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 드론 산업의 현재와 미래

2018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에서 평창의 밤하늘을 수놓으며 드론쇼가 큰 화제였다. 전국의 각 전문 교육원에는 국가자격증 취득 방법과 수강신청 문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고, 고양시에 있는 항공대, 일렉버드UAV의 무인항공기교육원 등 수도권 지역에 있는 전문 교육원은 수강생 정원이 몇 달까지 예약이 꽉 차있다고 한다. 민간자격증 교육 과정도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다.   

고양신문은 올해 초부터 ‘드론 산업의 현재와 미래’ 기획연재를 통해 최근 일고 있는 드론 열풍의 현실을 진단했고, 드론을 활용해 시설물 안전진단과 사고예방에 나서고 있는 전문가와 드론 교육 현장의 전문 교관 이야기를 전했다. 

이번호에서는 평생을 전자제품 수리기사로 살아오다가 초경량비행장치 조종자 자격에 이어 지도조종자(드론 교관)와 실기평가 조종자 자격증까지 잇달아 취득해 강릉무인항공교육원까지 낸 백형순 원장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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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산업의 현재와 미래 
① 문을 열며 – 드론 1.5세대가 바라보는 드론 이야기
② 드론으로 새 삶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 (상)
   드론으로 새 삶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 (중)
   드론으로 새 삶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 (하)
③ 전문가에게 듣는 드론 산업 현황
④ 한국 드론 산업의 문제점과 정책방향
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드론 산업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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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사고로 다리 절단 
전자제품 수리하며 드론 접해
드론 관련 자격증 모두 취득 
해상구조 활동 참여, 교육원도 설립”

 

해수욕장에서 드론으로 실시간으로 해상 안전 모니터링을 하고 비상시에는 드론에 탑재한 구명 튜브를 통해 인명을 구조할 수도 있다.

 

행신역에서 새벽 첫 KTX를 타고 백형순 강릉무인항공교육원장을 만나러 간 것은 2018평창동계올림픽이 막 개막하기 직전이었다. 오랜만에 찾은 강릉역에 내리자 날씨가 살을 에듯 차가웠지만 “웰컴 투 강릉. 어서 타세요”라며 승합차에서 기자를 부르는 백 원장의 목소리는 강원도의 공기만큼이나 맑고 쾌청했다. 

백형순 원장은 올해 나이가 60세다. 사실 그가 무인 비행체에 대해 처음 알고 관심을 가진 것은 20년도 넘었다고 했다. 사는 곳이 강변역 아파트이다 보니 당시 엔진이 달린 헬기를 날리는 사람들을 보며 관심은 있었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인해 자신은 값이 싼 모형 비행기를 구입해 날려보곤 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드론에 대해 알게 되고 배운 것은 채 5년이 안됐고 최근 1년이라는 긴 시간과 적지 않은 돈을 쏟아부어 드론에 관련된 모든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 몸이 많이 불편해보입니다.
“중학교 때 교통사고가 나서 왼쪽 무릎 이하를 절단한 몸으로 평생을 살아왔습니다. 사고로 인해 뼈가 갈린 발가락을 유지한 채 동네의원과 병원에서 며칠을 허비하다가 발이 썩어가기 시작했어요. 나중에서야 원주기독병원으로 옮겼지만 어쩔 수 없이 다리를 절단할 수밖에 없었어요.”

1960년대 한국 사회의 열악한 의료 환경과 무지가 빚어낸 비극이었다. 백 원장은 원래가 내성적인 성격인데다가 몸이 그렇게 되다보니 사람들 앞에 나서거나 제대로 말을 하는 것도 힘들었고 마음고생이 여간이 아니었다. 그런 어린 시절 환경이 나중에 직업 선택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 원래 하시던 일이 전자제품 수리업이었다고 하던데.
“네, 학교 졸업하고 바로 기술을 배워 거의 평생을 전자제품 수리업에 종사해왔습니다.”

- 어떻게 그 일을 하게 된 건가요.
“중학교를 마쳐갈 무렵 몸도 불편한 내가 학교를 더 많이 다니면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등학교 입학시험은 봤지만 진학은 하지 않았습니다. 당시에는 굳이 고등학교나 대학에 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죠. 다리 때문에 군대도 면제이고 하니 기술을 배워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바로 전자제품 수리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죠.”

백형순 원장

- 앉아서 고장 난 제품 수리를 하는 것은 그리 힘들지는 않았겠네요. 
“아니오. 그렇지 않아요. 기술을 배우고 일할 수 있는 곳이 주로 큰 전자제품 대리점이었는데 수리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배달도 해야 했거든요. 지팡이를 짚고 다니면서 배달을 했어요. 전자제품이 점점 대형화 되다보니 불편한 다리 때문에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어요. 하지만 다들 그렇지만 저 역시 먹고 살려면 악착같이 일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 역시 한 가정의 가장이었으니까요.”

그가 가끔 아이들에게 “나는 평생 내가 할 수 있는 조건 이상의 일을 했다”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이유도 바로 그런 책임감과 치열함 때문이다. 

