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도시재생지원센터 주최 ‘도시재생 주민의 날’

6개 지역 도시재생 시민대학 심화과정 
주민들이 그려본 고양시 도시재생의 미래


주민들이 직접 발로 뛰며 동네문제를 발굴하고 해결방안을 함께 모색한다. 고양시 도시재생지원센터는 지난달 17일부터 지역주민들이 직접 지역재생 방향을 설계해보는 도시재생 시민대학 심화과정을 진행했다. 

주교, 화전 등 고양시 6개 지역 주민들이 동네별로 팀을 구성해 오리엔테이션, 현장답사, 타 지역 사례탐방, 지역 재생방향 설정, 구체적인 사업계획 수립 등 6주차 과정으로 도시재생 수업을 진행했다. 고양시 도시재생지원센터 관계자는 “이번 심화과정은 상반기에 진행된 기초과정 수강자 가운데 참여욕구가 높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실습중심으로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6주에 걸친 도시재생 시민대학 심화과정의 마지막 순서로 지난 18일 ‘고양시 도시재생 주민의 날’ 행사가 킨텍스 제1전시관에서 마련됐다. 

‘우리 모두 함께’라는 주제로 마련된 이날 행사는 올 한 해 고양시 도시재생사업을 실질적으로 이끌어온 주민들이 바로 주인공이었다. 특히 도시재생 시민대학 심화과정 참가자들을 중심으로 성과보고 및 사업계획서 발표가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주교동 발표를 맡은 주민 신동수 씨

주교동: 동네문제 해결위한 ‘만물상 리빙랩’ 눈길
주교동 발표를 맡은 주민 신동수씨<사진>는 “심화과정 참가자들과 함께 자원조사를 진행하면서 우리 동네의 문제점과 장점을 함께 발견할 수 있었다”며 “이러한 장단점들을 토대로 시급한 사업들을 정리해보고 우선순위를 정해 주민계획안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주교동 주민들이 파악한 주요 문제점들은 부족한 놀이터, 노후화된 주거시설, 커뮤니티 시설 부재, 불법 쓰레기 및 불법주차 등이었다. 반면 대상지 내에 위치한 마상공원과 각종 유휴부지, 배다리라는 지역명을 활용한 브랜드화 가능성, 시청 등 공공시설과 인접한 지리적 조건 등은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주요 장점으로 거론됐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주교동 주민들은 ▲거점 공간 확보 및 공동체 활성화 ▲가로 및 주거환경 개선 ▲주교만물상 리빙랩 구축이라는 3가지의 큰 목표를 설정했다. 

구체적으로 거점공간 확보 및 공동체 활성화방안으로는 방과후 교육, 여성 역량강화, 아빠 육아교육 등 다양한 계층이 이용할 수 있는 공동체 활동공간 조성과 함께 세대간 배움의 장을 마련하는 지역강사 프로그램, 마을 텃밭조성을 통해 공동체 힐링을 도모하는 함께하는 공터 활용 등이 제안됐다. 

환경개선사업으로는 쓰레기 및 리사이클통을 주요 골목마다 설치해 가로환경을 개선하는 한편 주차선 정비, 주말 학교운동장 개방 등을 통해 주차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나왔다. 배다리라는 이름을 지역브랜드로 마련해 버스정류장 간판이나 우편함 등에 설치하는 방안도 마련됐다. 

