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사람들> 윤경옥 ‘산아래 꽃차 연구원’ 원장

[고양신문] “어릴적부터 봐왔던 흐드러지게 핀 야생초들을 식용으로 키우며, 오감 사로잡는 꽃차를 연구하고 있어요.”

윤경옥(60세) 산아래 꽃차 연구원장이 사는 곳은 덕양구 현천동 대덕산 산자락 아래 동네다. 그런데 최근들어 현천동 부분개발로 15가구가 다른 곳으로 이주를 해야되는데, 윤 원장도 그런 상황이어서 고민에 빠졌다.

더 좋은 환경으로 갈 수 있다고 기대하는 이웃들도 있다. 하지만 윤 원장에게는 고개를 들면 눈앞에 아른거리는 대덕산 자락과 오직 삽과 괭이로 일군 다락논 느낌의 텃밭에서 자라고 있는 구절초, 개똥쑥, 씀바퀴, 엉겅퀴 등의 야생초가 자꾸만 생각나기 때문에 발길이 쉽게 떨어지질 않는다.

윤 원장이 여태껏 머물렀던 집은 벽면이 모두 캔버스가 됐다. 파스텔 톤으로 수시로 다양한 그림을 직접 그렸고, 옹기종기 놓아둔 기왓장 소품 하나, 정원 장식품인 화산석까지 어느 것 하나 정겹지 않은 게 없다. 심지어 방마다 꽃차, 바느질, 그림 등으로 주제가 있는 스토리를 담아서 마니아들과 함께 꽃차시음, 손바느질, 그림그리기를 했다.

윤 원장은 “전국에서 카카오스토리를 보고 찾아와서 공유하며 감성을 느낀 시간들이 태산처럼 쌓인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그런 추억이 있는 대덕산 자락의 그림 같은 풍경을 이번 봄날에 그대로 옮긴 곳이 서정마을 정류장 인근에 자리잡은 ‘산아래 꽃차 연구원’이다. 이곳 또한 너른 창 아래에 화산석 돌들이 울타리를 두르고 풍로초, 앵초, 돌단풍, 으아리, 알프스 민들레 등이 작은 정원을 이루고 있어 지나는 길손들의 발길을 머물게 한다.

연구원 내부에는 20여 년간 금화규, 구절초, 금계국, 수레국화 등의 식용꽃차 100여 종이 정성껏 덖음 과정을 거친 후 다양한 용기에 담겨서 진열돼 있다.

꽃차 관계 협회에서 ‘꽃차소믈리에 특급’ 과정까지 취득한 윤 원장은 “꽃차 효능을 알려달라고 하는 이들이 있는데 즐거운 마음으로 마시면 모든 꽃차가 약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대답했다. 이곳 연구원에서는 대덕산 자락과 현천동 등 600여 평에서 정성껏 재배한 식용꽃으로 꽃차 덖음 교육을 비롯해 재료에 따라 새로운 먹거리가 되는꽃부각, 꽃장아찌, 꽃얼음, 꽃양갱 등도 교육생들과 함께 연구와 실험 등을 해 나갈 계획이다.

윤 원장은 헤어 디자이너로 33년간 미용실을 운영했던 경력도 있으며 그 당시 어르신들께 재능기부 차원으로 미용봉사를 펼친 적도 있다. 6년 전 작고한 친정어머니의 솜씨를 그대로 물려받은 듯 윤 원장의 남다른 솜씨는 동네 벽화 그리기에도 한몫했다.

우리 꽃차가 전통차로 거듭나는 날을 꿈꾼다는 윤경옥 원장은 “꿀벌들이 일어나서 수정하기 전 새벽 5시부터 부지런히 꽃들을 수확해서 오랜 시간 덖음 과정을 통해 그 향기로움을 눈으로 보고 입으로 맛을 느끼며 온몸으로 감동받는 시간들이 마냥 행복한 꽃차 여행이다”라며 누구든지 체험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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