 예산을 다 합치면 10억원 가까이 된다. 이렇듯 다양한 사업의 규모 자체가 그동안 고양문화원의 넉넉한 역량을 보여줬다는 증거다. 
여기에 30여 과목, 50여 수업의 문화예술마당강좌가 바쁘게 돌아간다. 요즘엔 가는 곳마다 문화강좌가 열리지만, 전통문화만큼은 고양문화원 강좌가 최상의 품질을 자랑하기 때문에 참가자들의 호응과 만족도가 무척 높다.

최근 학술·출판 활동이 두드러진다.
매년 행주산성, 한강, 최영 장군 등 고양의 깊은 역사를 보여주는 주제를 잡아 집중적인 연구와 출판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시의 지원으로 사라져가는 전통마을의 유·무형 유산을 발로 뛰며 기록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올해 경기문화재단 지원을 추가로 받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앞으로 5년 정도 꾸준히 진행하면 고양시의 모든 마을을 아우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학술·출판 사업을 위해 인력 풀도 확대할 예정이다. 고양학연구소는 학계 석학들로 구성된 전문 연구단체이고, 지역의 검증된 필진들도 문화원 사업에 적극 합류하고 있다. 여기에 고양시 구석구석을 누빌 생활문화기자단을 새로 꾸릴 계획이다. 지역에 관심이 있고 글쓰기에 관심 있는 이들을 20여 명 선발할 예정인데, 소정의 교육과정을 거친 후 앞서 소개한 마을기록사업에서 활약할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새롭게 펼치고자 하는 사업은.
우선은 새로운 일을 벌이는 것보다 그동안 했던 일들을 착실히 계승하고, 한 단계 성숙하게 정착하도록 힘쓰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하나하나의 행사와 사업에 시민들이 보다 많이 참여해 가치와 의미를 느낄 수 있도록 내실을 기하겠다는 얘기다. 그래야 어려운 여건을 무릅쓰고 참여하는 전통문화 계승자들도 긍지와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고양향교, 성균관유림회, 씨족협회, 향토문화보존회 등 고양땅의 전통문화를 지키는 여러 단체들과 유대와 협력을 돈독히 해 화합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독자들에게 인사를 전해달라.
고양시는 깊고 넉넉한 역사와 문화를 품고 있는 땅이지만, 도시화에 따른 개발이 급격히 진행되며 안타깝게도 전통문화가 점점 훼손되거나 잊혀지고 있다. 새로운 문화를 거스를 수는 없지만, 전통문화가 함께 공존해야 우리의 삶이 더욱 풍요로워진다. 문화는 보존하고 독려하지 않으면 사라진다. 농사에서 토종 종자를 귀하게 보존하듯, 문화도 전통문화, 향토문화를 잘 보존해야 한다. 무심히 보면 시시해 보이지만, 내용을 알고 바라보면 멋과 재미, 그리고 의미를 함께 찾을 수 있는 게 전통문화다. 
고양문화원이 무슨 일을 하고 있나 조금만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흥미를 끄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찾아와 함께 즐겨보기를 권한다. 고양시민이면 누구나 일 년에 몇 번은 고양문화원을 찾는 날이 오기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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