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혁신교육지구 교육공동체 욕구조사>

▲ 신능초등학교 영화제작 진로동아리의 활동모습. 6학년 3반 21명의 학생들은 “타인을 이해하고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예술이 우리들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각적이고 대중적인 소재인 영화제작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영화 타이틀은 ‘축구왕 송민수’다. <사진=고양시>

 

<고양시 혁신교육지구 교육공동체 욕구조사>

대상 : 교육주체 1000명
기간 : 2018년 5월~12월
내용 : 교육공동체·혁신교육지구 인식·기대

[고양신문] 2018년도는 고양시 혁시교육지구의 원년이었다. 작년 한 해 동안 고양시에 100억원 가까운 예산이 혁신교육 사업으로 투입돼 각 학교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됐고, 지자체 차원에서의 외곽지원도 활발해졌다.

경기도와 고양시가 협약을 통해 추진하고 있는 혁신교육지구사업은 학교교육이 교과중심·입시위주로 진행되면서 나타나는 폐해를 최소화하고 창의적·협력적 교육이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특히 ‘마을교육공동체’를 최대한 활용해 인문·문화·예술·이공계·직업교육 등 다방면의 전문가(시민·학부모)가 학생과 함께 교육 프로그램을 이끌어가게 된다.

혁신교육지구 첫해인 작년 한 해 동안 고양시가 가장 크게 공을 들인 부분은 ‘교육공동체 욕구조사’였다. 학생·학부모·교사·시민단체 및 관공서 종사자 등 각 교육주체를 상대로 한 이번 욕구조사는 2018년 5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됐다.

설문에 참여한 교육주체 수는 1000여 명이다. 교사 간담회, 2차례의 워크숍, 온라인설문 등으로 진행됐으며, 모든 교육주체가 참여해 개인당 2시간 동안 진행된 심층인터뷰는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욕구조사에 대한 최종결과는 이달 10일 최종 보고됐다. 고양신문은 10일 연구용역을 진행한 ㈜진저티프로젝트 홍주은 대표와 고양시 혁신교육팀에서 파견근무를 하고 있는 현직교사인 송원석·신동석 교사를 함께 만나 이번 조사결과의 의미와 고양형 혁신교육가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들어봤다.


‘체험활동’ 학생·학부모에게 모두 인기

이번 조사결과는 교육공동체와 혁신교육지구에 대한 현재의 ‘인식’과 앞으로의 ‘기대’, 이렇게 2가지로 나뉜다. 욕구조사 연구용역을 총괄한 홍주은 대표는 지역교육공동체에 대한 현재의 인식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흩어져 있는 보석은 많은데 그것을 꿰지 못하고 있다”라고 표현했다.

인식조사에서 눈여겨 볼 것은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이 일치한 부분이다. 현재 대부분의 교육적 지원이 공부를 잘하는 소수의 학생에게 몰려있는 것에 대한 불만이었다. 공부를 잘 하지 못하는 대다수의 평범한 학생들이 다양한 체험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고 이들은 얘기했다. 성적위주가 아닌 진로에 대해 다양하게 경험해 볼 수 있는 교육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학교 밖 활동 중 가장 만족스러웠던 활동은? (응답자=학생)
1위 : 진로체험(38%)
2위 : 동아리활동(27%)

●학생이 바라는 고양시 혁신교육지구 사업은? (응답자=학생/ 중복응답)
1위 : 다양한 진로체험(55.8%)
2위 : 청소년을 위한 공간(52.7%)

●학부모가 바라는 혁신교육지구 사업은? (응답자=학부모/ 중복응답)
1위 : 대다수의 평범한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체험활동(47.8%)
2위 : 혁신학교 확산 및 상급학교까지 연계(44.2%)

