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자치와 시민주권 강화 위한 정책을 묻다' 고양시장 후보자 초청토론회

‘풀뿌리자치와 시민주권 강화를 위한 정책을 묻는다’ 토론회에는 김영환, 김유임, 박윤희, 이재준 후보가 출석해 각자의 정책 소신을 밝혔다.

[고양신문] 2010년 전국 최초로 시정공동운영 자치도시를 표방하며 선거연합을 이뤄냈던 고양시. 하지만 민선 5, 6기를 거치면서 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제도적 측면에서 진일보했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내용적 측면에서 형식논리에 그쳤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풀뿌리자치와 시민주권 강화를 위해 앞으로 어떤 정책들이 마련되어야 할까. 고양신문과 ㈔고양풀뿌리공동체는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고양시장 후보들에게 자치도시 고양의 비전을 묻는 토론회를 마련했다. 지난 16일 고양시청 문예회관에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는 오수길 고려사이버대학교 창의공학부 교수와 권명애 고양시민사회연대회의 집행위원장의 발제에 이어 민주당 시장후보 경선주자인 김영환·김유임·이재준·박윤희 예비후보(가나다 순)가 참석한 가운데 2시간 넘게 열띤 토론이 펼쳐졌다. 3선 도전을 준비하는 최성 시장과 자유한국당 이동환 예비후보, 정의당 박수택 예비후보는 일정 등의 이유로 참석하지 못했다. 

주민에게 책임과 권한 부여해야
오수길 교수는 작년 경기연구원의 용역으로 진행된 ‘고양시 자치도시모델 분석연구’를 근거로 민선 5, 6기 고양시 자치도시 추진현황과 한계점,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발제를 진행했다. 오수길 교수는 “고양시 자치도시 실험은 시민사회가 기존 저항세력에서 공존적 관계로, 통치의 객체에서 통치의 주체로 거듭날 수 있도록 시스템 전환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과거 공공서비스의 대상에 불과했던 시민을 의무와 권한을 지닌 권리자로 규정하면서 “선거에만 주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 시정참여가 보장되는 진정한 도시의 주인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이야기했다. 때문에 고양시 자치도시 모델은 ‘시민에게 실질적 권한과 참여가 얼마나 보장되었는가’가 중요한 과제이며 시장은 제도마련뿐만 아니라 ‘어떻게 하면 권한과 영향력을 주민의 생활과 마을단위에 내려보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민선 5, 6기 고양시 자치도시 추진현실은 어땠을까. 2010년 당시 가장 선도적 모델이었던 고양시정 공동운영기구(시정주민참여위원회)는 선거 이후 제도 바깥에 비공식기구로 전락했으며 주민자치교육부터 중간지원조직까지 모두 지역 시민사회가 아닌 외부 전문기관에 의존하는 한계를 나타냈다. 주민자치과라는 특정 부서를 제외하고는 ‘행정의 관료화’ 또한 여전했다. 오수길 교수는 “형식적 거버넌스는 마련됐을지 몰라도 내용적인 부분은 부족했다”며 “특히 시정주민참여위원회 활동과정에서 시의회의 견제와 보여주기식 행정 등으로 인해 새롭게 등장한 주민주체들에게 제대로 힘을 실어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관건은 ‘자치도시의 목적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오수길 교수는 “자치도시의 목표는 시정을 주민중심, 생활정치 중심으로 이끌어가는 것”이라며 “시장 혼자서 이끌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에게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고 아래로부터 움직이게 해야한다”고 이야기했다. 

시민 100명 참여 ‘고양민회’ 구성하자
이어 발제를 맡은 권명애 집행위원장은 시민주권을 실질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시장에게 부여된 제왕적 권력에 대한 견제 ▲직접민주제 도입 ▲시정참여 활성화 및 주민자치 강화 ▲시의회에 대한 감시견제 등을 제안했다. 특히 시민들의 시정운영참여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기존의 시정주민참여위원회를 (가칭)고양민회로 확대 개편”할 것을 제안했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고양민회는 6개 분야별 참여단과 기획단을 포함한 약 100명의 규모로 이뤄지며 구성인원은 각 분야별로 20%이내의 전문가가 참여하되 나머지는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한 시민들 중에서 무작위 추첨을 통해 선발하게 된다. 임기는 1년, 1회에 한해 연임이 가능토록 하며 참여한 인원들은 일정한 교육과정을 거친 뒤 숙의민주주의를 통한 일상적 민의 수렴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민회는 주민의견 수렴뿐만 아니라 정책 결정 권한까지 가지게 되며 특히 민관협력 방식으로 각 분야별 도시계획 및 발전계획까지 수립할 수 있도록 한다. 

