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립가좌도서관 ‘제1회 보라축제’

9월 28일, 강연·연극·음식·노래…
동시다발 흥겨운 마당 펼쳐
코스프레 축제 상품은 ‘으뜸 송포쌀’

 

[고양신문] 머루가 보라색으로 익어가는 가을, 책과 노래, 강연과 연극, 그리고 음식과 놀이가 어우러지는 별난 축제가 일산서구 가좌도서관에서 열린다. 이달 28일 열리는 제1회 ‘보라축제’는 사서와 작가, 이웃 주민 등 가좌도서관을 중심으로 모인 이들이 함께 기획하고 준비한 동네 문화잔치다. 축제 이름은 머루의 색깔인 ‘보라’와 ‘무언가를 해 보라’는 적극적 권유의 의미를 함께 담았다.

잔치마당은 크게 5개의 콘셉트다. ▲‘삶을 보라!’는 도서관 프로그램의 본령인 명사들의 강연이다. 읽고 보라의 이권우 도서평론가, 쓰고 보라의 백승권 작가, 느끼고 보라의 조이한 에세이스트, 먹고 보라의 조영학 번역가, 의심하고 보라의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 등 각 분야의 유명 강사들이 오전 10시부터 저녁까지 릴레이 강연을 펼친다. 5강을 모두 수강한 참가자에게는 조영학 작가의 ‘붥덱표 수제맥주’가 선물로 주어진다.
▲ ‘먹고 보라!’는 미각이 호사를 누리는 마당이다. 가좌도서관에서 진행 중인 ‘맛의 기억:엄마의 음식을 기록하다’ 팀이 낮 12시부터 추억 속 엄마의 손맛을 되살린 음식들을 판매한다.

▲ ‘뒹굴고 보라!’는 몸으로, 연극으로 노는 ‘보라 집을 찾아서’, 우리들의 놀이터 만들기 등이 진행된다. ▲ ‘즐기고 보라!’는 오후 2시부터 연극 ‘新 옹고집전’이, 저녁시간에는 ‘코스프레 경연대회’가 마련돼 있다.

▲ 마지막으로 ‘부르고 보라!’는 아름다운 노래와 함께 보라축제의 추억을 마무리하는 시간이다. 싱어송라이터 조준호가 음악으로 쓰는 기행문의 세계로 참가자들을 이끈다.

보라축제의 드레스코드는 당연히 ‘보라’다. 하루 동안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독특한 마을축제를 기획한 고양시립가좌도서관 이선화 관장에게 보라축제와 코스프레 경연대회에 대해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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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라축제’라고 이름을 지은 이유는.
가좌도서관 테라스에는 올 봄에 심은 머루나무 70그루가 자라고 있다. 도서관 직원 워크숍에서 가을에 머루가 익으면 머루축제를 하자는 의견이 나왔고, 워크숍을 이끌어준 박미숙 책놀이터 작은도서관 관장님이 “머루 열매가 보라색으로 익으니, 보라축제로 이름을 지으면 좋겠다”고 제안해 주셔서 모두들 동의했다. 이후 축제 기획을 하며 ‘보라, 보라…’를 입에 올리다보니 읽고 보라, 쓰고 보라, 즐기고 보라 등등 무궁무진한 아이디어가 쏟아져 하나하나를 특별한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봤다.

■ 코스프레 경연대회가 특히 눈에 띈다. 기획 의도는.
코스프레 경연대회도 직원 워크숍에서 나온 의견이다. 평소 『해리포터』와 『반지의 제왕』 덕후를 자처하는 한 사서가 직접 책이나 영화 속 캐릭터가 돼 보는 코스프레 축제를 꼭 해 보고 싶다고 제안해서 도서관 이용자들과 함께 즐겨보기로 했다. 

■ 어떻게 참여하면 되나.
남녀노소 누구나 자기가 좋아하는 책과 영화의 등장인물로 변신하고 오면 된다. 단, 행사 진행의 원활한 흐름을 위해 사전신청을 해야 한다. 의상이나 소품으로 몸을 꾸미고 오면 되는데, 가능하면 구입하지 않고 창의적으로 스스로 만들어 참여한 개인, 또는 팀에게 후한 점수를 줄 예정이다.

■ 경연 심사는 누가 하나.
어린이·청소년심사단 20명을 모실 예정이다. 가좌도서관 인근 학교인 송포초, 가좌초, 송산중, 가좌고에서 각각 5명씩 추천받을 계획이다. 각 학교 사서 선생님들을 만나서 협조를 구했더니 흥미로워 하시면서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하셨다.

■ 상품으로 송포쌀을 주는 것도 특이하다.
경연대회에는 마땅히 상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현행법상 공공도서관이 시민들에게 선물을 줄 수 없어서 행사의 재미가 반감되는 아쉬운 상황을 인근 송포농협 임용식 조합장님이 전해 들으시고 흔쾌히 후원해 주시기로 했다. 송포쌀은 밥맛 좋기로 유명한 으뜸 쌀이다. 현재 임용식 조합장님은 코스프레 페스티벌 홍보대사로도 활동해 주고 계신다. 상 이름은 우리 도서관에서 ‘맛의기억:엄마의 음식을 기록하다’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선생님들이 지어주셨다.
 

보라축제를 후원하는 송포농협의 임용식 조합장. 축제 홍보대사로도 활약 중이다.

■ ‘정숙’이라는 단어로 대표되는, 도서관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있다.
기획단계부터 작가, 전문가, 도서관 이용자 등 동네 사람들이 함께 준비해 더 의미 있는 축제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직원들이 먼저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축제 때 입으려고 죄수복을 구입한 직원도 있고, 종합자료실 담당자는 짧은 시를 지어 공유하기도 했다.
‘…직박구리 어미 새가 아기 새에게 말한다 / 너희들은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 가좌도서관에 먹물 든 열매를 따먹어라 그게 제일 부드럽고 달콤하단다’(황미경 시작노트 中)

■ 이번 코스프레 축제가 어떤 행사로 마무리되기를 기대하나. 
코스프레는 책을 즐기는 방법 하나를 더 알리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특히 아직 책읽기에 흥미를 갖지 못한 아이들에게 즐거운 책읽기의 경험을 선물해주기에 안성맞춤이 아닐까. 하지만 아무래도 도서관에서는 첫 시도라 기대 반 걱정 반이다(웃음). 어쨌든 이런 다양한 시도를 통해 가좌도서관이 동네에서 가장 즐겁고 신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도서관을 찾는 이들로부터 ‘너무 재밌다. 내년에 또 열어 달라’는 말을 듣는 게 목표다.

※ 참여 신청  http://naver.me/GEWXmac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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