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공간> 아람누리도서관

예술특성화도서관으로 공간 리뉴얼
풍성한 시각자료 갖춘 예술자료실 오픈

과학저술가 겸 디자이너 김병민 작가가 그린 아람누리도서관 전경. 정발산을 등진 모습이 아닌, 이웃이 사는 마을을 향하고 있는 도서관의 모습을 보여준다.


[고양신문] 책 좀 읽는 이들에게 아람누리도서관은 일찍부터 고양에서 가장 매력적인 도서관으로 꼽혔다. 일산신도시 중심에 자리하고 있어 접근이 편하고, 정발산 기슭과 연결돼 있어 책을 읽다 문득 새소리 바람소리가 궁금해지면 가볍게 뒤편 산책로를 걸을 수도 있다. 공연장과 전시공간을 갖춘 고양아람누리와 이웃하고 있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그래서 고양에 거주하는 문인과 작가, 예술인들이 소리 없이 즐겨 찾는 공간 1호가 바로 아람누리도서관이다.

그런데 최근 아람누리도서관을 찾는 이들로부터 “공간이 어딘지 모르게 변모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눈치가 빠른 이들이다. 아람누리도서관이 지난해부터 예술특성화도서관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부분적 공간 리뉴얼 작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간 리뉴얼이라 하지만 거창하진 않다. 오히려 은근하고 소소해 마음을 넉넉히 열어놓고 살펴야 그 면모가 눈에 들어온다. 숨은그림찾기 하는 설렘으로 아람누리도서관의 새로운 매력을 찾아보자.
 

아람누리도서관의 가장 매력적인 자산은 넓은 통유리창 너머로 펼쳐지는 자연의 풍광이다.


유리창으로 하늘과 숲 바라보는 로비

3층부터 둘러보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다. 3층의 포인트는 시원한 통유리창 너머 푸르른 숲이 보이는 넓은 로비다. 편안한 개인 의자와 작은 탁자가 몇 개 놓여있다. 디지털 자료실이 있는 3층은 인구밀도가 가장 한적한 곳이다. 덕분에 혼자만의 조용한 휴식을 취하려는 이들에게는 이만한 명당이 따로 없다. 도서관에 왔으면 부지런히 책을 보거나 공부를 해야지 뭔 휴식이냐고 말하면 섭섭하다. 책을 읽다가 잠깐 명상에 빠지는(쉬운 말로 멍때리는)재미를 몰라서 하는 소리다.

1인용 의자와 탁자가 놓인 구성은 2층 로비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의자를 창을 향하게 앉아 책장을 넘기다 하늘도 보고, 구름도 보고, 정발산 숲을 훑고 지나는 바람도 구경한다. 또는 두세 명 지인들끼리 탁자에 않아 너무 높지 않은 볼륨으로 속닥거리기도 한다.

사실 예전에는 로비에 이용 편의성이 떨어지는 긴 소파와 이런 저런 정보를 전하는 설치물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 물건들을 과감히 치우자 통유리창 너머의 자연과 햇살이 온전히 돌아왔다.
 

2층 로비에서 편안한 자세로 독서와 창 밖 풍경을 즐기고 있는 이용자.


국내·외 예술관련도서 1만7천권 소장

아람누리도서관 공간 리뉴얼의 알짬은 2층에 새로 문을 연 예술자료실이다. 이곳에는 예술특성화도서관으로서의 기능을 담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예술 관련 서적들을 모아놓았다. 소장도서가 1만7000여 권, 해외 예술잡지도 30여 종을 만날 수 있다.

책들은 장르별로 꼼꼼하게 분류돼 있다. 특히 해당 장르의 국내 도서와 해외 도서를 나란히 배치해 함께 비교하며 찾아보기 쉽도록 했고, 한쪽에는 예술디렉터가 남다른 안목으로 고른 ‘추천도서’ 코너도 있다.
또한 서가 사이에 몇 명이 둘러앉을 수 있는 탁자와 의자를 배치해 예술관련 소모임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했다. 어떤 이는 서가 사이를 장식하는 소품으로 사용하라며 작고 예쁜 클래식기타와 만돌린을 기증하기도 했다.
 

이용자가 예술자료실에 기증한 작은 클래식기타.


