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고물상에서 일 시키고 임금 안 줘

고물상에서 일 시키고 임금 안 줘
열악한 콘테이너에서 숙식
10년 전 동일 범죄, 관리 사각지대  


 

복지시설을 사칭한 시설 원장이 수년간 장애인과 노인의 노동력을 착취한 것으로 알려진 설문동의 한 고물상.

[고양신문] 장애인 복지시설을 가장해 장애인과 노인의 노동력과 보조금을 착취한 시설 원장이 고양시에 의해 고발조치됐다. 고양시 장애인복지과는 지적장애인 3명을 자신이 운영하는 고양시 일산동구 설문동의 한 재활용폐기물 수거시설(고물상)에서 일을 시키고 임금을 지불하지 않은 A장애인시설 김모(61세)원장을 일산동부경찰서에 수사 의뢰했다.

고양시에서 오랫동안 장애인시설 원장으로 행세해온 김 원장은 임금 착취는 물론, 함께 생활하고 있는 장애인 6명의 기초생활수급보조금과 장애인연금까지 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장의 행각은 고물상 인근에서 생활하는 한 주민의 제보로 인해 세상에 알려졌다. 제보를 접한 시 장애인복지과는 현장에 가 실상을 파악하고 인권착취와 임금 체불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장애인들을 긴급 이동 조치했다. 시 관계자는 “생활환경이 한눈에 보기에도 너무 열악했고, 피해자들이 모두 기초생활수급비 등 개인 통장 일체를 김 원장 부부에게 맡겼다고 진술하고 있어 이산 조치를 서둘렀다”고 말했다.

김 원장이 데리고 있던 6명의 장애인 중 노동 능력이 있는 3명은 고물상 콘테이너숙소에서 숙식을 하며 일을 했고, 시각장애 등 복합장애를 겪고 있어 노동 능력이 전혀 없는 나머지 3명은 고물상에서 4㎞ 정도 떨어진 김 원장의 집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김 원장의 혐의는 다양하다. 우선 인가를 받지 않은 시설에서 장애인을 거주시키며 장애인들에게 1인당 80만~90만원가량 지급되는 정부지원금을 착복했다. 또한 지속적인 노동을 시키고 임금을 지불하지 않았다. 심지어 한 장애인 명의로 차량 3대를 구입한 뒤 수년간 자동차세와 과태료 등을 내지 않았다. 명의를 도용당한 장애인이 짊어지게 된 체납액 규모는 2000만원에 이른다. 이와 함께 김 원장이 A장애인시설을 이용해 지역사회의 기부금과 성금을 착복했을 가능성도 수사중이다.

김 원장은 10년 전에도 장애인 8명에게 지급되는 보조금을 갈취한 혐의로 법적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 당시 시설이 폐쇄됐지만 김 원장은 얼마 지나지 않아 버젓이 동일한 범죄를 되풀이했다. 김 원장은 “장애인들 앞으로 지급된 수급비와 보조금은 당사자들이 정상적인 관리 능력이 없어 대신 관리해준 것뿐”이라며 “장애인들의 생활비를 충당하는 데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김 원장의 손아귀에서 벗어났지만, 긴급 이송 조치된 장애인들이 어디에서 생활하게 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현재 정신질환 정도가 심한 한 피해자는 정신장애시설에 보호조치됐고, 나머지는 긴급구조대상자가 30일간 머무는 단기보호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가족 등 연고자를 파악해서 인계를 하는 방향으로 사후 처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오랫동안 김 원장과 생활하며 가족과의 연락이 끊긴 장애인도 있어 순조로운 인계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한편 김 원장이 운영하는 고물상에는 장애인과 함께 고령의 노인 한 명도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한 채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력을 착취당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시 노인복지과는 “사건 현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콘테이너에 거주하는 이모(77세)씨를 발견해 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이송 조치했다”고 밝혔다.

노인복지과에서 은행에 동행 확인한 결과 이씨가 수령하고 있는 기초생활수급비 등 정부보조금은 다행히 김 원장이 손대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이씨 역시 장애인들과 마찬가지로 화장실도 없는 열악한 콘테이너에서 거주하며 고물상에서 일했지만,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이씨는 “김 원장이 가끔 몇 십 만원을 용돈 쓰라고 준 게 전부”였다고 말했다.

노인복지과 관계자는 “생활환경이 열악하고 김 원장으로부터 지속적인 인권 착취의 우려가 있어 일단 지역의 모 노인복지기관으로 이씨의 거처를 옮겼다”고 전했다. 이어 “김 원장이 이씨에게 지속적으로 전화를 걸며 접촉을 시도하고 있어 당분간 전화기를 꺼 놓고 김 원장과의 접촉을 피할 것을 당부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자녀들과  연락이 두절된 지 6년이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다행히 여동생과 연락이 닿아 이씨의 현재 형편을 전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 원장이 장애인 착취와 함께 노인착취 가능성에도 주목하며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미인가 시설에 거주하며 복지 사각지대에 방치되는 장애인들이 더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특히 10년 전 문제를 일으킨 시설 원장이 동일한 범죄를 반복한 것을 관계당국에서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는 사실에 대해 비판 여론이 높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소수의 인원이 가정집이나 작업장에서 생활하는 것을 일일이 파악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역부족”이라며 “유사한 사실이 발견되면 최대한 긴급하고 효율적으로 대처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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