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사람, 평화가 있는 파주 게스트하우스 3곳

[고양신문] 일상에 얽매어 사는 사람들에게 휴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황금 같은 시간이다. 올 여름, 책을 좋아한다면 종이 책 향기로 둘러싸인 ‘지혜의 숲’에서 하룻밤 묵으며 휴식을 취해보는 건 어떨까? 아무것도 하지 않고 편히 쉬면서 차 한잔 마시고 산책하고, 책만 보는 거다. 고양시 근처에서 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 3곳을 소개한다. 규모와 형태는 조금씩 다르지만 최근 유행하고 있는 ‘북스테이(bookstay)’가 가능한 곳들이다.

지지향, 실컷 책읽고 작가 방에서 하룻밤

파주출판도시 내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지혜의숲’에 있는 지지향 게스트하우스는 ‘종이의 고향’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객실에는 TV 대신 책이 비치돼 있어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 차분하게 시간을 보내기 좋다. 

지혜의숲은 1, 2, 3섹터로 나뉘어 있고, 이중 3섹터 2층부터 5층이 지지향이다. 이곳 1층 라운지는 24시간 오픈되기 때문에 책의 숲에서 밤을 새울 수도 있다. 혼자, 혹은 가족단위로 와도 좋고, 단체 연수 장소로도 인기다. 객실 크기는 29.75㎡(9평) 정도로 2~3명이 묵을 수 있다.

총 77개의 객실 중 박경리, 박완서, 김훈, 김홍신 등 작가들의 전집이나 소장품으로 꾸민 ‘작가의 방’ 10개가 있다. 특정 출판사의 책으로 꾸민 ‘출판사의 방’도 있다. 시대 흐름에 맞춰 올해 안에 ‘출판미디어의 방’을 추가해 리뉴얼할 예정이다. 인문학과 철학, 영상미디어 관련 책까지 볼 수 있도록 내부 공간을 꾸민다. 이곳의 기획·홍보를 맡고 있는 배진희 팀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이곳은 편히 쉬면서 조용하게 책도 보고 쉴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는 2003년에 지어졌고, 지혜의숲은 2014년 6월 19일에 개관해 올해 만 4주년이 됐어요. 이때 지지향이라는 게스트하우스도 휴식하러 왔다가 책을 읽고 힐링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했죠. 지혜의숲1은 개인으로부터 기증받은 전문 학술도서와 고전문학 책이 많고요. 2와 3은 개인기증과 출판사기증 책으로 일반인들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꾸며져 있어요.”

지혜의숲은 복합문화공간으로 책 관련 전시와 작가와의 만남 등 다양한 행사도 이뤄지고 있다. 7월 27일부터 29일까지 2박3일 동안 '읽어밤’이라는 이름으로 ‘북바캉스’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토요일 밤에는 『쇼코의 미소 』를 쓴 작가 최은영과 문학평론가 강지희와 함께 책을 읽는 시간을 가진다. 책을 읽는 청년들 50명 대상으로, 지쳐 있는 청년들이 책을 읽고 쉬면서 자기계발을 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이번 행사는 진흥원의 공모사업에 선정된 덕분에 참가비 없이 무료로 진행한다. 지혜의숲 편의시설에서 먹고 자고 읽을 수 있다. 반응이 좋으면 유료로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시교육청과 함께 지속적으로 독서캠프도 진행 중이다. 20여 개 학교에서 주말에 1박2일로 참석한다. 8월부터 10월까지 일정이 모두 잡혀있다. 열화당 등 근처 출판사를 둘러보고 명필름에서 영화도 보고 다양한 이벤트에도 참여할 수 있다. 매년 5월에는 ‘어린이 책잔치’의 사전 행사로 아빠와 자녀 1인이 함께하는 1박2일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숙박하고 체험하고 공연도 관람하고 밤에는 천문학 교수가 함께 잔디광장에서 별을 보는 행사도 열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다고 한다.

지혜의숲2는 올 5월에 책 위치를 변경하고 책도 새책으로 바꿨다. 어린이 책도 서가 위치와 구성을 바꾸면서 리뉴얼했다. 최근에 서점도 오픈했는데 특히 어린이 책이 많이 팔린다. 책도 보고 주변을 걷다 쉴 수 있고,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설계한 건축물들도 볼 수 있는 곳. 책과 도시적인 느낌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지지향은 매력적인 곳이다.