예술자료실의 가장 큰 보물은 다른 열람실에서는 만나기 힘든 화집과 사진집들이다. 화집과 사진집은 책수레 모양으로 생긴 화보대에 별도로 모아놓았다. 책을 골라 화보대 위에 척 펼쳐놓고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사이즈도 크고, 색감도 뛰어난 시각 자료들이 이용자들의 발길을 붙든다.

예술자료실 구성을 설계한 박은주 예술디렉터는 “시각체험을 안겨주는 화보와 사진집이야말로 예술자료의 정수”라고 말한다. 그는 특히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국외 도서를 많이 소장했다고 말하며 “시각자료는 외국어 독해능력이 없어도 감상하는데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예술 관련 장서를 1만7000권을 소장하고 있는 예술자료실. 대형 화보와 사진집을 펼쳐볼 수 있는 별도의 화보대도 놓여있다.
 

 

예술자료실 한쪽에 마련된 테이블과 의자. 예술관련 동아리들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다.

 
갤러리·북카페·동아리방 한 곳에

지하 1층으로 내려가 보자. 1~3층이 정보를 만나는 곳이라면, 이곳은 사람을 만나는 곳이다. 예전부터 운영했던 갤러리 빛뜰은 시선을 분산시키는 장식물들을 깔끔하게 정리해 이용자들이 온전히 전시작품 감상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전시 신청을 공모제로 바꿔 보다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소개할 수 있도록 했다.

넓은 로비는 벽돌무늬로 벽면을 장식하고 테이블과 의자를 놓아 본격적인 북카페 스타일로 꾸미고 있다. 한쪽 벽에는 아람누리도서관을 다녀간 작가들의 서명액자를 걸어놓을 자리를 만들어놓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공간이 품은 기억이 고스란히 쌓여갈 것 같다.

이곳에선 가끔 작은 연주회가 열리기도 한다. 공간이 멋지다 보니 무대에 서 보고 싶다는 요청이 이어진다. 이선화 사서는 “조만간 피아노를 놓아 시간을 정해 연주를 들려주려 한다”고 말했다. 도서관은 무조건 정숙해야 한다는 선입견이 또 한 번 깨진다.
 

아람누리도서관 지하공간의 북카페. 편안한 만남과 휴식공간으로 인기가 높다.


그밖에도 100석 규모의 강의실과 작은 동아리방도 새롭게 문을 열었다. 넉넉한 공간을 확보한 덕분에 보다 야심찬 강의 기획도 가능해졌고, 크고 작은 예술 동아리들도 자유롭게 이용할 방을 얻었다.

지하1층과 주차장이 연결된 입구에는 디지털 아트로 아람누리도서관 전경을 그린 작품이 커다란 액자에 담겨 걸려있다. 아람누리도서관을 찍거나 그린 일반적인 작품들과는 바라보는 방향이 좀 다르다. 그림을 그린 과학저술가 겸 디자이너 김병민 작가는 “도서관은 아름다운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 있어야 한다. 그래서 산을 등지지 않고, 마을을 향하도록 그렸다”고 설명한다.

그림과 음악이 있고, 강의와 모임이 수시로 열리는 지하 1층은 문화와 소통의 커뮤니티센터 기능이 점점 커지고 있는 도서관의 새로운 역할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지하 1층 빛뜰 갤러리. 전시 선정을 공모제로 전환해 장르의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아람누리도서관 전경을 그린 과학저술가 김병민 작가. 아람누리도서관의 애정 어린 이용자이기도 하다.

공간이 건네는 나지막한 이야기

리뉴얼 행정을 담당하는 이선화 사서는 “공간이 달라지니 이용자들의 반응과 행동도 바뀌더라. 그 모습을 관찰하는 게 무척 흥미롭다”고 말했다. 공간을 세련되게 바꾸니 찾는 이들의 표정과 행동도 훨씬 자유롭고 행복해 보이더라는 것이다.

박은주 아트디렉터는 “도서관은 무조건 많은 책과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공간에 대한 감각으로 이야기를 건네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소란스럽지 않게 예술 체험 욕구를 가만가만 건드려주는 곳, 아람누리도서관의 전략은 은근하고도 치밀하다.
 

아람누리도서관
고양시 일산동구 중앙로 1286
031-8075-9038
 

지하 1층에 새롭게 단장한 강의실. 규모와 시설이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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