이날 참가자들이 가장 흥미를 가졌던 아이디어는 주교 만물상 리빙랩 구축 사업이었다. 주민문제를 주민이 직접 상담하고 해결하는 ‘아무거나 상담소’ 설치, 지역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을 위한 거점역할을 맡는 주교 마을 관리소(CRC)운영, 노인·아동 돌봄과 치매예방교실 운영 등 단순히 물리적 재생방안이 아닌 지역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세스를 제안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신동수씨는 “도시재생 시민대학 과정을 통해 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했고 어렴풋이 이해했던 도시재생이라는 개념을 구체적으로 알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며 “함께 교육받은 8명의 주민들과 지속적인 도시재생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대덕동: 100년 향나무 등 소중한 마을자산 발견
대덕동 주민들의 심화과정 발표내용도 인상적이었다. 발표를 맡은 주민 김은씨는 본래 서울에서 거주하다가 4년 전 대덕동으로 이사를 왔다. 김씨는 “동네의 소중한 자산인 느티나무가 주민민원을 이유로 잘려나가고 주민들이 수십 년째 다니는 길을 사유지라는 이유로 막는 모습 등을 보면서 동네의 소중한 것들을 지키고 복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도시재생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동네의 재밋거리를 찾기 위해 자원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 동네를 상징하는 대덕산, 100년 된 향나무, 낡은 이발소와 오래된 판화집 등 마을의 소중한 자산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반면 문제점들도 많았다. 대덕동과 덕은동이라는 지명이 혼재돼 마을주민들이 불편함을 겪고 있었으며 최근 이곳으로 이사 온 이주민들과 원주민 간의 보이지 않는 대립이 지속되고 있었다. 무엇보다 최근 이 지역에 몰아닥친 재개발 열풍으로 인해 주민들은 동네가 없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다고 한다. 

그러함에도 살기 좋은 마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김은씨는 도시재생 심화과정을 통해 4가지 사업을 제안했다. 먼저 능곡4구역, 일산2구역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안심골목길 조성사업, 마을목욕탕 설치 등 동네주민들의 실질적 필요를 담아낸 맞춤형 정비사업, 마을공동체 작은도서관 지원사업,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인 마을 구석구석을 영상, 사진, 글로 기록하는 마을자서전 만들기 사업 등이다. 

김씨는 마지막으로 “도시, 마을의 주인은 누구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실제 거주하고 생활하는 이들을 위한 도시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내기도 했다. 

화전마을 발표를 맡은 주민 이인희 씨

화전동: 화전역 광장에 공유부엌, 공방 등 마련 건의
화전마을 발표를 맡은 주민 이인희씨<사진>는 화전동이 가진 장점으로 교육환경, 자연환경, 저렴한 지가 등을 꼽았으며 경의선, 중앙로로 인한 지역의 분리, 문화체육센터 등 생활형 SOC 부족, 지역주민의 적극성 부재 등을 약점으로 언급했다. 

지역주민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방안으로 화전동 주민들이 제안한 것은 주민역량 강화 프로그램이었다. 우선 내년 사업으로 지역 초중학교와 항공대를 연계한 교육프로그램과 함께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이야기했다. 장기적으로 도시재생 창업 콘텐트를 발굴하고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을 발굴, 운영해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물리적 환경 변화로는 화전역 앞 광장의 활용방안에 대한 의견이 제기됐다. 역 광장에 임시 컨테이너 건물을 설치해 공유부엌, 지역카페, 공방으로 활용하는 한편 플리마켓과 여름철 간이 가족수영장을 설치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성사동: 원당시장 활용한 재생사업 필요
이날 도시재생 주민의 날 발표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한 곳은 성사동이었다. 성사동 별모래팀 주민 장미영씨는 “성사동 지역은 20년 이상 노후건축물 비율이 84.5%에 달하는 등 낙후돼 도시재생사업이 시급하다”며 “이곳에는 고양시 대표 전통시장인 원당시장도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한 재생사업 아이템이 마련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별모래팀은 주요 재생사업 아이템으로 ▲원당시장 활성화를 위한 고객 차량 발렛파킹 서비스 ▲친환경 전통시장을 위한 시장바구니 보증금 제도 운영 ▲주차시설뿐만 아니라 공유오피스, 주민 커뮤니티 공간이 포함된 복합 환승주차장 설립 ▲원당성당 주변 불법주차 개선 ▲소외된 청소년들을 위한 문화센터 마련 등을 우선순위로 내세웠다. 
 

