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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꽃 당신이 올 때’ 신현림 시인 낭독회책방이듬에서 독자들과 만남, “마약 대신 시를...”
  • 정미경 전문기자
  • 승인 2019.03.15 20:12
  • 호수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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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꽃 당신이 올 때』 펴낸
신현림 시인, 책방이듬 낭독회

 

[고양신문] 신현림은 90년대를 대표하는 시인이다. ‘현대시학’으로 등단해 ‘지루한 세상에 불타는 구두를 던져라’, ‘세기말 블루스’ 등의 시로 독자들에게 도발적이고 강렬한 이미지를 심어줬다. 당시 시대를 앞서가는 시인이자 ‘주목할 만한 시인’ 중 한 명에 들기도 했다. 그가 지난달 『사과꽃 당신이 올 때』라는 여섯 번째 시집을 출간했다. 사과꽃을 보고 느낀 다양한 감정에 대해 쓴 70여 편의 시가 수록돼 있다. 사진작가로도 활발한 활동을 하는 그는 ‘사과꽃 당신이 올 때’라는 동명의 제목으로 2월 26일부터 이달 17일까지 사진전을 열었다.

14일, 이 시집을 주제로 호수공원 앞에 있는 책방이듬에서 낭독회를 가졌다. 김이듬 시인이 운영하는 북카페에 신현림 시인의 팬과 독자 20여 명이 모였다. 책방이듬은 오픈한 지 1년 6개월을 맞아 39회째 낭독회를 연 것으로, 참가자들의 열기가 뜨거웠다. 이곳의 단골이자 고등학교 국어교사인 정진우씨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이어졌다.

신 시인은 다수의 시집과 에세이집, 세계 시모음집을 냈고, 동시 ‘방귀’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사진집 『아!我, 인생찬란 유구무언』, 『사과, 날다』, 『사과여행』이 있다. 2012년 울산국제사진 페스티벌에서 한국의 대표 사진작가로 선정됐다. 강연과 낭독회에 이어 짧은 인터뷰를 통해 궁금한 점을 물었다.

 

14일 책방이듬에서 강연중인 신현림 시인이자 사진작가

 

시인에게 시란.

학창시절부터 시를 좋아했고 시를 쓰는 게 좋았다. 등단 후 ‘시는 영감이 오면 쓰는 게 아니고 노동처럼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 달에 4편씩을 꼭 썼다. 그 덕분에 첫 시집 『지루한 세상에 불타는 구두를 던져라』를 낼 수 있었다. 요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젊은이들이 시나 문학에 빠졌으면 마약을 하지 않았을 거다. 마약에 빠지면 건강을 해치게 돼지만 시에 빠지면 건강하게 된다. 만약 시를 안 썼다면 마약을 했을지도 모른다. 시는 나에게 마약과 같다.
시인으로 살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남이 되지 않게 나를 나로서 잘 지켰다는 느낌이 든다. 생존을 위해 살다 보면 나를 잃어버릴 때가 많다. 시를 쓰면 내가 진짜 나로 되는 느낌이다. 시는 삶의 정수이자 아름다움의 엑기스다.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은 시적인 것이다. 죽을 만큼 깊은 고통이나 절망 속에서 피어나는 것도 시이고 아름다움이다. 시인은 그것을 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시와 글쓰기는 삶의 뿌리고 기초적인 것이다.

사진을 시작한 동기는.

열화당에서 출간된 로버트 프랭크의 사진 작품집을 봤다. 글이 아니라 사진만으로도 큰 울림을 줄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루이스 하인이라는 사진작가의 작품은 미국의 어린이와 청소년 노동자들에 대한 법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사진도 자기 존재에 대한 확인이다. 시를 쓰면 사진이 고프고 사진을 찍으면 시가 고프다. 시와 글, 사진은 매우 중요하다. 그것이 없다면 어느 순간 존재 자체가 사라진다. 그것들을 통해 남겨야 한다.
 

신현림 시인, 김이듬 시인, 정진우 교사(왼쪽부터)


『사과꽃 당신이 올 때』라는 시집을 냈고 동명의 사진전을 열었다. 그 의미는 무엇인가.

내게 사과꽃 당신이 올 때는 사라진 이들이 올 때, 그리운 이들이 올 때다. 사라진 이들이 꽃으로 피어난다는 것이다. 2005년 사과나무를 처음 본 후 반해 15년 동안 사과를 주제로 작업을 하고 있다. 현실감옥에서 벗어나 마음 달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사진작가로서 사진을 찍었던 사과밭이 그곳이었다. 사과는 사랑의 상징이며, 물이며, 작은 우주였다.
사과꽃을 보고, 사진을 찍을 때 행복하다. 사과꽃이 왜 이렇게 예쁠까 생각해 봤다. 죽은 사람들의 간절함이 피어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가 아니고 누군가의 울음이고 노래고 사과꽃이었다는 생각도 잇달았다. 사진전에서 ‘사과꽃 진혼제’를 열었다. 역사는 이름있는 사람들에 의해 기록되지만, 이름없는 사람들의 희생에 의해 이뤄진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초기 시 ‘세기말 블루스’를 쓰고 20년이 지난 지금 소감은.

시를 쓸 때가 세기말이었는데 지금도 세기말이 진행형인 느낌이다. 시간이 흐르면 위험하고 괴롭고 힘든 일들이 사라질 줄 알았는데 반복되는 것 같다. 이런 안타까움을 ‘슬픈 데자뷔’라는 시에 담았다. “이 추위도 데자뷔/ 정치도 데자뷔/ 어떤 사건도 데자뷔/ 정치 역사는 반복된다(후략)” 고개 넘으면 또 고개고 첩첩산중인 인생, 역사는 되풀이 된다는 생각에 아쉽다.
특히 요즘 정치인들에게 실망스러운 점은 20대에 공부한 것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시대에 맞게 변화해 가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나이 먹으면서 제일 위험한 것은 옛날 자기가 배운 것을 계속 고집하는 것이다.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서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

1인 출판사 ‘사과꽃’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출판사를 2018년 1월부터 시작했다. 우선 내 자신의 원고 매장량이 많아서다. 그리고 ‘한국 대표시 다시 찾기’를 하고 싶었다. 친일파의 시도 포함된 것들을 제대로 정리하고 싶다는 사명감으로 시작했다. 이미 김소월, 한용운, 김명순, 나혜석, 박인환의 시집과 ‘정선 아라리’ 등 10권의 시집을 냈다.
지금은 죽어 있는 제 에세이집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의 개정판이자 특별판을 내려고 한다. 요즈음 출판업이 힘든데, 문화유산을 남긴다는 생각으로 책을 조금씩 내더라도 종자를 많이 뿌려서 퍼져 나갈 수 있게 하자는 생각이다. 최근 사진집 『웃는 사과』도 제 출판사에서 직접 출간했다.

다시 태어난다면 시인과 작가 중 어떤 삶을 택하겠는가.

둘 다 할 거 같다. 그것이 아니라면 프레디 머큐리 같은 로커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해봤다. 그랬다면 ‘Don’t stop me now’라는 노래를 불렀을지도 모르겠다. 노래를 하는 건 젊게 사는 방법 중 하나인 것 같다. 매일 듣는 클래식 음악이 있다. 음악이 없었다면 삶이 얼마나 재미가 없었을까 생각한다. 음악을 듣고 있으면 인생이 너무나 숭고하고 아름답고 경이롭다. 살아있음에 대한 고마움을 느낀다.

 

신현림 시인 낭독회에서 시집을 함께 보고 있는 독자들

 

행사 후 싸인중인 신현림 시인

 

정미경 전문기자  gracesoph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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