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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대한 시민의 권리, ‘커먼즈 모델’ 고양에서도 실험해보자고양시정연구포럼 ‘커먼즈와 공유지 실험’
  • 유경종 기자
  • 승인 2018.12.31 12:28
  • 호수 1401
  • 댓글 1
(사진 왼쪽부터)이광석 서울과기대 교수, 김상철 경의선공유지시민행동 정책팀장, 남동진 고양신문 기자, 김준우 고양시정연구원 연구위원이 발표를 마치고 토론을 이어갔다.


이광석 교수 
“카카오 택시공유 플랫폼은
이익 대부분 사업자가 챙기는

왜곡된 공유플랫폼이다” 

김상철 정책실장 
“방치된 경의선 공유지 활용,
필요한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
새로운 가치 창출한 선례”

김준우 연구원
“국공유지 활용한 공유텃밭 등
공유지 탄력적으로 이용하면
새로운 사회적 가치 창출”

남동진 기자 
“커먼즈 활발한 벨기에 사례,
지자체는 관리자가 아닌 
파트너·협력자의 역할 충실”


2008년 세계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유럽에서 신자유주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커먼즈(Commons)운동. 최근 한국에서도 투기적 도시개발에 맞서 ‘도시에 대한 모든 이들의 권리’를 회복하기 위한 움직임 중 하나로 공유지 운동과 같은 도시 커먼즈 실험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몇 가지 질문이 뒤따른다. 커먼즈란 무엇인가. 커먼즈가 지향하는 바는 무엇이며 우리에게 어떤 함의를 안겨줄 수 있을까. 나아가 도시의 새로운 미래를 위한 이정표가 될 수 있을까. 

26일 일산서구 빛마루 8층 대회의장에서 ‘커먼즈와 공유지 실험’을 주제로 한 의미 있는 토론회가 마련됐다. 고양시정연구원이 주최하고 고양신문과 사람공동체 리드미가 주관한 이날 행사는 특히 커먼즈를 주제로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에서 출연한 연구기관이 논의의 장을 마련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가 커먼즈 개념에 대한 논의를 주제로 첫 번째 발표를 진행했으며 김상철 경의선공유지시민공동행동 정책팀장이 경의선공유지의 활동경험, 남동진 고양신문 기자가 벨기에 겐트시의 커먼즈 정책 및 주요사례, 김준우 고양시정연구원 연구원이 법제도 현황 및 국내외 국공유지 활용사례에 대해 각각 발표를 이어갔다. 

약탈적 공유플랫폼 아닌, 커먼즈 필요

커먼즈는 흔히 공유재, 공유지, 공통자원 등의 단어로 번역된다. 하지만 이광석 교수는 한국사회에서 ‘공유’라는 개념이 커먼즈적 의미 보다는 쉐어링(sharing), 즉 유휴자원을 같이 나눠쓰는 ‘공용’의 의미로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쉐어링은 사적 소유하에 남는 자원을 합리적 소비의 차원에서 나눠 쓰는 것을 말하며 이는 커먼즈와 분명히 구분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러한 문제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카카오 택시 등으로 대표되는 공유플랫폼 사업이다. 이광석 교수는 “카카오와 같은 공유플랫폼 경제는 노동의 파편화와 위험의 외주화에 일조하는 측면이 있으며 발생한 이익의 대부분을 플랫폼 업자가 가져가는 구조”라고 비판하며 “특히 플랫폼 내의 소유와 통제가 개인에게 집중되는 모습은 모순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공유’를 시작해야 할까. 커먼즈는 사람들의 공동관리에 기초하며 이익이 외부로 확산되는 모델을 지향한다. 이 교수는 “커먼즈는 자원을 둘러싼 사람들 사이의 관계성을 새롭게 자율적으로 구축해 공통의 재산권 개념을 구성한다”고 설명한다. 커먼즈에 참여하는 커머너(commoner)들이 특정 자원에 대해 규칙을 정하고 책임을 가지고 관리하면서 누구에게나 접근가능성을 열어둔다. 이러한 방식은 모든 종류의 사유화(도시 내의 인클로저)에 저항할 수 있고 경제, 사회, 생태 분야에 복원력을 증대시키며 커뮤니티의 소유방식을 새롭게 고민할 수도 있다. 최근 한국에서도 논의가 확산되고 있는 시민자산화 모델이나 디지털 상에서 오픈소스로 운영되는 리눅스, 위키피디아 등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광석 교수는 온라인 영역의 매커니즘이 오프라인 영역 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피티털(Physical+Digital)영역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며 온라인 상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커먼즈 논리를 현실세계에 적용해 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커먼즈는 인간 본유 감각의 재발견
김상철 정책팀장은 논의에 앞서 현재 서울시의 토지보유현황을 보여주며 경의선공유지 운동이 출현하게 된 맥락에 대해 설명했다. 김 정책팀장의 설명에 따르면 서울 인구의 2/3이 넘는 700만 명은 땅 한 평 소유하지 못한 ‘도시난민’이다. 사적소유로 점령된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이들은 과연 어떤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까.