- 전자제품 수리업을 하다가 어떻게 드론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나요.
“전자제품 수리를 하다 보니 드론 기체 수리를 맡기러 온 사람들도 있었어요. 어차피 드론도 전자제품 중 하나이고 별 생각 없이 수리를 해주었고, 그때부터 드론이 무엇이고 어디에 쓰는 것인지는 대충은 알고 있었죠.” 

- 드론 관련 자격증까지 취득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드론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면서 동호회 활동도 하게 됐어요. 나중에는 지역 모임인 드론하이테크의 회장까지 맡게 됐죠. 회장이 됐으니 이왕이면 자격증도 따야겠다고 생각하고 2016년 12월에 드론교육원에 다 전화를 해서 알아봤어요. 그때는 전국에 교육원이 6곳밖에 없었는데 다른 곳은 다 수강이 어렵다고 하고 일산에 있는 일렉버드UAV의 무인항공기교육원에서만 수강이 가능하다고 하더군요. 동호회원 3명이 짐을 싸서 3주간 일산에서 먹고 자면서 교육을 받았습니다. 나이 들어 하루 종일 이론교육을 받으면서 시뮬레이션 연습을 하다 보니 나중에는 구토까지 날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비싼 수강료를 낸 만큼 열심히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어요.(웃음)” 

- 초경량비행장치 실기평가 조종자 자격증까지 모두 취득하는데 시간과 비용도 만만치 않았을 텐데. 
“그렇죠. 2017년 1월에 조종자 자격, 여름에는 교관 자격, 마침내 올해 1월에는 실기평가 조종자 자격까지 취득하는 1년 동안 교육비뿐 아니라 숙식비, 교통비 등을 포함하면 생각했던 것보다 꽤 많은 비용이 들었어요.”

 

강원도 강릉 경포대해수욕장에서 드론수상인명구조대 대원으로 활동한 백형순 강릉무인항공교육원장(사진 가장 오른쪽)

 

- 지난 여름에는 해수욕장에서 드론을 활용한 인명구조 활동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네. 가톨릭관동대학교 학생창업 기업인 에어블루(Air Blue)가 강릉시청 관광과의 오더를 받아 진행했던 활동에 함께 참여했어요. 한참 성수기에 경포대해수욕장에서 5명의 드론수상안전대원 중 한명으로 투입됐죠. 실시간으로 해상 안전 모니터링을 하고 비상시에는 드론에 탑재한 구명 튜브를 통해 인명을 구조하는 역할이었어요. 큰 사고 없이 잘 마무리 됐습니다. 강원도 속초시에 가서 드론 수상구조 시연을 진행한 적도 있습니다. 드론을 활용한 해양 구조 활동은 앞으로 전국적으로 점점 더 확대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 올해로 60세가 됐는데 새롭게 드론교육원까지 설립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60이면 아직 청춘이죠. 건강하면 내가 다 할 수 있는 일도 몸이 불편하다보니 사람을 고용해서 일을 시킨다는 것이 참 힘들었어요. 교육원을 통해 내가 다른 사람에게 무엇인가를 전해줄 수 있다는 기대감이 가장 큽니다. 사실 저는 대외적인 활동에는 제약이 많기 때문에 뜻이 맞는 여러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도 좋은 점이죠.” 

- 드론에 대한 인식이 아직 보편화 되지 않아 힘든 점도 많을 텐데요.
“교육원만 덜컥 만들었지 정작 비행장 확보가 안돼서 아직 본격적인 교육을 못하고 있는 것이 큰 애로사항이에요. 회원들과 함께 길을 찾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동해시는 민-관 협력 하에 시 차원에서 교육원을 설립한다는 이야기도 들리던데, 강릉시에서도 동계올림픽이 끝나면 많은 관심을 갖고 지원해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오늘 백 원장으로부터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강릉무인항공교육원이 이달 13일 강원도립대학교와 산학협력을 체결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용사업 등록만 나면 도립대학 내의 시설과 장소를 활용해 본격적으로 드론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그는 전했다. 

 

강릉무인항공교육원과 강원도립대학교가 지난 13일 드론 교육에 대해 산학협력을 체결했다.

 

- 드론 산업에 대해서는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강릉에 있는 방송사 기자 중 한 사람은 드론을 회사비용이 아닌 개인비용으로 구입해서 취재를 하고 있더군요. 방송용 카메라를 개인 돈으로 구입해서 쓰는 경우는 없잖아요. 사람들이 드론에 대해 관심은 많지만 아직 제대로 된 인식은 없다는 큰 방증인거 같아요. 하지만 저희가 진행했던 해상안전 구조, 산림청 솔잎혹파리 제거 등 고고도 방제, 불법어로나 하천 감시, 측량, 구조물 안전 진단 등에 드론이 크게 활용될 것은 틀림없습니다. 드론축구, 드론레이싱, 드론아트 등 분야도 다양하게 확대될 것이라고 봅니다. 한번 상상을 해봅시다. 큰 화판에 물감을 뿌려놓아요. 그 위에 드론을 띄워서 물감이 퍼져나가도록 세밀한 조종을 하면 그동안 우리가 보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예술 작품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권구영 기자·김기휘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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