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시장이 함께하는 '김경윤의 책 읽을 고양'

『로컬의 미래』 통해 본 고양의 미래
이재준 “시장 자생력 위해 성숙한
시민의식과 튼튼한 지역경제 필요”
‘책읽는 고양’ 북콘서트 매월 열려


지역서점을 육성하고 책 읽는 도시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한 특별한 북 콘서트 행사가 마련됐다. 자유청소년도서관, 한양문고 주엽, 원당서적, 고양시서점연합회가 주최・주관한 ‘이재준 고양시장이 함께하는 김경윤의 책 읽을 고양’이 지난 2일 원당시장 인근에 자리한 지역서점 원당서적에서 열렸다. 인문학자로 고양시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김경윤 전 자유도서관장이 진행을 맡았으며 이재준 시장이 특별게스트로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선정된 책은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쓴 『로컬의 미래』다. 저자인 헬레나는 인도 북부에 위치한 라다크라는 마을에서 16년간 머문 경험을 토대로 신자유주의로 인한 각종 재앙을 경고하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지역화(LOCALIZATION)’를 행복의 경제학이라 주창하며 그 가능성을 타진해 왔다. 이 책에서는 그동안의 사례들을 정리하고 압축해 문제와 원인을 명확히 하는 것은 물론,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역화의 희망찬 사례들과 방법론까지 제시하고 있었다.

김경윤 인문학자와 이재준 시장은 책의 내용에 대한 소회와 함께 지역화 촉진방안과 고양시의 장기적 비전 등에 대해 1시간가량 토론을 진행했다.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을 문답형식으로 정리해봤다. 한편 ‘김경윤의 책 읽는 고양’은 매달 정기적으로 진행되며 2월 행사는 한양문고 주엽점에서 유발 하라리의 저서 『21세기를 위한 21가지의 제언』을 주제로 진행될 예정이다.

 

김경윤(이하 김) : 책에 대한 전체적인 소감을 부탁드린다.

이재준(이하 이) : 저자가 25년 전에 쓴 『오래된 미래』도 읽었는데 전작보다 훨씬 공감되고 현실적이고 논리적으로 구성됐다고 생각한다. 책에 나온 지역화 사례들이 우리가 함께 살아가야 하는 미래가 아닐까. 지금까지 우리가 신자유주의적 시각에서 성장과 발전만을 이야기해왔다면 이 책에서는 이에 따른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대안을 이야기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러한 대안들을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가 과제일 것 같다.

 

김 : 책의 주제인 ‘지역화’의 문제를 다루려면 지방분권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6개월 동안 시장을 맡으면서 느낀 소회가 궁금하다.

이 : 지역의 특색을 살리기 위해서는 권력이 아래로 내려와야 하는데 아직까지 법과 제도는 국가에 권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때문에 지역의 성장잠재력은 갈수록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방분권이 촘촘하게 설계가 돼야 진정한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 :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은 개발만능주의를 지향한다. 하지만 이로 인해 고양시에서도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했고 이제 다른 방안을 모색해보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시장님이 생각하는 고양시의 미래비전은 무엇인가.

이 : 도시의 진정한 가치는 문화와 전통 그리고 공동체를 통해 올라간다고 생각한다. 남들과 똑같은 도시를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특색 있는 도시를 만들어보고 싶다. 가령 이곳에 있는 원당상권은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정형화된 상권은 자본을 따라 이동하기 마련인데 원도심에 이러한 상권이 남아 있는 것은 매우 특별한 사례다. 여기에 지역 앵커기관과 대학 등이 협력하고 독특한 문화만 가미시키면 분명히 달라지지 않을까.

 

김 : 책에 로컬푸드에 대한 내용들이 많이 있다. 관련 정책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있는지.

이 : 로컬푸드는 에너지, 환경 측면에서 지역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영국의 경우 식당에 ‘나는 이 동네에서 생산한 누구누구의 재료를 씁니다’ 이렇게 안내문을 써서 성공한 사례를 봤다. 식재료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도는 고양시도 가능하지 않을까. 지역 식당이 지역에서 생산한 유기농 식품을 쓴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김 : 한편으로 보자면 초국적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상황에서 지역화가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고민도 든다.

이 : 실제로 초국적 자본이 들어오면서 지역의 다양한 일자리가 사라지는 문제점이 있었다. 제가 도의원 시절 SSM제한조례 등을 만든 것처럼 지자체 차원에서 자구책을 마련할 수 있다. 다만 지역에서 법률을 만들어서 싸움을 해갈 경우 모두 소송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어려움도 많다. 시민의식도 좀 더 성장해서 함께 싸워가야 한다. 책에서도 나와 있는 것처럼 자생력 있는 시장을 갖기 위해서는 성숙한 시민사회와 튼튼한 지역경제가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 : 지금까지 도시정책은 매번 고도성장을 전제한 채로 만들어져 왔다. 하지만 이제 저성장 구조로 바뀐 만큼 도시에 필요한 것들이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이 : 성장의 끝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되물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GDP성장론에 휩싸여 정작 우리의 삶은 제대로 돌보지 못한 것 아닐까. 개인적으로 책에 나왔던 사회적자원조례가 인상 깊었다. 고양시도 현재 역사성 있는 자원들을 보존하도록 하는 조례를 준비하고 있다.

민생정치는 민생과 함께하는 정치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체감되는 정책이 필요할 것 같다. 이번에 신혼부부 사회주택 예산도 통과됐다. 지자체 예산만으로 사회주택을 만드는 것은 처음 있는 시도다. 이러한 정책을 통해 고양시에서 혜택을 입은 사람들이 다른 방식으로 지역에 기여하는 호혜적 관계가 만들어지길 희망한다.

(청중질문)만약 시장님이 지금 10대로 돌아간다면 지역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가.

이 : 지역 농산물을 유통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 유기농 브랜드를 만들어서 납품하고 지역 소비자들이 매장도 이용하고 같이 농사도 짓는 순환구조를 만들고 싶다.

 

(청중질문)시민역량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이 있을까.

이 : 우리는 나와 밀접한 문제에 대해 논하는 경험이 부족하다. 지금까지 거대담론 위주로 논의가 이뤄져 왔다면 이제는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사례들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주민들의 참여권뿐만 아니라 결정권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 :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 : 이 책은 현대자본주의가 앓고 있는 병에 대해 정확히 진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제시한 처방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적절한가에 대해 확답하기 어렵다. 다만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시도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많은 분들이 읽으시고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그 대안이 고양시에 뿌리내리고 언젠가 ‘로컬운동은 고양시에서 배울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면 그것이 큰 복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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