교사들이 가장 많이 한 이야기는 ‘교육정상화’였다. 교육이라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고 싶다는 말이다. 교사들은 행정업무가 많고 절차가 복잡해 시간이 나지 않고, 또는 위기 아이들을 집중해서 돌보다보면 본래 해야 할 일을 잘 할 수 없다고 말한다. 혁신교육지구 사업으로 예산이 학교로 배정되고 있지만 교사들이 이를 반기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혁신교육지구 또한 업무를 과중시키는 요인이기도 하지만, 교사들은 한편으로는 이번 사업을 통해 교육정상화의 기반이 마련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혁신교육에 대한 이해도의 차이는 제각각이었다. 실제로 학생들은 혁신교육에 대해 대부분 모르고 있었고, 학부모는 ‘들어는 봤지만 구체적으로는 모른다’는 답변이 많았다. 제일 잘 아는 사람들은 ‘교사그룹’이다. 그러나 행정업무로 지쳐있는 교사들은 혁신교육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교육주체들의 공통된 의견은 소통의 중요성이었다. 혁신교육에 대한 ‘논의의 장’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기 위해서는 혁신교육에 대해 시민 모두가 알아야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홍보도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학생들 만족도 1위는 ‘진로체험’

학교 밖 활동 중 학생들과 학부모 모두에게 가장 큰 만족감을 줬던 것은 ‘체험활동’, 그중에서도 ‘진로체험’이었다. 학생들에게 진로체험은 ‘자신의 진로에 대해 스스로 진지하게 탐색할 시간을 제공’했으며, ‘단순한 직업의 종류가 아닌 각 종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고 답했다. 학부모 설문에서 1위는 ‘대다수의 평범한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체험활동’이 1위였다.


혁신교육의 성공
학부모그룹이 열쇠를 쥐고 있다

혁신교육에서는 학부모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내 아이만을 위한 역할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을 위한 역할을 해야한다는 것. 설문조사에서 의외로 학부모들은 대부분 교육의 공공성에 대한 인식이 훌륭했다. 학부모가 바라는 혁신교육지구 사업들을 살펴보면, 1위 체험활동, 2위 혁신교육 확산, 3위 배움공간 확보, 4위 위기의 아이들 지원, 5위 학부모교육이었다. 혁신교육의 방향에 대부분 공감하고 참여의지도 높았다.

●학부모가 혁신교육지구 교육주체로 참여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지원은? (응답자=학부모)
1위 : 학교 문턱 낮추기
2위 : 참여 유도위한 적극적 홍보·안내

학부모가 교육주체로 참여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지원에 대한 답변으로는 1위 학교문턱 낮추기, 2위와 3위는 참여를 위한 홍보와 만남이었다. 눈여겨 볼 것은 다수의 학부모가 ‘학교문턱 낮추기’를 바란다는 점이다. 현실에서 학부모와 교사(학교)와의 거리감이 그만큼 크다는 증거다.

교사들이 심층인터뷰에서 가장 강조한 것 중 하나는 “혁신교육의 성공 열쇠는 학부모들이 쥐고 있다”는 말이었다. 즉 이 말은 내 아이만을 위한 교육이 아닌 모두의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 진행되도록 학부모들의 마음이 열려야 한다는 것, 교사와 학부모 간의 불신이 해소돼야만 협업을 통해 마을교육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동시에 뜻하고 있다. 설문결과를 확인해 보면 학부모들 입장에서도 교사들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만남의 기회를 원하고 있었다.

송원석 교사는 교육정상화를 위한 자생적인 학부모단체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양시에서 활동하는 ‘회복적서클대화협회’와 같은 학부모 단체는 이미 학교 안팎에서 교사와 대등한 관계로 교육을 지원해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며 “다수의 청소년을 위해 교육에 직접 나서면서 얻게 되는 교사에 대한 이해도, 교육에 대한 전문성 등으로 지역 내 교육주체로서 이미 자리매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송 교사는 “내 아이의 친구를 경쟁상대로 바라본다면 혁신교육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다양한 학부모교육과 교육주체들 간의 만남과 대화를 통해 교육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정립해 보는 것 자체가 혁신교육지구 사업이 당장 실행해야할 가장 중요한 실천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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