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 기자의 공감공간> 동화나라 & 라비브북스

변신을 꾀하고 있는 지역의 작은 서점을 만나기 위해 20년 이상 된 어린이 전문서점 ‘동화나라’와 2개월 된 젊은 책방 ‘라비브 북스’를 다녀왔다. 두 곳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지만,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주인장들은 인상이 차분하니 목소리도 조근 조근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이들 공간이 사람들로 북적이는 모습을 그려본다.

 

20년 넘은 어린이 전문서점
동화나라(대표 정병규)

 

헤이리 예술마을에 있는 어린이 전문서점 '동화나라'


[고양신문] 헤이리 예술마을에 숨겨진 공간이 있다. 7번 게이트로 들어서면 나타난다. 어린이들이 책을 마음껏 볼 수 있는 어린이 전문서점이다. 1층과 지하1층 넓은 공간에 다양한 그림책과 동화책이 가득 진열돼 있다. 헤이리마을이 형성된 초반부터 변함없이 이곳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넓은 창으로 따스한 햇살이 비치는 1층에 들어서면 아름다운 그림책들 사이로 노란색 표지의 『우리 그림책 작가를 만나다』라는 책이 눈에 띈다. 이곳의 주인장 정병규씨가 쓴 책이다. 우리나라 1세대와 2세대(50~80대) 그림책 작가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글을 썼다. 3년 동안 보리출판사의 ‘개똥이네 집’에 연재한 것을 묶어 책으로 냈다. 현재 3세대(30~40대) 작가들에 관한 책을 준비 중이다.
 

주인장 정병규 씨의 저서 '우리 그림책 작가를 만나다'가 진열된 동화나라 1층


지하1층에는 더 멋스러운 책방 겸 갤러리가 있다. 이곳에는 총 7000여 권의 책이 있고, 어린이용이 70%, 어른용이 30% 정도다. 마치 작은도서관에 온 느낌이 든다. 안쪽 갤러리 벽면에는 호랑이 그림 액자들이 걸려있다. 한동안 보림출판사가 발행한 아트 컬렉션 책들을 입체적으로 펼치는 전시를 했다. 앞으로 다시 한 번 앙코르 전시를 해볼 계획이다. 널찍한 공간 한켠은 어린이 책 자료관이다. 

정 대표는 1996년 고양시 정발산동 초가집 건너편 주택가에 처음으로 책방을 열었다. 이후 대화동으로 옮겨 2006년까지 운영했다. 2004년에는 헤이리마을에도 현재의 어린이 전문서점을 열었다. 헤이리마을이 장차 책방 마을이 될 것이라는 말을 믿은 까닭이다. 오픈 초반 건물이 몇 개 없었을 때는 휴일에 사람들이 물밀 듯이 몰려왔다. 매월 원화 그림책 전시도 하고, 여러 종류의 입체 전시도 수년간 했다. 지금 이곳은 온갖 종류의 업종이 들어오면서 책방을 찾는 발길이 뜸한 상태다. 
 

지하1층 어린이책 자료관

그는 그림에 관심이 많았고 청소년기 때부터 그림을 그렸다. 출판사에서 북디자이너로 편집디자인 일을 했다. 당시 한길사 김언호, 열화당 이기웅, 현암사 조근태 대표와 함께 이탈리아 볼로냐 책 전시회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해외에서는 그림책이 깊은 역사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때부터 그림책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2000년대 온라인 서점이 오픈하기 전 전국적으로 어린이 책방 100여 개가 오픈했다. 이들에게 책을 공급하는 전문유통회사 직원으로 출장을 다니다, 30대에 무작정 서점을 시작했다. 당시 그의 책방은 여성민우회나 한살림 등 일산의 다양한 시민단체들이 전시와 공연, 인형극을 할 수 있는 모임 장소로 활용되기도 했다.

