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도서관 공유형 창의공간 탐방

창업과 연계한 창작 인프라 공유
도서관의 새로운 변신 ‘관심 집중’


[고양신문] ‘도서관’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묻는다면 책, 자료, 대출과 반납, 문화행사 등의 답변이 돌아오겠지만, 앞으로는 여기에 더 많은 단어들이 추가될 것 같다. 도서관의 진화된 모습을 상상하려면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도서관을 찾아가면 된다. 최근 이곳에 메이커스페이스와 웹툰창작실이 새롭게 만들어졌고, 인공지능, 가상현실, 드론, 코딩 등을 테마로 한 ‘4차 산업 창의캠프’ 프로그램도 운영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공간도 프로그램도 단순한 체험에 머물지 않고 실질적인 직업선택과 창업 기회를 제공하는 데 초첨을 맞춰 운영될 예정이다. 도서관이 공유형 복합 창작공간으로 변신한 사례는 고양시는 물론, 전국에서 최초다. 미래형 도서관을 함께 성장시켜 나가는 도시, 고양시민의 자부심이 하나 더 늘어날 듯하다.
 

대화도서관 메이커스페이스 입구. 3D프린터가 설치된 강의실, 3D커터 작업실 등으로 연결된다.

 

■ 아이디어가 현실이 되는 곳, 메이커스페이스

대화도서관의 새로운 시도는 크게 세 가지다. 메이커스페이스와 스토리창작실, 그리고 창의캠프가 그것. 하나하나 들여다보자.
도서관 1층 로비 바로 옆 ‘메이커스페이스’ 공간에 들어서니 23대의 3D프린터와 커터, 작업테이블이 눈에 들어온다. 강의실에서는 3D프린팅 전문강사가 흥미진진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메이커스페이스는 한마디로 각자가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물건을 실제로 만들어 볼 수 있는 곳이다. 좁은 의미로는 소상공인이나 스타트업 예비창업가들이 시제품을 제작하는 공간을 말하지만, 넓게는 세상의 모든 아이디어와 창의력이 모여들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공유 공간을 의미한다.

메이커스페이스를 도서관에 도입한 이유는 뭘까. 대화도서관 변신 프로젝트를 추진해온 이용택 주무관은 이렇게 답한다.
“사람들이 늘 모여드는 열린 공간이고, 원하는 자료와 책을 언제든 찾아볼 수 있으니 도서관이야말로 메이커스페이스를 만들기에 최고의 장소가 아닐 수 없지요.”

이 주무관은 공간을 꾸미기에 앞서 사용자들의 요구를 정확히 반영하기 위해 기업인과 예비창업자들, 특히 지역 소상공인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 3D프린터를 무려 23대나 놓은 것도 보다 많은 메이커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현재 메이커스페이스 시설과 공간을 활용한 다양한 교육이 진행 중이고, 창업카페나 창업 동아리도 육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공간 운영을 전담할 전문 직원도 배치할 예정이다.
 

대화도서관 메이커스페이스에 설치된 3D프린터기. 다양한 규격의 프린터기 23대를 갖췄다.
3D프린터를 이용해 만든 모형제품. <사진제공=대화도서관>


■ 웹툰 명작 인큐베이터, 스토리 창작실

이번에는 웹툰 스토리창작실로 가 보자. 안으로 들어서니 이제 막 마무리 공사를 끝낸 넓은 강의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안쪽에는 다섯 개의 좌석을 갖춘 창작공간도 마련됐다. 웹툰 작업 특성에 맞게 각각의 테이블 사이즈가 넉넉하다.

대화도서관이 다양한 창작 분야 중 특별히 웹툰을 선택해 지원공간을 마련한 이유는 짐작이 간다. 문화적으로, 또한 산업적 측면에서 웹툰이야말로 우리나라가 가장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미디어 환경을 기반으로 날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웹툰은 드라마, 영화, 상품, 게임 등으로 재가공되며 다양한 부가적 가치를 만드는 원천이기도 하다.

