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연속 우수 콜센터 선정된 고양시민원콜센터 운영실태 진단

기본급 깎아 관리자 수당 챙기고
상담원 복지비는 쌈짓돈처럼 썼다
“예산부족 핑계대더니 배신감 느껴”


8년 연속 우수콜센터로 선정되는 등 양질의 상담서비스로 타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는 고양시 민원콜센터. 하지만 정작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는 상담원들은 그동안 사내하청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턱없이 낮은 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에 놓여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아울러 용역업체가 상담원들에게 용역계약서에 책정된 것보다 낮은 기본급을 지급하고 있었으며 심지어 직원들을 위해 쓰여야 할 복지후생비의 상당수가 관리직의 술값, 밥값, 향응 등으로 사용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21일 민주노총 민주연합노조와 정의당 고양 노동위원회, 민원콜센터 상담원 30여명 등은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콜센터 비정규직들이 시와 용역업체가 체결한 계약서에 못 미치는 기본급을 받으면서 각종 업무평가와 경쟁시스템으로 인한 업무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며 처우개선을 촉구했다.

노조 측에 따르면 고양시 민원콜센터는 2008년부터 효성ITX(주)에서 계속 용역을 맡아 현재 상담원 38명과 관리자 7명이 소속돼 있으며 올해 가격제안서에 책정된 계약금액은 총 18억2300여 만원. 이중 일반 상담원의 한 달 기본급은 173만2380원이었다. 하지만 실제 상담원들이 받은 기본급은 2017년 월 136만원, 2018년에는 157만원에 불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작년에만 37만2000원, 올해는 15만8380원이 책정된 금액에 비해 덜 지급된 셈이다.

고양시 측은 용역업체가 기본급을 일부 조정하는 대신 차액으로 각종 수당을 마련해 지급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민원콜센터 팀 관계자는 “계약서에 나온 기본급은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발표한 보통인부노임단가를 기준으로 설계된 것으로 업체에서 실제 급여를 책정할 때는 내부기준에 따라 식비, 근속수당 등이 포함된다”며 “지급된 전체 급여를 기준으로 보면 계약서에 책정된 기본급을 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 급여 지급내역을 확인해본 결과 연차가 낮은 일부 직원의 경우 기본급에 각종 수당을 모두 합해도 여전히 173만원을 밑도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계약서상 책정된 직접인건비(기본급) 이상의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용역계약특수조건의 조항과 상충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여기에 올해 최저임금 상승으로 기본급 차액이 줄어들자 매월 약 450만원의 규모였던 상담원들의 근속수당은 약 36만원으로 대폭 삭감된 반면 관리자 7명에게는 매월 고정적으로 시간외 수당 209만2000원, 기타수당 75만원 등이 꾸준히 지급되고 있었다. 기본급에서 떼어낸 금액이 업체의 입맛에 맞게 악용되는 것 아니냐는 게 노조 측의 입장이다. 김인수 민주연합노조 조직국장은 “정부방침에 따라 급여기준을 책정해놓고 실제 지급은 용역업체 마음대로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반드시 시정조치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심각한 것은 상담원 1인당 6만5000원씩 책정된 복리후생비/회의비의 대부분이 용역업체 관리자들의 쌈짓돈처럼 쓰이고 있다는 부분이다. 장상화 정의당 시의원이 제출받은 복리후생비 사용내역 현황에 따르면 상담원면담, 직원회의 등의 명목으로 매월 수 십 만원이 지출되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해당 상담원들은 “참여한 적이 없다”며 황당해하는 입장이다. 사실상 관리자들의 술값, 밥값으로 유용됐다는 것. 반면 정작 복리후생비로 쓰여야 할 상담원들의 간식비는 올해 예산부족을 핑계로 오히려 줄어들었으며 야간 근무자에게 지급되던 컵라면조차 중단된 상태다.

심지어 올해 2월에는 관리부서인 고양시 민원콜센터 팀 환영회 자리에 관리자들이 동석해 복리후생비 카드로 술값과 노래방을 결제한 내역도 확인됐다. 해당부서측은 “내부회식자리였는데 그쪽(관리자)에서 인사차 찾아온 것”이라며 “2차를 사겠다고 해서 개인 돈으로 내는 줄 알았는데 공금을 썼는지는 전혀 몰랐다”고 해명했다.

9년째 민원콜센터에서 일하고 있다는 이 모 상담원은 “매년 낮은 임금과 열악한 환경 속에서 묵묵히 일해 왔는데 함께 얼굴을 맞대던 관리자들이 그동안 복지후생비를 유용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며 “매번 예산부족 핑계를 대던 모습이 생각나 너무 배신감이 느껴진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장상화 정의당 의원은 “가장 큰 문제점은 계약체결 당시 책정된 금액과 목적에 맞게 비용지출이 이뤄져야 함에도 용역업체가 임의대로 비용지출을 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시민혈세인 만큼 제대로 된 관리가 필요한데 담당부서에서 오히려 방관한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장 의원은 “상담원들의 근본적 처우개선을 위해서는 생활임금이 적용된 인건비 책정과 예산반영이 함께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 관계자는 “이번에 제기된 관리자들의 기타수당 문제나 복리후생비 유용 등에 대해서는 좀더 확인해보겠다”고 했으며 “상담원들의 임금인상 또한 올해 예산에 반영했으며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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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평가에 반성문, 그래도 자부심있었는데...