행주동 발표를 맡은 주민 서은택 씨

행주동: 행주산성 둘레길연장 관광자원화 
행주내동 발표를 맡은 주민 서은택씨<사진>는 앞으로 행주동에서 추진될 도시재생활성화 사업의 방향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을 제시했다. 현재 행주내동은 주민협의체를 작년에 발족했으며 5개의 사업분과와 4개의 지역분과로 나눠 지역주민과 공공 사이의 가교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서은택씨는 “서울 장위동, 인천 동화마을 답사와 마을 조사를 통해 문제점을 발굴하고 해결책을 함께 모색해봤다”며 발표를 이어갔다. 주요 문제점으로는 주말 및 점심시간대 식당가 주변의 극심한 교통혼잡, 마을버스 노선 부족 등 대중교통 부재, 행주산성 주변 관리미비 등이 언급됐다.

서씨는 마을활성화 방안으로 ▲행주산성 후문 개방 및 진입부 정비 ▲성동 기억공유소 건립 등을 통한 전통문화 보존 ▲행주초 혁신학교 지정 등을 통한 교육환경 개선 ▲마을버스 증차 및 생활편익시설 확대 등을 제시했다. 아울러 행주산성 둘레길 연장과 고양시역사박물관 행주동 유치를 제안했다. 

고양동: 지역내 생태해설사, 도시농부 등 양성
마지막으로 고양동 발표를 맡은 주민 유미정씨는 고양동 주요 역사문화자원인 비석거리, 고양향교, 벽제관지 등을 활용해 관광자원화할 수 있는 아이템을 제안했다. 

고양동 주민들로 구성된 ‘높빛사랑’ 모임은 지난달 24일 심화과정 두번째 모임에서 A팀과 B팀으로 나뉘어 지역조사를 진행했다. 높빛사랑 모임 주민들은 고양동 도시재생의 단기계획으로 지역내 생태해설사 양성, 도시농부 양성, 환경정화 사업을 제시하는 한편 장기계획으로는 문화역사적 장소 로고 공모사업과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한 투어프로그램 개발 등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재준 “재생가능한 도시정책 추진할 것"
2부 순서인 도시재생 토크콘서트 순서에는 이재준 고양시장을 비롯해 윤전우 서울시 도시재생센터 사무국장, 안정희 한국도시재생활동가네트워크 대표, 정광섭 고양시도시재생센터장이 무대 위로 올라 도시재생에 대한 참석자들의 궁금증에 대해 대답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먼저 도시재생사업의 지속가능성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정광섭 센터장은 “정부정책과 별개로 고양시에서는 도시재생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며 “다만 사업추진에 있어 재원마련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재는 국토부가 선정한 뉴딜사업선정지역을 우선순위로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공무원들에 대한 도시재생 교육방안에 대해 윤전우 사무국장은 “특히 공무원들의 경우 도시재생사업이 기존 사업들과 달리 부서를 넘나들면서 협업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힘들어 하는 부분이 있다”며 “시가 인센티브 제도 등을 마련해 공무원들이 스스로 교육하는 분위기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이재준 시장 또한 “올해 도시재생 관련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해외연수를 진행하는 등 교육에 신경쓰고 있다”며 “임기제 공무원도 추가로 5명 채용해 부서에서 도시재생사업을 제대로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안정희 대표는 “도시재생의 시초격인 영국의 경우 지역주민들이 각자의 필요를 모아 문제해결에 나서고 정부는 이를 법제도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으로 진행돼 왔다”며 “한두 명이 나서서는 힘든 과정이지만 나눔·배려·존중을 바탕으로 한 주민협의체가 제대로 꾸려진다면 도시재생사업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윤 사무국장 또한 “도시재생사업은 앞으로 특정 지역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문제해결의 필요성을 느낄 때 일상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재준 시장은 이날 자리에서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다시 한 번 나타냈다. 이 시장은 “마을의 역사가 사라지고 아파트만 들어서는 기존 뉴타운 방식으로는 도시에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영구적으로 재생가능한 도시정책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제가 생각하는 도시재생의 미래는 시민들이 공동체 가치를 존중하고 공동규약을 따르면서 함께 도시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며 “역사와 문화가 지속되는 고양시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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