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넘게 이어온 성석동 진밭두레패

고양의 작은 농촌마을 노동조직으로 출발한 ‘진밭두레패’가 100주년을 맞았 다. 3·1운동 100주년과 어깨를 나란히 해온 진밭두레패는 아직도 왕성하게 살아있다. 매년 대보름이면 두레패 주최의 정월대보름 달맞이축제가 열린다. 올해 축제는 오는 19일 진밭마을(일산동구 성석동 2007번지)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구제역으로 인해 취소됐다.
일산동구 성석동 진밭마을 주민들이 주축이 된 진밭두레패는 1865∼1868 년 흥선대원군의 주도로 이뤄진 경복궁 중건에도 참여했던 기록이 있다. 이 기록을 기준으로 보면 두래패의 흔적은 150년이 넘는다. 그런데 이 두레패의 역사가 100년으로 다시 강조되는 점은 아마도 3·1만세운동에 참여한 역사에서 기인하지 않을까 싶다.

정확한 날자는 알수 없지만 언제나 진밭두레패는 공연과 대회를 나가기 위해 무진장 노력을 많이했다.

진밭두레보존회 김수정 회장은 “1919년 기미년 3월 1일 독립만세운동 때 두레패원들이 징을 울려 주민들이 모이도록 했으며, 태극기가 없는 주민들을 위해 농기 위에 태극기를 달고 농기를 흔들며 독립만세를 불렀다고 한다. 그래서 진밭두레보존회의 농기 맨 위 쪽에 태극기를 걸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다.
지금도 다양한 행사에 참여할 때마다 진밭두레는 농기에 태극기를 매단다. 보통 두레패 농기 끝에는 대개는 꿩의 꽁지깃털 여러 개를 모아 묶어서 깃대 따위의 끝에 꽂는 장목을 사용했는데, 진밭두레는 3·1만세운동 참여를 기념하기 위해 장목 아랫쪽에 태극기를 달고 있는 것이다.

2001년 9월 22일 중산근린공원에서 있었던 고양시민의 날 기념 체육대회에서 공연을 펼치는 진밭두레패.

두레패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농촌 마을마다 있었던 자발적 주민공동체 노동 조직이다. 김매기 작업 등 마을 농사일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봄 농사가 끝나면 농사에 쓰였던 호미를 씻어 걸어두는 ‘호미걸이’를 하며 마을 전체가 큰 잔치를 벌였다. 이날을 두레셈보는 날이라고 하여 두레총무는 논의 규모와 품을 판 날을 계산해서 품삯을 나눠 가졌다.

3·1운동 만세시위 때는
징 울리며 마을주민 모으고
농기에 태극기 달고 만세시위
진밭마을 주민회원 모자라
고양시민에게 참여 개방

1980년대 초반까지 진밭마을은 전형 적인 시골마을이었고, 진밭두레패도 공동노동을 하는 진밭마을 남성들의 공동 체였다. 3·1만세운동에 조직적으로 참여했던 진밭두레패는 어떤 사정이 있었던 것인지, 3년 후인 1922년 ‘고양 진밭두레패 재구성’이라는 단 한 줄의 기록이 남아있다. 아마도 3·1만세운동 참여로 인해 두레패가 해체되는 위기를 겪고 3년 후 다시 구성되었을 것으로 추정 된다.

진밭두레패와 그 가족과 주민들의 기념사진

진밭두레 회원들은 광복과 한국전쟁 이후 가장 왕성하게 활동했던 때를 1960년대로 기억하고 있다. 마을회관 에는 1963년 5월, 5·16 제2주년 기념을 위한 체육대회 농악경기에서 1등을 차지했던 상장과 1964년 7월 6·25 제 14주년을 맞이해 파주고양기자단에서 개최한 농악대회에서 1등을 차지해 받은 상장이 있다. 이계희 전 회장은 “농악에 나오면 막걸리라도 마실 수 있어서 그랬는지 대회 나가자고 하면 논에 쟁기를 꽂아놓고 나올 정도로 다들 잘 모였다”고 한다.
1960년대에는 광복절과 6·25전쟁, 5·16 등을 기념하기 위해 농악을 비롯해 씨름, 줄다리기 대회를 많이 개최했다. 대회가 있으면 제무시(GM·지엠) 트럭에 악기, 농기, 음식 등을 싣고 대회에 나갔고, 일산종합중고등학교, 벽제다리 밑 둔치 등에서 대회를 많이 열었다.
진밭두레는 1993년 제8회 경기도 민속예술 경연대회에서 ‘용구재 이무기제’ 로 우수상을 받았고, 1997년 제11회 경기도 민속예술 경연대회에서는 ‘싱아대말장박는 소리’로 대상을 수상했다. 이후 행주대첩제와 행주문화제를 비롯해 각종 행사에 참여하고, 정기발표회를 갖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해온 진밭두레는 2005년 7월 29일 고양시 향토문화재 제42호로 지정받아 고양시를 대표 하는 전통민속예술 풍물단체로 인정받으면서 더욱 왕성하게 활동하기 시작하여 2013년도 제19회와 2017년도 제21회 경기도 민속예술제에서 진밭농사소리와 진밭두레소리로 각각 우수상을 수상했다.

진밭두레패가 1963년 5월 1일 벽제면(현 관산동) 제2회 체육대회농악경기에서 우수한 실력을 발휘하며 1등을 차지했다.

17세부터 두레패 활동을 했던 이계희 (77세) 회원은 “전쟁 후 농사로 먹고살기 위해 바로 두레를 결성했는데, 당시 20여 명이 참여했다. 나는 처음 참여하는 것이라 어른 품삯의 절반인 반품만 받으며 일을 배우고 심부름했다”며 “일을 끝내고 저녁을 먹은 후 그 집 마당에 농기 세워 놓고 한바탕 두들기고 놀았는데, 그럴 때면 동네 사람들이 다 나와서 구경했고, 약주술이라도 한 동이 내놓으면 더 신나게 놀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고 한다.
김수정 회장은 “두레패 활동을 할 수 있는 진밭마을 주민들이 점점 줄어들어 36방 군사놀이 등 많은 인원이 필요한 작품은 아직 재현하지 못하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김 회장은 “회원확보를 위해 고양시민이라면 누구라도 진밭두레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며 “우리의 고유한 전통을 보전하는 진밭두레 활동에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시길 바란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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