아울러 권명애 집행위원장은 “주민자치회장뿐만 아니라 동장에 대한 직선제 추진을 통해 주민대표성을 강화하는 한편 자체 예산편성권 등 권한을 부여할 것” 등을 제안했다. 

박윤희, 시정참여위 대신 주민자치회 강화해야
발제에 이어 토론자로 참여한 4명의 고양시장 후보들은 ‘주민자치 강화와 시민참여 활성화’라는 대전제에 대해서는 모두 동의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권명애 집행위원장이 제안한 정책안에 대해서는 저마다 입장차를 나타냈다. 

박윤희 후보는 “시정주민참여위원회는 위상이 모호하고 시민들의 대표성을 갖기도 힘든데다가 의회와 역할도 겹치는 상황”이라며 행정조직 간소화를 위해 현재의 시정주민참여위원회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대신 그는 현재 시범 운영되고 있는 주민자치회의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민자치회는 기존 주민자치위원회와 달리 주민대표성을 지니는 만큼 주민자치회 차원에서 민회를 대신할 동별 주민총회를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주민참여예산제 또한 주민자치회를 중심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게 박 후보의 입장이다.

아울러 아파트 도시인 고양시의 특성상 아파트입주회가 실질적인 자치기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유임, 민회 통해 도시계획도 논의
김유임 후보는 권명애 집행위원장의 제안에 “적극 동의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김 후보는 “시장이 될 경우 예산편성단계부터 의회와 주민들에게 권한을 나눌 생각”이라며 “아울러 경기도의원 당시 실험했던 모델처럼 의회에서 대표를 뽑으면 집행부를 감시감독할 수 있도록 하고 의견을 나누는 시스템을 마련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특히 고양민회에 대해 “예산방향이 결정되는 8월경부터 시작해 시민들의 참여로 숙의토론을 진행하고 그 결과물의 창구를 일원화한다면 고양시가 모범적인 숙의민주주의 모델로 거듭날 수 있을 것 같다”며 긍정적으로 봤다. 

아울러 김유임 후보는 “시장이 된다면 결정권자가 아닌 각종 거버넌스의 관리자로서 의견반영을 실효화 시킬 것”이라며 “민회를 통해 시민들과 함께 도시계획을 재디자인 해보고 싶은 꿈을 갖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김영환, '집행'기능 대신 ‘감시견제’역할 높여야
김영환 후보 또한 고양민회 제안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민회가 집행 권한까지 가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회역할과 충돌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시장이 결심한다고 해서 실행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대신 ‘시스템과 제도 구축’을 통한 시정참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김 의원은 “각종 시정운영 방안에 대해 민회가 숙의민주주의형태로 시민의견을 모으고 감시와 견제의 역할을 맡는다면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김영환 후보는 “저는 시장의 시정이 아닌 시민의 시정을 만들기 위해 권한을 내려놓을 준비가 되어있다”며 “시정을 감시견제하기 위한 방안으로 의회역할의 강화, 시민감사관제, 시민감리관제, 인사청문회 도입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재준, 상설기구 보다는 ‘공론장’ 역할로
반면 이재준 후보는 고양민회에 대해 “제도로서는 좋다고 생각하지만 운영방식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르다”고 말했다. 상설기구가 아닌 공론화위원회처럼 특정 사안에 대해 논의하고 시정에 어떻게 반영되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하는 제도로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는 “민회는 현재 대의제를 보완하는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민회가 새로운 정책 아젠다 등을 제안하고 시에서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이야기했다. 

아울러 이 후보는 “제도논의보다 실질적 지방자치를 위한 권한확보와 그 이행과정을 어떻게 가져갈까를 고민하는 게 더 급선무”라며 “새로운 정책에 앞서 현재 고양시 위원회 제도부터 개편 보완해 독립성을 보장하고 권한확보 및 실질적 역할을 담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시민참여 확대를 위해서는 제도개선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의 정주의식을 높이고 ‘우리 마을문제를 우리가 해결할 수 있다’는 경험을 쌓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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