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효덕 경기서북부하나센터장

고양시, 탈북민 전입률 높은 도시 중 하나
초기집중교육과 통합지원사업 펼쳐
“지역사회의 따뜻한 관심과 지원 기대”

 

지난 3월 문을 연 경기서북부하나센터 안효덕 센터장. 오랫동안 남북하나재단에서 일하며 다양한 업무를 경험한, 탈북민 지원정책 전문가다.

 
[고양신문]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반도에 평화의 훈풍이 불어오면서, 누구보다도 마음 설레는 이들 중 하나가 북한이탈주민(이하 탈북민)들이다. 2018년 현재 우리나라의 탈북민은 3만1000여 명에 이른다. 이들 중 5%에 해당하는 1450여 명이 고양, 파주, 김포 등 경기서북부 4개 시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안정된 지역 정착을 돕기 위해 지난 3월 경기서북부하나센터(이하 서북부센터)가 일산동구 백석동에 문을 열었다. 안효덕 센터장을 만나 하나센터의 역할과 사업 전반에 대해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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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센터는 어떤 역할을 하는 곳인가.

탈북민이 남한으로 넘어오면 가장 먼저 국정원 심사를 거친 후, 통일부 산하 하나원에서 12주 사회적응교육을 받는다. 교육을 마치면 각각 임대아파트를 배정받아 전국 각지로 흩어져 터를 잡는다. 이들을 대상으로 자기가 살아갈 지역에 대해 초기집중교육을 하는 곳이 바로 지역의 하나센터다. 관할지역으로 전입되는 탈북민들의 지역사회 적응을 돕는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경기서북부하나센터가 새롭게 문을 연 이유는.

고양·파주·김포는 최근들어 전입률이 가장 높은 지자체 중 하나다. 새로 지어지는 임대아파트가 많고, 탈북민들에게 적합한 일자리가 주변에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전국 25번째, 경기도에서 5번째 하나센터를 3개 시의 중심인 고양에 연 것이다. 일반적으로 하나센터는 사회복지법인이나 NGO단체 등에 위탁을 맡기지만, 서북부센터는 지역의 중요성을 고려해 국내 탈북민지원사업을 총괄하는 남북하나재단이 직접 운영한다.

초기 전입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뭔가.

하나원에서 12주간의 교육을 받는다고는 하지만, 전혀 다른 체제에서 살다 왔기 때문에 탈북민들에게 남한에서의 삶은 하나부터 열까지 난관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대중교통 이용, 금융거래 등의 일상,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일 등에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가장 절실한 것은 역시 경제적 문제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탈북민들은 하나원을 나올 때 1000만원의 정착금을 받는다. 하지만 이 돈으로 임대아파트 보증금을 넣고 나면 남는 돈이 별로 없다. 탈북과정에서 브로커 비용을 빚 지고 오는 경우도 많다. 당장 첫 달부터 뭔가 일을 하지 않으면 생활 자체를 유지하기 어렵다. 물론 정부와 지자체에서 취업혜택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모든 탈북민들을 돌보기엔 역부족인 게 사실이다. 취업을 했다 해도 능력과 문화, 정서적 문제로 안정적으로 직장을 다니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안타까운 얘기지만, 적지 않은 탈북민들이 취업을 포기하고 기초생활수급비에 의존해 살아가기도 한다.

하나센터의 지속적 역할이 필요해 보인다.

맞다. 그래서 기본 역할인 초기집중교육과 함께 최근에는 다양한 통합지원사업의 비중을 점점 늘려가고 있다. 외래어교육, 생계와 의료지원사업 등을 통해 최소한의 생활여건을 돌보고, 안정적인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한 탈북민들이 안정적인 소속감을 갖도록 하기 위해 지역사회와 연계한 심리안정지원사업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한마디로 일상에서 부딪히는 모든 분야에서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현재 서북부센터 11명의 직원 중 4명이 심리상담을, 3명이 취업상담과 지원을 전담하고 있다.

탈북민들의 고용정책은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하나.

탈북민들의 상황과 국내 경제의 현실을 잘 고려해 적절한 일자리를 찾아줘야 하는데, 당연히 쉽지 않은 과제다. 젊은 층 모두가 취업난을 겪고 있는 현실 아닌가. 안정적으로 오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아내고, 그 일을 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일이 절실하다.

탈북민에 대한 고양시 지역사회의 관심은.

지역의 기관, 단체와 협력해 지원을 이끌어내는 일도 하나센터의 주요 역할이다. 센터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고양시는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자원봉사 인력이 풍부한, 참 마음씨 좋은 동네다. 탈북민 전입자가 임대아파트에 입주하며 처음 만나는 남쪽 사람이 바로 정착도우미 자원봉사자들이다. 이들이 3일간 아파트 입주 청소를 비롯해 이런 저런 도움을 준다. 고양시에는 거룩한빛광성교회, 관산성당 등의 협조로 4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도움의 손길을 주고 있다.

지역사회에 바람이 있다면.

탈북민들을 도우려는 좋은 뜻이 오해나 왜곡되는 일 없이 잘 전달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도 발생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소통의 장애를 겪는 모습을 종종 본다. 탈북민에게 우리 사회의 정서에 맞추라고 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탈북민들의 형편과 심리적 어려움에 대해 사전에 충분히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고양시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이웃들이 보다 많은 관심과 애정을 기울여주길 기대한다.
 

"고양시의 이웃이 된 탈북민들에게 지역사회의 따뜻한 관심과 지원을 보여주시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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