이용택 주무관은 “고양시는 이미 수많은 웹툰 작가들이 거주하고 있어 양질의 강사를 이미 확보하고 있는 셈”이라고 밝혔다. 또한 웹툰을 특화해 명성을 높여가고 있는 중부대학교 애니메이션학과가 가까이에 있는 것도 소중한 활용자산이라는 게 이 주무관의 설명이다.
“이미 고양시 거주 웹툰작가 70여 명을 대상을 스토리창작실 설명회를 열었고, 이달 초에는 인기 웹툰작가 곽백수(‘가우스전자’ 등), 중부대 김신 교수 등을 초청해 머리를 맞대고 운영방향을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향후 이곳에서는 웹툰지망생과 신인작가들에게 창작 공간을 제공하고, 웹툰 아카데미를 개설해 수준별 수업도 진행할 계획이다.
“기존 창작자들에게는 지역을 기반으로 한 연대를 통해 시너지를 제공하고, 신인들에게는 새로운 작가 탄생의 꿈을 실현하는 둥지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스토리창작실에 마련된 신인작가 입주 공간. 작업과 장비 활용이 편리하도록 꾸며졌다. <사진제공=대화도서관>
웹툰 수업에 참가한 어린이가 장비를 활용해 작품을 완성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화도서관>

 

■ 4차산업 관심분야 총집합, 창의캠프

메이커스페이스와 스토리창작실이 유형의 공간이라면, 창의캠프는 공간을 활용한 교육콘텐츠 프로그램을 일컫는다. 강의 제목을 일별해 보니 창의력을 기반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관심분야가 모두 망라돼 있다.
“인공지능수학, 드론, 3D프린터, 로봇, 코딩, 가상현실, 레이저 커터 등 논리적 사고와 상상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과목들을 골고루 배치했습니다. 기초적 이론 학습과 함께 실습과 체험 비중도 균형있게 편성했습니다.”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참가자들의 연령과 특성에 따라 다양한 프로그램을 짰다. 초등학생은 체험교육, 중학생은 자율학기제, 고등학생은 창의동아리에 초첨을 맞췄고, 직장인과 창업준비생을 위한 저녁반, 주말반도 적극 운영할 계획이다.
창의캠프에는 고양시 소재 가상현실(VR) 벤처기업 ‘글로브포인트’와 국내 유일의 인공지능수학 벤처기업 ‘이쿠얼키’가 참여해 전문성을 높이고 기업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할 예정이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웹툰 창의캠프 수업 모습. <사진제공=대화도서관>


이용자 중심의 자가 발전 모색해야

시설과 운영계획을 둘러보고 나니, 미래형 도서관의 이미지가 어렴풋이 그려진다. 책을 소장하고 문화를 소통하는 도서관 고유의 기능과 배치되는 건 아닐까 염려했던 기자의 생각은 기우였다. 오히려 도서관이 품은 방대한 정보와 공유적 특성이야말로 새로운 미래를 열어 줄 열쇠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했다.

토대는 마련됐고, 청사진도 잘 그려졌다. 문제는 늘 그렇듯 운영이다. 수많은 공공 공간에서 진행됐던 ‘새로운 시도’들이 실무자가 바뀌고, 관심이 수그러들면 유야무야 수명을 다 하는 경우를 목도했기 때문이다. 대화도서관의 야심찬 시도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진화하려면 설계 단계에서 표방한 ‘이용자 중심’이라는 지향점을 꾸준히 견지해야 하지 않을까. 공급자 중심의 성과주의를 과감히 탈피해 공간을 찾는 이들이 공간의 가치를 자발적으로 만들어가는 곳, 대화도서관 공유형 창의공간에 거는 기대다.

 

강의와 실습이 함께 진행되는 메이커스페이스 메인 공간. <사진제공=대화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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