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의 기업인 – 이현숙 한글가구 대표

하우스토피아·여성일자리창출 꿈
주거 전문가로 다양한 현장 경험 
한글원리 적용 모듈가구 연구·개발
수천가지 조합으로 공간 창출 가능

이현숙 한글가구 대표

[고양신문] “옳은 방향으로 사는 것이 제 삶의 목표에요. 저 혼자 먹고 사는 데 큰 어려움은 없어요. 그래서 가까운 사람들은 왜 그렇게 힘들게 일을 하냐고들 하죠. 그런데 혼자만 잘 사는 게 제겐 그다지 재미가 없더라고요. 사람들이 좋아하고 만족할 만한 무언가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만들어 내는 것에 가치와 보람을 느끼다보니 손에서 일을 놓을 수가 없더군요.”

이현숙 한글가구 대표는 20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늘 가슴속에 두 가지 꿈을 품고 살아왔다. 하나는 하우스토피아에 대한 꿈이다. 우리도 유럽 같은 선진국처럼 아름다운 집, 편안한 집, 살기 좋은 집을 향한 주거 이상향을 꿈꾸며 실제로 그렇게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여성일자리창출의 꿈이다. 하우스토피아를 실현하려면 반드시 여성, 주부들의 의견이 필요하고 또 반영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많은 여성일자리가 만들어 질것이라고 생각했다. 

“전공은 서양화인데 우연한 기회에 투시도를 배우게 됐어요. 그때부터 머릿속에 떠오르는 모든 생각을 도면화 했어요. 졸업 후에는 아예 투시도 그리는 회사에 취업을 했고, 일본 인테리어 잡지 등을 보며 주거생활문화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했죠. 결혼 후 아이를 키우면서 현대, 삼성, 대림 등 굵직한 건설사 주부공모전에서 몇 번이나 1등을 했고, 나중엔 금호건설에 들어가 일하기도 했죠. 그러나 설계, 건축, 토목 등을 전공한 남성 위주의 조직에서는 제 아이디어가 받아들여지는 일이 거의 없어 결국 2년 만에 사표를 썼습니다.”

DJ 정부 ‘신지식인’ 선정된 주택 전문가 
90년대 중후반 인터넷 붐이 일기 시작하자 직접 홈페이지를 만들어 마음껏 주택칼럼을 올렸다. ‘하우스토피아’라는 이름으로 창업도 했다. 아파트 평면도부터 시작해서 인테리어, 단지환경, 좋은 아파트·집 고르는 법 등 설계부터 시공, 인테리어 등 주택에 대한 거의 모든 내용을 다뤘다. 주요일간지, 여성잡지의 요청으로 글을 연재 했고, 방송사에서 인터뷰까지 오고 DJ정부 ‘신지식인’으로까지 선정됐다. 그러다 보니 각종 건설사들이 바짝 긴장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나중에는 삼성건설 CS팀에서 제안이 와서 하우스토피아가 삼성이 짓는 아파트의 품질관리를 맡아서 하게 됐어요. 기존의 주먹구구 방식과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점검하고 관리하다 보니 삼성이 앞서나갔고, 현대, GS, 대림 등 국내 웬만한 건설사들도 우리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가 만들어낸 시스템으로 수천 명의 아파트 품질관리 주부 모니터링단이 전국에서 활동했습니다.” 

하지만 밤잠 안자가며 만든 아이디어, 시스템, 자료를 도용하고 인력을 빼가는 신규 업체들의 모습에 화가 났다. 5년간 온몸을 다 바쳐 공들인 일을 2010년 정리했다. 그러나 여전히 주거이상향과 여성일자리창출이라는 두 가지 꿈은 버리지 않았다. 

 

한글가구는 선발 모듈과 조합을 통해 소비자가 직접 가구를 다양하게 디자인할 수 있다. 선반 모듈로 유닛을 만들고, 원하는 높이만큼 유닛을 쌓고, 유닛가구를 빈 공간에 맞는 사이즈로 서로 연결하면 시스템 가구가 된다. 이렇게 작게 나눌 수 있는 모듈가구라서 힘이 약한 여자 혼자 힘으로도 충분히 가구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디자인하고 직접 만들 수 있다.

 

한글가구, 열린 몸통·다리 달린 선반이 핵심
“건설회사가 못하는 일을 해보자. 가구를 통해 주거생활 유토피아를 실현해보자고 생각했어요. 주부, 여자, 소비자는 가구를 만들어 본적이 없습니다. 주로 남성들이 만든 가구에 맞추어 살고 있는 우리의 삶을 바꾸고 싶었어요. 내가 직접 집을 지을 수는 없지만 내 방은 내 마음대로 디자인 할 수 있잖아요.” 

한글의 원리를 적용한 모듈디자인 가구 한글가구는 그렇게 탄생하게 됐다. 핵심은 열린 몸통과 다리 달린 선반이다. 선반의 사이즈와 결합점을 정해놓은 모듈 선반을 사용해 가구를 공간에 맞게 디자인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안과 밖이 연결되고, 공간의 크기도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다. 좀 더 쾌적하고 편리하게 생활을 디자인할 수 있는 이유다. 죽은 공간이 없어져 20평의 공간도 30평에 사는 것처럼 공간을 넓게 활용할 수 있다.  

세계적인 모듈가구 기업인 이케아(IKEA)가 한국에 진출한다는 것이 오히려 기회라고 봤다. 한글가구는 이케아처럼 누군가가 디자인 해놓은 것을 그대로 따라서 조립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대로 무수한 조합을 통해 나의 삶에 맞게 디자인할 수 있다. 이케아는 사람들이 나중에 폐기하기도 편해서 사지만 한글가구는 버릴 일이 없다. 쓰레기를 줄여주는 친환경 제품인 셈이다. 어느 장소건 얼마든지 새로운 조합으로 그에 맞는 공간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케아와는 달리 힘이 약한 주부나 여성들도 쉽게 커스터마이징 디자이너로 일을 할 수 있어 새로운 여성일자리창출도 가능하다.  

 

독특한 면 분할과 기물의 배치, 깊은 공간감, 그리고 이색적인 면모가 돋보이는 조선후기 '책가도' 작품. 한글가구는 선반을 모듈화해 이러한 명작품 속 가구 스타일을 실제 생할속에서 내 손으로 그대로 구현할 수 있게 해준다. [사진= 6폭 병풍, 19세기, 종이에 채색, 각 133.0×53.5㎝, 삼성미술관 리움 Leeum]

 

“이케아도 처음부터 소비자들이 선호했던 것은 아니었어요. 아직 한글가구가 낯선 브랜드이고, 이것저것 해야 할 것이 너무나 많은 요즘 사람들은 생각하거나 복잡한 일을 싫어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오직 써본 사람만이 그 진가를 알아보는 것이 현실이에요. 하지만 사람들의 생활과 문화가 조금만 합리적으로 변화되면 한글가구의 가치가 빛을 볼 날이 올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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