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용의 호수공원 통신>

녹지대 잘려나간 나무. <사진=김윤용>

 
[고양신문] 음식점과 카페 간판을 가린다며 나무를 죽인다는 신문기사를 읽고 경악했습니다. 강원도 원주시 행구동 30년생 왕벚나무 세 그루. 말라죽어가는 나무를 이상하게 여겨 살펴보니 나무마다 지름 1cm짜리 구멍 10여 개를 뚫어 놓은 걸 확인할 수 있었답니다.

대전시 동구 대청호 일대 느티나무 가로수 세 그루. 지난해 7월 고사했다고 합니다. 나무 높이가 15m나 되는 큰 나무였답니다. 나무 주변 흙을 분석해보니 농약 성분이 나왔습니다. 누군가 경관을 해친다고 생각해 나무에 농약이나 제초제 따위 독극물을 주입하거나 뿌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서울 신당동 약수역 사거리 송도병원 방향 20m 거리 느티나무 가로수 네 그루와 훈련원로 가로수 두 그루. 나뭇잎이 말라죽고 고사 기미가 보여 조사해보니 나무에 구멍을 뚫고 독극물을 주입한 것이 드러났습니다. 주변 상가 누군가가 이런 일을 저질렀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으나 심증만 있지 물증은 없어서 사실 여부를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전주시 삼천동 450살 곰솔나무 천연기념물 제355호. 나무 키 12m, 가슴둘레 9.6m, 가지가 뻗은 지름이 20미터에 이르는 아름다운 나무입니다. 이로 인해 나무 주변에 고도제한이 생겼고 고도제한에 걸린 땅 주인이 나무에 드릴구멍 8개를 뚫고 독극물을 주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가로수에 농약이나 제초제 따위 독극물을 주입해 죽이는 일이 언론에 심심찮게 기사화되고 있습니다. 가로수 나무가 간판을 가린다는 이유로, 나무 그늘로 인해 농작물 재배에 피해를 본다고 나무를 죽이는 겁니다. 사람들은 인근 주민이나 주변 상가 주인이 저지른 행위로 의심합니다. 미루어 짐작이 가능한 합리적인 의심입니다. 전문가들은 “가로수가 고사하는 중요한 이유는 간판이나 조망권 문제” 때문이라고 해석합니다. 상업지구에서 특히 많이 나타나는 이기적 사례라고 합니다.
 

녹지대 잘려나간 나무. <사진=김윤용>


햇빛이 따갑습니다. 나무 그늘 아래를 따라 걷습니다. 터널을 이룬 나무 그늘 아래 서면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 땀에 젖은 몸을 시원하게 해줍니다. 언젠가 호수공원을 걷고 원마운트 방향으로 나와 현대백화점을 지나 킨텍스에서 대화동 주택가로 빠졌습니다.

땀도 식힐 겸 카페에 들러 책 한 권 꺼내놓고 망중한에 빠졌습니다. 도로와 주택가 사이에 녹지를 조성해 놓았는데, 카페는 녹지대를 개인 정원처럼 이용하고 있더군요. 주변 식당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보통 주택가 녹지에는 벚나무, 느티나무, 자귀나무, 회화나무, 중국단풍나무 등 큰키나무와 명자나무, 회양목, 쥐똥나무 따위 작은키나무를 심어 놓았습니다. 일산 주택가 대부분은 그런 식으로 녹지를 조성해서 자동차 소음과 공해를 차단하고 있습니다. 까닭에 주택으로 들어가는 주 출입구는 녹지 반대편 방향에 있습니다. 그런데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도로 옆 주택들에 식당이나 카페가 들어서면서 녹지를 개인 정원처럼 이용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녹지 쪽으로 길을 내서 카페나 식당 출입구로 이용하는 걸 살필 수 있었습니다. 분명히 공유지임에도 사유지처럼 사용하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나고 있군요. 상인들이 사유지처럼 이용하는 녹지는 큰키나무들이 많이 훼손당한 게 눈에 띄는군요. 상호를 가리거나 출입을 방해한다고 나무를 베었을 거라는 의심이 들더군요.

고양시는 도로 옆 녹지대 나무 실태를 전수 조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누군가 나무를 훼손했다면 책임을 묻고 원상회복하게 해야 합니다. 더 이상 나무를 죽이는 사람이 없도록 합당한 조처를 취해야 합니다.
 

꽃이 드문 여름철, 황금빛 모감주나무 꽃은 사람들 눈길을 끌어당긴다. 낙민공원 모감주나무. <사진=김윤용>

 

호수공원 6월초 풍경. 가을하늘 느낌이 난다. <사진=김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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