현재 정 대표는 서울 성산동에 있는 ‘개똥이네책방’에서 낭독 모임을 하고 있다. 6년 동안 다양한 세계사 책을 회원들과 함께 읽었다. 토론보다는 읽기 위주로 진행하는 게 특징이다. 그는 “인문학은 사람 중심이다 보니 그것을 뛰어넘고 그 틀을 벗어나고 싶다”면서 “어린이책이나 그림책에만 빠져있으면 그 이상을 볼 수 없어 눈을 더 넓혀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 겸 들려보기에도 안성맞춤인 곳이다.

주소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93-20
문의  031-942-1956

 

동화나라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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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 정발산동 주택가에 오픈한 '라비브 북스' 매장


2개월 된 젊은 책방
라비브 북스(대표 이창우 & 이형주)

일상에서 책을 접할 수 있는 동네 책방이 하나둘 문을 닫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두 달 전 정발산동 저동중학교 옆쪽 주택가에 반가운 공간이 생겼다. 600여 권 정도의 책을 갖춘 아담하고 깔끔한 북카페다. 에세이, 소설, 과학, 그림책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이 진열돼 있다. 서가를 둘러보면 책에 대한 안목이 보통 이상이라는 느낌이 든다.

잔잔한 세미 클래식, 재즈, 팝송이 흐르고, 하얀색 벽면의 깔끔한 인테리어에 여유있게 진열된 책들이 편안한 느낌을 준다. 5개 정도의 좌석에 혼자, 혹은 둘이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보거나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람들. 아기자기한 이곳에 들어서면 저절로 목소리를 낮추게 된다.

 

다양한 종류의 책이 진열된 여유로운 서가

 
이 장소를 함께 운영하는 이창우씨와 이형주 부부는 서울 영등포에 살고 있다. 부인 이씨는 음악치료사로 활동했고, 이창우씨는 여의도 금융회사에 다녔다.
이 대표는 5년 정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많은 것을 경험하고 여러 가지를 배웠다. 경제 자료를 보고 공부하고 결정하는 일이 적성에도 잘 맞았다. 그러던 차에 고용된 직장인이 아니라,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책을 좋아하는 부부는 다양한 장소와 여러 서점들을 다니면서 책이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머물러서 책을 볼 수 있는 내 사무실과 같은 곳이자, 카페나 빵집처럼 지역 공동체 사람들이 소비도 하고 쉬는 장소여도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더 나이가 들어서 시작한다면, 지금과 같은 젊은 감각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처에 지금과 같은 형태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없어서 여기에 자리를 잡았다. 안에서 밖을 볼 때, 밖에서 안을 볼 때 느낌이 좋은 곳이다.

'파랑의 역사'라는 책을 주제로 파란색을 모아 놓은 공간

 
이곳을 유지하고, 책을 계속 판매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른 것이 있어야 한다고 봤다. 그런 이유로 커피와 빈티지 컵도 판매하고 있다. 커피를 직접 배웠고, 좋은 원두를 써서 맛있는 커피를 제공하고 있다. 다양한 커피 음료 외에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스콘과 마들렌도 있다. 부인 이씨가 유기농 밀가루와 프랑스산 버터를 사용해 자극적이지 않은 맛으로 매일 아침 직접 만든다. 

2주에 한 번씩 주제를 정해 책 전시도 하고 있다. 현재는 ‘파랑의 역사’라는 책을 중심으로 파란색의 서적을 모아 진열하고 있다. 차후 시간과 경험이 쌓이면 작은 콘서트나 북토크도 열 생각이다. 일반 서점에서 잘 하지 않는 행사, 참신하면서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하고 싶다. 책을 좋아하고 비슷한 성향을 가진 이들이 찾으니 일하는 재미가 넘친다. 이 대표는 “책을 읽지 않아도 편안한 공간, 언제와도 좋은 따듯한 공간이 됐으면 한다”며 “이를 통해 동네에 기여할 수도 있다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주소  고양시 일산동구 정발산동 1188-5
문의  070-8879-0908 (일요일 휴무)

 

라비브 북스에서 판매하는 빈티지한 잔들
주택가에 위치한 라비브 북스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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