경의선공유지운동이 진행되고 있는 공덕역 철도부지 또한 마찬가지였다. 경의선이 지하화되면서 마련된 이곳 철도유휴부지는 국공유지임에도 불구하고 MOU를 맺은 이랜드에게 장기임대로 양도된 상태였다. 하지만 수 년 째 개발계획조차 마련되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자 시민들이 주체가 되어 이곳을 가꾸고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곳은 참여 주체들 간의 합의된 공동규칙에 의해 운영되며 공유지 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김상철 정책팀장은 커먼즈에 대해 경의선공유지 운동을 진행하며 사후적으로 받아들인 개념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공공장소(Public Space)가 ‘모두에게 열려있다(Open to)’는 뜻이라면 커먼즈는 ‘모두에게 속해있다(Belong to)’는 개념이다. 그는 “주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 분들은 이곳에 쓰레기가 있으면 지저분하다고 민원을 넣는 반면 공유지 사람들은 스스로 치운다”며 “이것이 경의선공유지 구성원이 공유하는 독특한 감각이며 우리의 활동을 설명하는데 있어 커먼즈가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현재 철도시설공사는 경의선공유지에 대해 부당이득 명목으로 3억원의 사용료를 책정한 상태며 내년 명도소송이 진행될 예정이다. 김상철 정책팀장은 “이번 소송을 통해 시민들이 공간에서 창출하는 새로운 사회적 가치들을 증명하고 비어있는 국공유지를 지속적으로 활용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다만 경의선공유지라는 공간을 반드시 지킬 생각은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비어있는 공유지를 필요한 사람들이 우선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개념으로 머물렀기 때문에 적절한 이주대책만 마련된다면 끝까지 대립하지는 않을 예정”이라며 “경의선공유지가 사라진다면 도시 내에서 또 다른 공간을 마련해 새로운 시도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커먼즈 실험 연구원도 지원할 것
고양신문 남동진 기자는 벨기에 겐트시 사례를 다룬 기획취재 내용을 중심으로 발표를 진행했다. 겐트시는 2017년 P2P재단 창립자인 미셀보웬스의 연구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커먼즈 전환계획을 추진했다. 커먼즈 전환계획의 주요 내용은 현재 겐트시에서 활동 중인 500개 커먼즈들을 발굴하고 시에서 정책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방안 및 제안 등을 담고 있었다. 발표에 따르면 겐트시는 2005년부터 시민들의 다양한 이니셔티브가 국가와 시장의 실패를 메워줄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라는 점을 인지하기 시작했으며 커머너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도시 내에 생태적 전환과 커먼즈 경제 활성화 등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주요 사례로는 옛 수도원 터를 주민들이 공동관리하는 ‘대사원의 이웃들’, 겐트시 전 주택지붕에 태양열 패널설치를 목표로 하는 ‘Energent(태양에너지 협동조합)’, 음식물쓰레기 처리와 주민간 유대촉진을 위해 도심내에 마련된 돼지농장, 오래된 항구시설에 다양한 시민주체들이 입주해 활동하는 DOK, 주택문제 해결을 위한 주택협동조합 Wooncoop, 전기차공유협동조합인 Partago 등이 제시됐다. 

남동진 기자는 “도시자족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기업유치도 중요하지만 겐트시 사례처럼 커먼즈 경제체제를 구축하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무엇보다 이러한 활동이 활성화 되려면 지자체가 관리자가 아닌 파트너의 자세로 지원, 협력하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김준우 연구원은 국공유지에 대한 법제도적 정의와 국내외 활용사례 등을 제시하며 고양시 안에서 공유지실험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도심 내 국공유지를 활용해 도시농부텃밭과 커뮤니티 센터 등을 마련한 프랑스 콜롬버스 사례와 공동주택 앞에 방치된 공유지를 공원으로 조성한 우크라이나 Kiev사례 등이 제시됐으며 주택가 도로에 여름철 임시풀장을 설치하는 루마니아 사례도 언급됐다.  

김준우 연구원은 “오늘 발표에서 나온 것처럼 국가나 시가 소유한 자원을 탄력적으로 쓰면서 사회적 가치를 만들 수 있으며 그런 가능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목적으로 토론회를 마련했다”고 밝히며 “동네 텃밭이나 임시 풀장 같은 작지만 다양한 실험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민들이 커먼즈 관련 계획을 제안한다면 연구원이 솔루션을 제공하고 추진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유경종 기자  duney78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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