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윤의 하류인문학>

김경윤 인문학 작가

[고양신문] 지면으로나마 새롭게 고양시장이 된 이재준님께 축하의 말씀 올립니다. 돈도 없고 빽도 없는 위치에서 진정성과 성실성으로 고양시장이 되는 모습을 보면서, 민주당원도 아니지만, 나 자신이 당선된 것 같은 기쁨이 없었다고 말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조금 과장된 표현을 하자면, 과거 노무현님이 대통령이 된 것과 유사하다 할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시장님은 노무현 대통령의 비서이기도 하셨지요. 역사는 한 번은 비극으로 또 한 번은 희극으로 반복된다는데, 시장님의 앞날이 우스꽝스러운 소극이 아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촛불혁명은 아래로부터 시작된 혁명입니다. 그 혁명은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시장님은 그 혁명의 와중에서 탄생된 작은 권력입니다. 작다고는 하지만 인구 100만 명이 넘는 고양시이고 보면, 대한민국의 인구 5000만 명의 50분의 1이니 결코 적은 인구는 아닙니다. 대한민국 혁명의 진원지로 손색이 없습니다. 고양시민들은 시장님과 함께 촛불혁명의 불길이 더욱더 활활 타오르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상선약수(上善若水), 일찍이 노자는 지도자의 길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물은 아래로 흐르고, 다투지 않으며, 남들이 싫어하는 곳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가장 아름다운 존재입니다. 그 아래가 바로 민중의 바다입니다. 물은 모든 것을 끌어안고 바다로 가기에 영원합니다. 영원하기에 사라지지 않습니다. 노자는 춘추전국시대에 명멸하는 권력들을 바라보면 나름의 정치적 지혜를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물이 때로는 분수처럼 솟구치기도 하지만, 그것은 물의 속성은 아닙니다. 그 높은 곳은 한도가 있습니다. 자신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다시 아래로 곤두박질치게 마련입니다. 그것은 비극이 아닙니다. 아래로 유유히 흐르는 거대한 물줄기로 합쳐진다면 곤두박질치는 물은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높은 곳으로 치솟는 물줄기를 부러워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급전직하는 물줄기가 폭포를 이루어 새로운 혁명을 만들어냅니다. 시인 김수영이 그려낸 ‘폭포’는 바로 혁명의 모습이었습니다.

권력에는 이권이 있고, 이권이 있는 곳에 사람들이 모이고, 이권다툼을 조정하는 관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전문적 지식으로 무장하고, 생명이 없는 것들을 화려하게 분식(粉飾)하고, 절차와 이해득실을 따지며 모든 것을 숫자로 환원합니다. 통계와 수치가 그들의 무기입니다. 그 현란한 숫자놀음에 휩싸이다보면, 그 편익을 추구하다보면 정작 중요한 생명이 보이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토건의 역사가 그러하고, 개발과 사업의 역사가 그러합니다. 돈이 사람을 잡아먹는 사례가 얼마나 많습니까?

시장님은 돈으로 당선된 것이 아니라 민중들에 의해 선택된 것입니다. 관료가 뽑은 것이 아니라 시민이 뽑은 사람입니다. 정치권에 기대면 시민을 잃습니다. 정치공학이 정밀한 것 같지만 시민이 없다면 모래 위에 건물을 짓는 것과 같습니다. 거대한 나무도 흙을 잃으면 뿌리째 뽑혀집니다. 그러나 민초들을 보십시오. 그들은 현란하지 않아도, 바람에 누워도 다시 일어섭니다. ‘바람보다 먼저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습니다. 시인이시니 그 이치를 잘 알겠지요.

아래로 내려오세요. 시민들과 함께 흐르세요. 이익이 아니라 생명을 선택하세요. 산의 높이는 골짜기의 깊음 때문에 생기는 것입니다. 그 깊음을 믿으셔야 합니다. 그 깊음에서 시장님이 탄생한 것입니다. 시민들과 함께 대동의 춤을 추는 날을 기다립니다. 건승하십시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