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꼼한 초동수사로 마약사범 검거한, 백석지구대 경찰

▲ 사약사범 검거에 나섰던 백석지구대 경찰관들. 사진 왼쪽부터 이영준 경장, 박병수 경감, 권혁실 경위, 정현석 순경, 김재형 경위. 이들 중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권혁실 경위(사진 가운데)의 초동수사로 주사기 등의 주요 증거물을 확보할 수 있었다. 권 경위는 세 번이나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유단자(6단)다.

납치‧감금당했다는 신고로 호텔가보니
남녀 2명, 눈 충혈된 채 횡설수설
지구대 여경, 에어컨 안에서 주사기 발견
초동수사로 증거 확보, 즉각 체포


[고양신문] 납치‧감금당했다는 112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지구대 경찰관이 피해자로 생각했던 사람들의 말과 행동이 이상하다고 판단해 현장(호텔방)을 조사해 보니 마약 투약에 의한 환각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경찰관 2명(고양 백석지구대)은 의심스런 행동에 곧바로 호텔방을 뒤졌고, 도착 10분 만에 에어컨 안쪽에서 주사기 등을 확보해 마약 투약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이번 사건은 본서 강력계 형사들이 도착하기 전에 지구대 경찰관이 현장 초동수사를 꼼꼼히 진행하면서 물증을 확보한 사례다. 특히 물증확보에 공을 세운 이가 여경이었다는 점도 놀랍다. 납치‧감금신고 현장출동과 마약사범 검거라는 강력사건을 여성 경찰이 주도해 초동수사를 벌여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

지난 3월 28일 오후 4시경 지인이 납치됐다는 112신고가 접수됐다. 사건 현장으로 지목된 곳은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의 한 호텔. 인근에서 순찰 중이던 2명의 경찰관은 1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고, 호텔방에서 30~40대 남녀 2명을 확인했다. 그런데 이들의 행동이 너무 이상했다. 대낮에 알몸상태로 가운만 걸친 커플은 붉게 충혈된 눈으로 “몰래카메라가 호텔방에 설치돼 있다. 와이파이가 안 돼서 나갈 수 없다” 등 횡설수설했고 묻는 질문에는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다.

말을 맞출 것을 염려해 현장에서 이들을 분리해 심문을 이어갔지만 동문서답이 계속됐다. 현장에 있던 2명의 경찰 중 선임인 권혁실 경위(여‧49세)는 마약투약을 확신하고 현장을 뒤지기 시작했고, 10여 분 만에 천장 에어컨 안쪽에서 주사기 2개를 발견할 수 있었다. 본서의 강력계 형사들이 도착하기 전이었지만 초동 현장수사로 중요한 증거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

이후에도 권혁실 경위는 호텔방 창문이 살짝 열려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밖을 확인할 것을 동료 경찰에게 요청했다. 호텔방이 7층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창문 밖을 확인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화단 나무 위에 담뱃갑이 있는 것을 의심해 열어보니 약 0.5g의 필로폰이 들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산동부경찰서 관계자는 “피의자 2명 중 남성(40대 중반)은 마약투약 전력이 있고, 여성(30대 중반)은 초범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남성이 여성에게 투약을 권유한 진술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인관계인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 피의자들은 연예계나 권력층은 아니다”라며 “남성은 무직, 여성은 일반 직장에 근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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