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필리버스터 시즌Ⅲ 마무리
장르 폭 넓히고 소통형 강의 첫 시도
올해도 ‘청중 필리버스터’ 2명 탄생

 

올해로 3년째 진행 중인 아람누리도서관의 인문학 필리버스터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올해는 특히 새로운 강사진을 발굴하고, 대화 형식의 새로운 강의를 시도하기도 했다. 사진은 마지막 강사로 초청된 박영신 연세대 명예교수가 참가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고양신문] 고양시 아람누리도서관에서만 만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강연 프로그램 ‘인문학 필리버스터’ 시즌Ⅲ가 지난 13일과 14일 이틀간의 짧고 뜨거운 일정을 마무리했다. ‘강의하는 시민과 질문하는 시민의 만남’이라는 콘셉트로 진행되는 인문학 필리버스터는 고양시민으로만 구성된 다양한 분야의 특급 강사진이 이틀 동안 10개의 강의를 연이어 펼치는 지식의 향연장이다.

올해로 3년차를 맞는 인문학 필리버스터는 예년과 조금 다른 시도를 했다. 그동안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강사진이 포괄적 주제를 다뤘다면, 이번에는 좀 더 세밀하고 구체적인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다. 페미니즘을 다룬 김양희 젠더앤리더십 대표, 평화에 대한 생각의 지평을 넓혀 준 정주진 평화학자, 언론과 재판에 대해 강연한 오용규 사법연수원 교수 등이 새롭게 발굴된 지역의 강사진들이다. 강사들의 성비도 5대 5로 균형을 이뤘고, 대중강연을 많이 하는 강사들과 대학 강단에만 서는 강사들을 고루 초청했다. 지역에 소재한 전문기관인 사법연수원과 EBS교육방송과의 협력을 이끌어낸 것도 긍정적 성과다.

하지만 금요일부터 일정이 시작되고, 강의 주제의 전문성이 강화되다보니 참가자 숫자는 예년에 비해 조금 줄었다. 행사를 준비한 아람누리도서관 이선화 사서는 “시민들의 요구와 주제의 심화 중 어떤 방향을 택할 것인가에 대한 과제를 남겼다”면서도 “내친김에 내년에는 좀 더 논란이 있는 주제를 던져 찬·반 토론을 해 보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고 말했다.

마지막 강의가 진행된 14일 저녁, 강사로 나선 박영신 연세대 명예교수는 조금 특별한 형식으로 주어진 시간을 진행했다. 일방소통의 강의 대신 참가자 모두가 참여하는 대화를 시도한 것. 필리버스터 역사상 첫 시도라 주최측이 걱정도 했지만, 다행히 진지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오가며 ‘우리는 어떤 국민인가’에 대한 고민을 나눴다.

종료 후에는 10강을 모두 수강한 ‘청중 필리버스터’ 2명에게 작은 시상이 진행됐다. 시상식에는 지역서점도서상품권을 후원한 고양시서점연합회 김남인 회장이 참석해 수상자들을 축하했다.
 

10개의 강의를 모두 수강한 '청중 필리버스터'에게는 고양시도서관센터와 고양시서점연합회가 수여하는 상장과 부상이 주어졌다. (사진 왼쪽부터)수상을 대행한 박영신 교수, 청충필리버스터 최윤희ㆍ김동자씨, 김남인 고양시서점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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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청중필리버스터 최윤희ㆍ김동자씨 

올해도 2명의 청중 필리버스터가 탄생했다. 둘 다 60대 여성인 최윤희씨와 김동자씨가 주인공이다. 이틀 동안 10개의 강의를 하나도 빼먹지 않고 모두 들은 두 사람을 만나보았다.

 

“도서관의 탄탄한 인적 네트워크 놀라워요”

- 청중필리버스터 최윤희씨

 

최윤희씨는 “얼떨결에 청중필리버스터가 됐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틀 동안 연속 진행하는 강좌인 줄 모르고 줄줄이 수강신청 했다가 전 강좌를 듣게 됐기 때문이다. 막상 도전해 보니 아주 흥미롭고 특별한 시간이었다고 한다.

다른 지역의 도서관을 두루 다녀봤다는 최씨는 아람누리도서관의 시설과 프로그램 기획력을 높이 평가했다.
“아람누리도서관의 인적 네트워크가 탄탄하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어요. 고양시에 거주하는 강사들로만 이렇게 탁월한 강좌를 꾸릴 수 있다는 게 놀라워요.”

그는 이번 시리즈 강연에서 언론과 재판, 페이크 뉴스에 대한 강의를 흥미롭게 들었다고 했다. 미술과 패션디자인, 외교안보학 등을 공부했고 일본어 강사 등 다양한 경력을 지닌 최씨는 국제적 안목을 지닌 고급독자다. 그가 기대하는 도서관의 미래는 뭘까?

“종이로 된 책과 신문이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시대에, 문자 정보의 가치를 이어가는 막중한 책임이 도서관에 있다고 봐요. 그러한 역할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지금처럼 다양하고 유익한 강좌를 더 많이 열어주시기 바랍니다.”
 

청중 필리버스터상을 수상한 김동자씨(사진 왼쪽)와 최윤희씨.

 

“도서관은 늘 설렘을 주는 곳”

-청중필리버스터 김동자씨

 

“14일에 다른 일정이 있었는데, 마침 약속이 미뤄지는 바람에 내친 김에 맘먹고 10강을 다 들었지요.”
또 한 명의 청중필리버스터인 김동자씨는 평소 도서관에서 열리는 강의를 꼼꼼히 챙겨 듣는 적극적인 수강자다. 하지만 지적 편식이 좀 있었는데, 인문학 필리버스터 덕분에 특정 분야에 대한 선입견을 해소하는 쾌감을 맛보았다고 한다.
“페미니즘에 대해 눈이 트이는 느낌이었어요. 단순히 여성의 권리 요구 문제가 아니라, 생태적 사유와 연결되며 인간성과 사회성을 올바로 회복하는 하나의 길이 페미니즘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거든요.”

페미니즘 외에도 정윤수 성공회대 교수의 도시와 기억, 문태준 시인의 어머니와 나의 시 강의가 너무 좋았다며 행사를 기획해 준 아람누리도서관측에 고마움을 표했다.

일주일에 두세 번은 꼭 아람누리도서관에 들른다는 김씨는 도서관에 대한 깊은 신뢰와 애정을 아낌없이 표현했다.
“7년 전 고양시로 이사를 왔는데, 가장 만족스러운 게 도서관 환경이었어요. 도서관을 자주 찾으며 책을 만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며 제 스스로를 성장시킨다는 느낌이 참 좋습니다.”

오랫동안 학원을 운영한 후 청소년 진로상담 경력도 있는 김씨는 지난해 수필문학가로 등단하기도 했다. 글쓰기의 토대를 닦은 곳 역시 도서관이다.
“도서관은 우리가 잃어가는 인간성의 뿌리를 지키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각자의 관심에 맞는 지식을 깊게 하기도 하고, 미처 보지 못했던 세상을 보여주기도 하니까요. 다음에는 또 어떤 책과 사람을 만날지, 도서관은 늘 설렘을 주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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