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인터뷰 – 김기홍 노무법인 터전 대표

현 정부 정책방향은 노동자 권익 신장
시스템 갖추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노사분쟁예방 핵심은 근로계약서 작성
사업주·노동자 상생위해 역지사지 필요 
 

 

김기홍 노무법인 터전 대표는 "노동분쟁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임금, 근로시간, 휴일, 휴게, 휴가, 퇴직금 등 실제 근로조건을 근로계약서에 정확하게 기술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또 터전의 역할과 목표는 "노동현장에서 기업자문을 통해 노동분쟁을 사전에 예방함으로써 사업주의 경쟁력을 강화시켜 노동자의 복지에도 기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양신문] 2019년 새해가 되면서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방향에 근거한 개정 최저임금법이 1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계보장이라는 본래의 입법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정치권뿐 아니라 사업장 현장에서도 갑론을박이 치열했던 것만큼 최저임금 인상 등 인사·노무 분야에서도 유의해야 할 부분이 많다. 김기홍 노무법인 터전 대표를 만나 새해 달라지는 주요 제도와 기업 현장의 효율적 노사관계를 위한 조건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새해 인사·노무 분야의 핵심 이슈와 포인트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간 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이 6.3%였던 것에 비해 현 정부 들어 2018년  16.4%, 2019년 10.9% 인상되면서 최저임금 인상은 노동관련 최대 이슈가 됐다. 최저임금이 시간당 8350원으로 인상되면서 임시·일용직을 중심으로 약간 소득이 늘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인건비 부담이 크게 다가오는 것도 현실이다. 고용한파를 불러올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중소 사업주의 경영부담을 완화하고자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책을 올해도 계속 추진한다. 월평균 보수 210만원 이하 노동자를 고용한 30인 미만 사업주에게는 인건비가 월 13만원, 5인 미만 사업체에는 15만원을 지원하지만 현장에서는 인건비 부담을 경감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심지어 어떤 사업주는 ‘병 주고 약 주는 정책’이라고 비난하는 경우도 봤다. 

 

연도별 최저임금 결정현황 [출처 = 최저임금위원회]


 
최저임금 인상이 직접적인 임금인상 효과를 나타내는 데 비해  근로시간 단축과 1년 미만 근로자의 연차 11일 추가 발생, 관공서의 공휴일 유급화는 간접적인 임금인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인위적 임금인상 방식이 사업주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반면 산재인정범위의 확대(출퇴근 중 재해 인정), 단순노무직의 최저임금 100% 적용, 육아휴직 기간도 출근으로 간주해 연차휴가를 주어야하는 등 정부의 정책은 노동자의 권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요즘 사업주의 자문의뢰가 전에 비해 더 많이 들어오는데 그 이유가 정부의 이러한 정책방향에 기업이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 아닌가 싶다.  

전문가의 시각에서 본 최저임금제도의 안착 조건은.
정부는 최저임금의 혜택을 보는 계층의 소득탄력성이 크기 때문에 제품수요와 파생수요를 증가시켜 전체적인 사회경제의 향상을 기대하고 있는데, 이러한 인위적 임금인상의 영향으로 시장에서는 노동수요 감소와 노동공급 증가를 초래할 수 있다. 사용자는 기업체질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기간으로 삼으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노동자 입장에서는 일시적으로 일자리 부족현상을 겪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노동자의 수입을 증가시키고 사업주는 기업의 체질개선 등 생산성을 향상시켜 지속가능한 경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만일 생산성이 증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근로시간 단축으로 실제 노동자의 수입 증가 폭이 크지 않으면 정부가 기대하는 정책효과는 미비할 것이다. 

노동관련 정책 중에서 노동자를 위해 실행된 정책이 의도와 다르게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작용된 사례들이 많았다. 비정규직 2년 사용 후 정규직 전환이라는 정책이 시장에서는 비정규직 2년 사용 후 근로관계 종료로 나타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최저임금영향률(1인 이상 전산업 기준) [출처 = 최저임금위원회]

▶ 최저임금 영향률 : 새로이 적용될 최저임금에 따라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추정되는 대상근로자의 비율(예측치)임 (영향률 = 대상근로자수 ÷ 적용대상임금근로자수 × 100)

▶ 동일한 시계열 간 자료비교를 위해 경제활동인구부가조사기준 2003년 이후 자료임.

