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강점희 경기고양시일산가구협동조합 이사장

40년 가구업, 희로애락 함께해
가구산업 살릴 가구단지 추진 앞장
공동체 내 함께 사는 이웃 살펴야  
가구박람회 수익금 이웃돕기 기부 

 

강점희 경기고양시일산가구협동조합 이사장

 

[고양신문] “전국에서 가장 많은 가구유통업이 집중돼 있는 고양시 가구산업의 비전은 대한민국 가구 산업의 미래와 연계돼 있습니다. 중소·영세기업이 대부분인 우리 가구산업이 이케아와 같은 거대 브랜드에 맞설 수 있는 길은 뭉치는 것뿐입니다. 브랜드도 뭉치고 유통도 뭉쳐서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큰 흐름을 만들어야 합니다.”

강점희 경기고양시일산가구협동조합 이사장은 2012년 ‘고양시 가구산업의 새로운 비전’ 세미나의 인사말에서 이야기했던 내용을 단순히 ‘말’로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한걸음한걸음 내딛어가며 현실로 만들어 가고 있다. 

3년 만에 다시 독자적으로 준비했던 ‘2019고양가구박람회’를 성공적으로 끝냈다는 안도감 때문일까. 그동안 뇌리에 새겨져 있던 강점희 이사장 특유의 강인하고 날카롭던 인상과 표정은 무척 온화하고 부드럽게 변해있었다.

2019고양가구박람회가 지난해에 비해 훨씬 더 성공적이었다고 들었다.  
올해는 5만1000여 명의 참관객이 다녀갔고, 전체 매출액도 지난해 대비 거의 두 배에 근접하는 97억원에 달했다. 2011년 이후 올해가 아홉 번째 박람회였는데, 그동안 겪었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면서 더욱 효율적으로 진행했기 때문 아닌가 싶다. 

먼저, 경기도와 고양시의 관계자들이 가구산업에 관심을 갖고 예산지원을 더 늘려줘 힘이 됐다. 다른 유관 산업 전시와 병행했던 지난 박람회와는 달리 올해는 우리만의 독자적 박람회로 준비한 것도 주효했다고 본다. 그리고 고양시에서 시민들에게 온라인, 홍보책자, 전광판 등 온-오프라인으로 박람회를 알리는 데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었기 때문에 우리의 홍보역량을 고양시 이외의 지역에 훨씬 더 집중할 수 있었다. 

 

2019고양가구박람회 개막식 테이프 컷팅

 

표정이 굉장히 부드러워졌는데.
우리 지역에서 열리는 꽃박람회 때문에 고양을 꽃의 도시라는 이미지로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원래 고양은 5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가구의 도시이기도 하다. 일산 신도시로 개발되기 이전에는 대한민국 가구산업의 중심지였는데, 점점 쇠락해가는 가구산업을 다시 살리기 위해 목소리를 크게 내다보니 예전엔 강한 인상을 주었던 것도 사실이다. 나이가 들면서 연륜도 쌓이고 가급적이면 꼭 해야 할 말만 조용히 하는 편이다 보니 요즘엔 인상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곤 한다.(웃음) 

가구산업에 종사하게 된 계기와 40여 년을 이어온 소회는 어떠한지.
고3 때 학교를 그만두고 친구와 함께 무작정 상경했다. 어린 나이에 이일저일 갖은 고생을 하던 중 아는 사람의 권유로 입사해 가구업을 배우게 됐다. 서울에서 10년 정도 꾸준히 일하며 배우다가 30대 초반에 고양시로 들어오면서 직접 매장을 열어 사업을 시작했다. 식사동과 덕이동에 각각 100개 이상씩 총 200여 개의 매장에서 서로 도우며 활기차게 가구산업을 이끌어가던 좋은 시절이었다. 