주소 : 파주시 회동길 145 파주출판도시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문의 : 031-955-0090

파주출판단지 지혜의숲에 있는 '지지향' 케스트하우스 1층

지지향 내 작가의 방

 

TV 대신 책이 비치된 지지향 게스트하우스 내부
지혜의숲2에서 책에 둘러싸여 책을 보고 있는 사람들

 

모티프원, 글로벌 인생학교

“독서와 여행, 이 두 가지를 한 장소에서 동시에 경험하는 곳이 바로 모티프원의 북스테이입니다.”

세계 각국에서 사람들이 찾아와서 대화를 나누는 덕분에 ‘글로벌 인생학교’라 불리는 모티프원은 창작레지던스&게스트하우스다. 이곳을 운영하는 이안수 대표는 헤이리 예술마을의 촌장이자 사진작가이며 작가다. 모티프원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책 『여행자의 하룻밤』을 보면 이곳이 글로벌 인생학교라 불리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젊은 시절 그는 여행과 음악, 디자인 잡지에서 기자와 편집장 생활을 했다. 그러다가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기자가 방문한 날도 아내와 함께 20일 일정으로 여행 중이었다. 아내가 회사에서 6개월간 휴가를 받은 덕분이다. ‘미얀마ㆍ태국ㆍ라오스 3국의 접경지역인 골든트라이앵글 여행에서 막 돌아와 치앙라이에 있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6월 30일에 돌아올 예정이라니, 운이 좋다면 모티프원에서 그가 이번 여행길에 만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겠다. 그때까지 연극을 하는 큰딸 이나리씨가 모티프원을 관리하고 있다.

모티프원을 2006년 6월에 오픈했으니 12년이 넘었다. 처음 이곳을 설계하면서 "고개를 숙이면 책속의 선인을 만나고 고개를 들면 자연과 대면하겠다는 욕심”으로 서재를 정원과 맞닿는 곳에 배치했다. 건물 초입이자 뒷문 쪽에 위치한 정원은 이제 나무가 우거져서 외부에서는 안이 잘 보이지 않는다. 자연스러움을 좋아하는 이 대표를 닮은 정원이다.

처음에는 이 대표 혼자만의 집필실로 삼을 계획이었지만, 이곳을 방문했던 사람들이 모두 서재를 궁금해 했고 그 안에 머무는 시간을 사랑했다. 생각을 바꿔 모두의 서재로 만들었다. 이렇게 바꾸고 보니 이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또 다른 책 ‘휴먼북’이 되어 줬다. 이곳에 오면 책을 읽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에게 귀 기울이고 자연을 살피는 일도 책의 원전을 읽는 것과 다름없다는 점을 느끼게 된다.

지난 10여 년 동안 80여 개 나라에서 수만 명의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다. 기자가 방문한 날은 마침 대구에서 젊은 여성 두 명이 왔다. 책을 좋아하는 이들은 이곳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책을 보면서 쉬러 왔다고 말했다.

처음 오픈할 때 1만5000권 정도였던 책이 지금은 더 늘었다. 책을 쓴 사람들은 자신의 책을 가져다주고, 편집자들은 자신의 출판사 책들을 챙겨다 주고, 꾸준히 신간을 보내주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 화가가 오면 스케치를 남긴다. 덕분에 책장 곳곳에 이 대표를 그린 그림과 다양한 스케치들이 있다. 세월과 기억이 자연스럽게 모이고 쌓여있는 느낌이다.

이처럼 모티프원은 가족적인 분위기로 친밀감을 주는 곳이지만, 객실은 정갈하게 꾸며져서 무척 쾌적하고 아늑해 보인다. 방은 1층과 2층에 각각 2개씩 있다. 2층은 4인 가족이 함께 묵을 수 있을 만큼 널찍하다. 주방도 있어 취사도 가능하다. 중간에는 거실처럼 사용할 수 있는 아담한 공간도 있다. 방을 화이트, 불랙, 블루, 우드 4가지 컨셉트로 꾸며 개성있고 멋스럽다. 이곳에서 식사는 제공되지 않지만 책과 대화가 있어 기분 좋은 곳이다. 그의 책에 사인도 받고 여행이야기도 들을 겸 조만간 다시 방문해야겠다.

주소 :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38-26

문의 : 031-949-0901

헤이리 예술마을에 있는 '모티프원' 1층 서가
모티프원 내부 모습
글로벌 인생학교라 불리는 모티프원
4가지 색으로 꾸며진 객실 중 하나

 

평화를 품은 집, 잊고 지내던 평화를 얻는 곳

도서관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평화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 될 수 있다. 책에 둘러싸여 새소리를 들으며 아침에 눈을 뜨는 것도 행복하겠다.