 

팀별 경쟁, 명절선물도 경쟁
급여 낮고 성과급 경쟁 치열
인권 보호돼야 서비스도 강화


“그동안 나름 고양시를 대표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일했었는데 너무 허탈감이 들어요. 매번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만 듣고 그런 줄 알았는데 정작 저희들 처우개선에 쓰여야 할 돈이 엉뚱하게 사용되고 있을 줄은 몰랐죠.”

고양시민원콜센터가 처음 생겼던 2008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근무해온 김 모 상담원. 20대 때 처음 입사한 뒤 수 만 건의 민원상담업무를 수행하면서 그는 고양시의 얼굴역할을 맡고 있다는 자부심과 만족감을 가지고 일해왔다고 한다. 하지만 입사 10년 차임에도 김씨의 통장에 들어오는 금액은 고작 180여 만원에 불과했다. 최근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으면서 써야 될 생활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지만 정작 급여수준은 제자리걸음이었다. 궁여지책으로 그는 현재 야간에 별도의 아르바이트까지 뛰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 생활비도 문제지만 더 암울한 건 도무지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다는 거에요. 비정규직이다보니 하루아침에 쫓겨날지도 모르는 거고 또 열심히 일한다고 해서 처우가 나아진다는 보장도 없잖아요.”

민원콜센터 상담원들이 겪는 어려움은 비단 낮은 급여문제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들은 상담업무를 수행하면서 이중 삼중의 모니터링과 업무평가에 따른 성과급 차등 지급 등으로 매일 엄청난 심리적 압박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다. 2주 간격으로 진행되는 QA평가와 한달에 한번 진행되는 직무평가 필기시험, 한 달 동안 받은 콜 수 등을 토대로 매달 5만원~15만원의 성과급이 차등 지급된다. 3개 팀으로 나뉘어 팀별로 경쟁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점수가 낮을 경우 팀장과 팀원의 눈치를 봐야하는 데다가 일종의 자아비판 내용을 담은 반성문까지 제출해야 한다고 상담원들은 이야기했다. 민원상담으로 인한 업무스트레스에 더해 동료들 간의 무한경쟁에 내몰린 것이었다. 한 상담원은 “심지어 명절선물조차 팀별 간에 대회를 열어 이긴 팀원들만 받아가게 할 정도”라고 이야기했다. KS인증을 받고 8년 연속 우수콜센터로 선정되는 등 전국적인 모범사례로 꼽히는 고양시 민원콜센터의 이면에는 이처럼 상담원들의 인권문제들이 도사리고 있었던 것이다.

정원미달로 인한 업무과중도 문제였다. 용역계약서상 민원콜센터의 정원은 45명(관리직 제외)이 되어야 하지만 현재 상담원 수는 38명에 불과했다. 부족한 인원 수 만큼 상담원 개인의 업무량은 늘어날 수 밖에 없었다. 한 상담원들은 “지방세나 자동차세 납부기간 같은 경우는 민원콜이 집중되기 때문에 화장실에도 제대로 갈 수 없는 형편”이라며 “혹시라도 콜이 밀리게 되면 민원인의 폭언, 욕설이 쏟아지기 때문에 항상 강박증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다른 한 상담원은 “민원인의 폭언 뿐만 아니라 실수로 전화를 잘못 연결시켰다는 이유로 해당 부서 공무원에게 꾸지람을 듣는 경우도 많았다”며 “민원인과 공무원이 갑을관계라면 우리는 을도 아닌 병의 신분인 것 같다”며 씁쓸해 하기도 했다. 이러한 업무스트레스로 인해 공황장애를 겪고 있는 상담원까지 있지만 현재 이들을 대상으로 한 정신상담 프로그램 같은 지원은 전무한 실정이다.

심지어 민원콜센터 상담원들은 병가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 상담원은 “몸이 아파도 관리자들은 우리는 병가가 없다며 연차를 써야 한다고 이야기한다”며 “큰 수술을 하신 상담원이 있었는데 그해 연차를 다 소진했다고 하니 내년 연차를 땡겨서 입원하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상담원들이 열악한 업무환경에 처해 있음이 드러났지만 담당부서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고양시 민원콜센터 팀 관계자는 “시민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업무평가나 경쟁을 통한 성과급제도를 운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으며 “고양시민원콜센터는 전국에서도 4번째로 큰 규모이기 때문에 현재 상담원 인원이 딱히 부족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이에 대해 상담원들은 “민원콜센터가 시민들을 위한 서비스 기관이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 또한 고양시민 아니냐”며 “일하는 사람들의 처우개선은 외면하면서 시민서비스를 이야기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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