 

기업에서 노동분쟁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은.
크고 작은 노동분쟁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임금, 근로시간, 휴일, 휴게, 휴가, 퇴직금 등 실제 근로조건을 근로계약서에 정확하게 기술하는 것이다. 노사가 합의한 근로조건에 대해 사용자 또는 노동자가 각자의 입장에서 유리한대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컨설팅을 해오면서 보아온 수많은 사례에 비추어 봤을 때 근로계약서만 제대로 잘 작성해도 노사 분쟁의 상당부분은 예방이 가능하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노사가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논의와 더불어 업무능률 및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 함께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다. 임금 하락 없는 근로시간 단축은 노동생산성 향상이 전제돼야 현실화될 수 있고 또 기업의 혁신과도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화학공학을 전공했는데 어떻게 노무관련 일을 하게 됐나.
대학 졸업 후 한화종합화학(현 한화케미칼)에 입사했다. 당시 한화종합화학은 업계 최초로 수직계열화를 실시한 최고의 화학 회사였다. 화공 엔지니어로서 공장장이 되겠다는 꿈이 있었다. 하지만 1998년 IMF 구제금융 위기 때 선배 엔지니어들이 대규모로 구조조정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다음에는 나 역시 언젠가는 그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생겼다. 

대학 동기 2명이 변리사 시험에 합격한 신문 기사를 보고 자극받아 변리사시험, 사법시험, 공인노무사시험 등을 준비했는데 다행히 노무사시험에 먼저 합격하면서 전업하게 됐다. 일을 하다 보니 내 성향에도 잘 맞는 것 같다. 

 

내가 노동자라면 혹은 내가 사업주라면 하는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함께 성장하기 위한 건설적인 논의가 오고가는 기업문화를 형성한다면 노사간 분쟁을 줄이며 서로 화합하고 윈-윈할 수 있을 것이다.

 

‘터전’이라는 회사명이 독특하다.
회사를 운영하는 경영자나 일하는 노동자 모두에게 기업 현장은 말 그대로 우리 삶의 터전이 되는 곳이다. 그 터전에서 발생하는 각종 노동문제에 관한 분쟁을 미리 예방하고 지혜롭게 해결해서 기업의 임직원 모두가 행복하게 살자는 뜻에서 이름을 짓게 됐다.  

터전의 주요 업무 영역과 역할은.
2008년 고양시에 개업한 이래 기업자문과 부당해고, 산재 등 노동부 개별 사건을 수행하면서 사용자와 노동자의 신뢰를 얻고자 노력해 왔다. 임금체불·해고·산재 등의 보상 및 처리와 같은 노동사건, 직무분석·노사관계진단·평가 및 보상 설계 등 노사관계 컨설팅, 인사관리·부당해고·급여 및 4대보험 등에 대한 자문과 아웃소싱, 정부지원금 신청서비스 등이 주요 업무다. 

궁극적으로는 노동현장에서 기업자문을 통해 노동분쟁을 사전에 예방함으로써 사업주의 경쟁력을 강화시켜 노동자의 복지에도 기여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자 목표다. 

노사가 서로 화합하고 윈-윈할 수 있도록 조언해달라.
내가 활동하고 있는 라이온스클럽의 윤리 강령 중에 “남을 비판하는 데 조심하고, 칭찬하는 데 인색하지 아니하며 모든 문제를 건설적인 방향으로 추진한다”는 항목이 있다. 노동 현장에 그대로 적용해도 좋지 않을까 싶다. 

내가 노동자라면 혹은 내가 사업주라면 하는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서로 이해하면서, 회사와 노동자가 함께 성장하기 위한 건설적인 논의를 펼쳐가는 기업문화가 정착된다면 반드시 윈-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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