고양시가 꽃박람회를 계기로 화훼산업 육성에 치중하고, 또 가구공단이 있던 식사지구와 덕이지구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파주, 포천, 남양주 등으로 이주해가기도 했고, 남아 있는 업체들도 서로 흩어져 각자도생하기에도 벅차다 보니 ‘가구산업의 메카’라는 자부심은 사라지고 유대감도 점점 더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아쉬운 마음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이미 고양·일산가구단지협의회는 물론 양쪽을 아우르는 고양시가구협동조합도 있는데, 경기고양시일산가구협동조합을 별도로 설립한 이유는.
2013년 고양시가구협동조합 초대 이사장을 맡아 일을 했다. 중간에 가구유통단지 설립 등 회원들 간에 서로 의견이 다른 부분이 있었다. 가구인들의 염원인 가구물류유통단지 조성에 대한 문제를 면밀히 파악하고 현실적인 실행방안 모색을 위해 여러모로 애써온 것에 대한 결실을 맺고자 새로운 조합을 만들게 됐고, 벌써 100개 가까운 회원사들이 뜻을 함께하고 있다. 

2016년 조합 개소식에서 일산서구 덕이동 일원에 가구물류단지 조성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
중앙정부, 고양시 등 관계부처와 TF회의 등 다양한 논의와 검토를 거친 끝에 당초 물류단지로 추진하려고 했던 계획을 도시개발사업 성격으로 바꾸어 가구단지를 조성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됐다. 

하반기에 부지매입부터 시작해서 도시개발계획관련 행정절차를 거치면 단지조성 설계와 공사까지 약 2년 6개월 정도 후인 2022년에는 포천의 ‘마홀앤(MAHOL&)’ 가구공동전시판매장뿐 아니라 이케아 고양점보다 훨씬 더 면적이 넓은 약 10만평 규모의 고양가구단지가 탄생한다. 

2014년 ‘고양시 가구산업 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한 이래 차마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난관과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오늘까지 끌고 왔다. 고양시 담당부서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회원들의 기대와 응원도 너무 크기 때문에 어려운 순간이 있더라도 가구인들의 40년 숙원사업이 달성될 날을 상상하면서 힘을 내곤 한다. 

 

덕이동에 들어서게 될 약 10만평 규모의 고양가구단지 토지이용계획(안)

 

이케아가 들어오면서 가구산업이 위기라는 우려가 많았다. 현실은 어떠하고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이케아 입점을 앞두고 위기감을 느껴 LH본사나 관계부서를 찾아가 시위에 앞장서기도 했는데  막상 지나고 보니 위기는 역시 기회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우려했던 것보다는 타격이 그리 크지 않고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이케아의 특성을 선호하는 소비자는 따로 있다. 

이케아로 인해 오히려 우리 가구업계에서는 제품의 질을 더욱 높이면서 고객 서비스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소비자 기호에 맞는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는 계기가 됐다. 튼튼하고 내구성 좋은 국내 가구를 더 믿고 찾는 소비자가 많은 것을 보면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음도 알게 됐다. 3년 후엔 우리도 이케아와 겨뤄도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고양가구단지를 갖게 된다. 고양 가구인들에게 희망을 주고 소비자들도 다양하고 질 좋은 가구를 한자리에서 편리하게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살아오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은 언제였고, 어려운 상황들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은 무엇인가. 
각종 단체에서 여러 가지 활동을 했지만 장학회를 만들어서 다음 시대를 이끌어갈 학생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을 주어온 것이 가장 보람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가구박람회의 수익금에서 참여 업체들이 십시일반 모아 2000만원을 불우 이웃들에게 성금으로도 전할 예정인데 회원들이 흔쾌히 참여해줘 고마울 따름이다. 개인적으로도 작게나마 일정 금액은 늘 기부를 하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동체에는 늘 나보다 어려운 환경에 처한 이웃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나 자신도 힘들고 어려운 일이 닥칠 때마다 10대 후반에 무일푼으로 서울로 올라와 고생했던 때를 생각하면 못 견딜 일이 없더라. 각자의 삶 속에서 조금씩 내 옆에 있는 이웃에게 눈길과 마음을 주면서 함께 살아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마음에 품고 사는 것도 바로 그 힘들었던 내 청춘의 경험 때문이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