폭우가 쏟아지던 날, 파주시 파평산 근처에 위치한 평화를 품은 집을 찾아 나섰다. 시골길을 지나 야트막한 산위로 올라가니 집이 3채 나온다. 첫째 집은 올해부터 북스테이가 가능한 집이고, 두 번째 집은 황수경 관장의 자택, 세 번째 건물이 도서관이다. 신발을 벗고 도서관 안으로 들어가니 지하로 내려가듯이 아래쪽으로 내려갈 수 있는 나무 계단이 길게 보인다. 산비탈 지형을 그대로 이용해 짓다보니 이런 구조가 만들어졌다. 겉보기 보다 규모가 크면서도 아늑한 느낌이다.

2014년에 오픈한 ‘평화를 품은 집’은 별도의 숙소가 없었다. 지금도 도서관에서 자려면 개인 침낭을 가져와야 한다. 도서관 자체가 바닥 난방이 잘 되고 곳곳에 편하게 누울 수 있는 곳이어서 아이들이 특히 좋아한다. 올해부터는 도서관을 함께 운영하던 이의 첫 번째 집을 숙소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가정집에서 모든 편의시설을 이용하면서 편안하게 묵을 수 있다. 도서관에서 북스테이를 원하는 이들은 이곳에서 자신만의 도서관으로 즐길 수 있다. 도서관에서 책을 보다 자러 갈 때는 ‘책보따리’를 손에 들려준다. 그 안에 책을 토대로 놀이를 할 수 있게 개발한 카드와 책이 들어 있다.

황 관장은 14년 동안 어린이도서관 ‘꿈꾸는 교실’을 운영했다. 15년차 됐을 때 이곳에 ‘평화를 품은 집’을 새로 오픈해 올해로 만 4년이 됐다. 책과 가까이 하는 사람이다 보니, 평화가 무척 소중하고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평화로운 아이들을 봤을 때 그 평화가 오래 지속되기를 바란다. 예전 학교의 학부모상담실에 있었을 때 학교폭력이나 왕따 같은 일이 왜 일어날까를 생각했고, 폭력적인 아이들에게 평화라는 단어를 어떻게 알려줄 수 있을까를 항상 고민했다. '평화가 기본이 돼야 행복하다'는 생각으로 지금과 같은 도서관을 구상했다. “가까이에 임진강과 DMZ가 있어서 평화라는 주제와 딱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통일이 되면 북한 개성에 북한어린이문학관을 만들고 싶어요.”

초반에는 힘든 일도 있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평화라는 주제로 특화된 전문도서관이 무슨 일을 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했고, 평화와 인권, 환경을 주제로 하는 책들을 갖췄다. 책꽂이 하나 하나에 정성을 쏟아 주제를 정하고 선별한 책들이다. 무게감이 있는 책부터 아이들이 읽을 수 있는 가벼운 그림책까지 평화에 대한 책을 총망라했다. 덕분에 방문 후 재방문하고 이웃들과 함께 찾는 비율이 높다. 앞쪽에 마주 보이는 파평산을 바라보거나 숲속 산책로를 걷는 재미도 특별하다.

평화도서관 외에 세계의 제노사이드 사건을 다루고 있는 ‘제노사이드 역사자료관’과 일본군 위안부 이야기를 닥종이 인형으로 전시한 ‘다락갤러리’, 다양한 주제에 맞춰 영화를 상영하는 ‘명품소극장’, 커피와 천연발효빵을 맛볼 수 있는 ‘카페 소라브레드’가 있다. 또한 ‘평화를품은책출판사’가 있어, 이곳에서 제노사이드와 평화 관련 책이 나오고, 자연과 생태관련 책은 꿈교출판사에서 출간되고 있다. 이미 20여 종의 책을 출판했고, ‘집장’인 남편 명연파씨가 제노사이드 프로그램 연구와 자료 수집을 하고 있다.

“제노사이드가 조금 불편하고 바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지만 알아야 하는 내용이라는 것은 숙지하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 같은 사람이 한 짓이라는 것에 놀라고, 4·3사건 등 우리나라 사람이 그랬다는 것에 놀라기도 해요. 처음 설명할 때부터 끝까지 우는 손님도 있지만, 자연도 보고 커피 마시고 빵도 먹으면서 마음을 풀고 가세요.”

북스테이를 통해 프로그램을 원하면 책뿐만 아니라 영화도 볼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원하는 이들에게는 책 처방도 해준다. 가족들끼리 함께 와서 ‘언제가 행복한지’를 종이에 적어 소품을 만들어 보면서 평소와 달리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많다.

주소 : 파주시 파평산로 389번길 42-19

문의 : 031-953-1625

'평화를 품은 집' 도서관 내부
2층에 있는 제노사이드전시관
평화도서관 내 평품책방
평화를 품은 집의 황수경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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