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은동 주택가 군사방벽 관리 소홀 방치
담장 뚫리고 초소 잠금장치마저 열려
“학교 가는 길 바로 옆, 대낮도 무서워”
텃밭 경작 ㆍ 사적 점유 과도하게 진행

 

덕은동 마을 학생들이 매일 이용하는 통학로 바로 옆 군부대 방벽 담장이 뚫려있고 콘크리트 초소  철문도 개방돼 있어 주민들이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고양신문] 학생들이 이용하는 통학로 바로 옆 군부대 콘크리트 초소가 개방된 채 방치되고 있어 주민들이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해당 지역은 고양시 덕양구 덕은동 64번길 주변으로, 화전119안전센터에서 망월산으로 올라가는 마을길 중간지점이다. 이곳에는 70년대 만들어진 토성 형태의 군사시설(방벽)이 500m가량 이어져 있는데, 군부대의 관리 부실로 담장 곳곳이 뚫린 채 방치되고 있다. 게다가 방벽을 따라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된 콘크리트 초소의 철문 잠금장치마저 훼손돼 방벽 바로 옆 마을길과 지하보도를 이용하는 학생과 주민들에게 불안감을 주고 있다.

이 지역은 그린벨트와 군사보호구역으로 묶여있던 자연마을이었는데, 몇 년 전부터 개발제한이 단계적으로 풀리면서 마을 한가운데 빌라 단지가 조성됐다. 이에 따라 초등학생을 포함한 학생들이 많이 늘어 군부대 방벽 아래로 난 지하보도를 이용해 1km가량 떨어진 덕은초등학교와 덕양중학교로 통학하고 있다.

방벽에는 시설에 대한 접근과 사진촬영을 금한다는 경고문이 일정한 간격으로 걸려있지만, 현실은 경고문구를 무색케 한다. 마을주민 김모씨는 “통학로에서 몇 m 떨어지지 않은 곳에 어두컴컴한 콘크리트 동굴이 입구의 자물쇠가 열린 채 입을 벌리고 있어 범죄 현장으로 악용될까봐 걱정스럽다”며 우려를 표했다. 실제 초소는 안쪽으로 깊고 어두운 공간이 뚫려 있어 만에 하나 내부에서 불의의 상황이 벌어져도 외부에 구조요청을 하기 힘든 구조다. 외부 시선이 차단되다 보니 청소년들의 비행 공간으로 사용될 여지도 있다.

더욱이 가로등도 설치되지 않은 곳이라 해가 지면 우려는 더 커진다. 방벽 지하보도를 지나 학교에 다닌다는 한 초등학생은 “초소에서 누가 튀어나올 것 같아 낮에도 무섭다”면서 “밤에는 아예 집 밖에 나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마을주민 역시 “자녀들이 학교에 가는 길 바로 옆에 어두컴컴한 콘크리트굴이 아무 대책 없이 여러 개 방치되고 있다는 게 말이 되냐”면서 군부대에서 하루 빨리 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했다.
 

잠금장치가 개방된 채 방치된 군부대 방벽 초소 입구.


시설 훼손과 연관된 또 하나의 문제는 일부 주민들의 텃밭 경작이다. 몇 달 전 방벽 위 아카시아나무가 일부 벌목되는 과정에서 담장 일부 구간이 아예 사라지고, 방벽 토성 위까지 경작지로 전용되고 있다. 유휴지를 활용해 텃밭을 경작하는 행위는 현실적으로 관행처럼 묵인되고 있긴 하지만, 엄연히 불법이다. 그럼에도 덕은동 방벽 주변에는 담장 중간에 사적으로 출입문을 만들기도 하고, 콘크리트 초소 역시 경작자들이 농기구를 보관하는 등 군용지와 군사시설의 사적 점유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담장 안쪽의 상황. 군부대 땅인데 일부 주민들의 텃밭 경작이 아무 제재 없이 이뤄지고 있다.

경작을 하는 한 주민은 “군부대가 관리하지 않고 방치되는 땅에서 소일 삼아 텃밭을 가꾸는 것이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경작에 반대한다는 한 주민은 “경작 자체보다는, 경작지 주변의 초소만 출입문이 훼손된 것에서 보듯 경작자들이 본의 아니게 위험요소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덕은동 방벽처럼 현실적으로 무용지물로 방치되는 군사용지가 고양시 곳곳에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참에 방치되는 군사용지에 대해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한 보다 발전적인 관리 방안이 제시되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보탰다.

군부대의 방벽 관리에 구멍이 뚫린 데는 이유가 있다. 최근 덕은동 방벽의 관리주체가 A부대에서 B부대로 이전되는 과정에서 현장 파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관리 공백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B부대 관계자는 “시설 관리부대와 활용부대가 이원화되면서 점검이 소홀했던 것 같다”며 관리 부실을 인정했다. 이어 “콘크리트 초소 철문 잠금장치는 바로 보완조치할 것이고, 담장 유실과 불법 영농작업 문제는 실태를 정확히 파악해 빠른 시일 안에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방벽 바로 아래를 통과하는 지하보도 부근은 담장 훼손이 가장 심각하게 진행돼 불법 경작지가 방벽 위 토성까지 올라갔다.
방벽을 따라 설치된 담장 곳곳이 뚫려 있다. 사적으로 달아놓은 것으로 보이는 출입문도 눈에 띈다.
콘크리트 초소가 텃밭 경작주민의 농기구 보관창고로 이용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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