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고양신문 주관 DMZ다큐고양. 벨라시타 메가박스에서 '애국자게임' 상영

깊어지는 가을밤 고양시 이웃공동체가 다큐영화와 맥주 한잔을 나누는 특별한 자리가 마련됐다. 고양신문이 주관한 다큐축제 ‘DMZ다큐고양’이 23일 백석동 벨라시타 메가박스 상영관에서 열렸다. 작년에 이어 2회째 진행된 이날 행사는 고양을 주무대로 열리는 DMZ국제다큐영화제를 고양시민들의 축제로 거듭날 수 있도록 응원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생태·통일·마을·도시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공동체 일원 및 일반 시민 150여명이 참석했으며 영화상영 이후에는 감독과의 대화와 맥주 파티 시간도 마련됐다. 

상영작은 한국사회의 오래된 화두인 ‘애국심’의 정체를 다룬 2001년작 ‘애국자 게임’. 이번 DMZ국제다큐영화제 특별전에 초청된 다큐영화 중 손꼽히는 수작이다. 애국이 무엇인지, 애국의 원동력이 무엇인지 그 답을 찾기 위해 경순·최하동하 감독은 3년여 동안 전국을 돌며 1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조갑제 월간조선 편집장, 박홍 서강대 명예총장, 이도형 ‘한국논단’발행인, 홍세화 전 노동당대표, 임지현 교수, 김규항 출판인 등 진보보수를 막론한 다양한 인사들의 이야기를 통해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애국’의 실체를 조명했다. 

오늘날 태극기부대와 같은 극우보수단체를 비롯한 애국자들의 존재가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다는 점에서 20여년 전 제작된 이 영화의 문제의식은 여전히 유효했다. 방청객들이 때로는 폭소하고 때로는 진지한 표정으로 영화를 보는 사이 어느새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영화가 끝난 뒤 연출을 맡았던 경순 감독이 참여하는 감독과의 대화시간도 마련됐다. 97년 IMF사태 이후 한국에서 일었던 금모으기 운동 같은 애국열풍을 바라보며 이를 영화에 담아보기로 결심했다는 경순 감독. “좌우를 떠나 이러한 운동이 한국사회에서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발현되는 게 너무 궁금했고 정체를 파헤쳐보고 싶었다”며 “‘애국자 게임’이라는 영화제목도 이러한 현상이 마치 가상현실의 게임 같다는 생각에 붙이게 된 이름”이라고 이야기했다. 영화 시작과 함께 나오는 애국가 영상에 관객들이 모두 기립했던 사연, 제작 당시 영화관 개봉이 무산돼 딴지일보 스트리밍 상영으로 수 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던 사연 등 다양한 에피소드도 흥밋거리였다. 

감독이 생각하는 애국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관객의 질문도 나왔다. 경순 감독은 “시민 각자의 마음속에 있는 애국은 아름답고 소중한 것”이라며 “다만 이것이 권력층에게 이용되는 순간 다양한 사회문제로 나타나는 것 같다”는 견해를 밝혔다. 아울러 “영화를 만든 지 20년이 지났지만 그때 제기했던 애국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한다”며 “오늘날 우리가 보다 나은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 문제들을 고민하고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이러한 고민의 연장선상에서 경순 감독은 이번 DMZ다큐영화제에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구속사건을 다룬 ‘애국자게임2- 지록위마’를 출품하기도 했다. 

긴 시간동안 감독과의 대화를 마친 관객들은 인근 고양터미널 옥상에 마련된 DMZ야외포차로 자리를 옮겨 맥주를 마시며 영화와 관련된 못다 한 이야기들을 나눴다. 행사를 마련한 이영아 고양신문 대표는 “작년보다 더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준 덕에 공동체 상영회가 알차게 진행된 것 같아 감사하다”고 전하며 “앞으로도 DMZ국제영화제가 지역사회와 더 밀착되는 행사가 되기를 희망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영화 상영회가 끝난 뒤 맞은편 고양터미널 건물 옥상에서 맥주파티도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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