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홍형숙 DMZ국제다큐영화제 집행위원장

관객 늘고 참신한 기획 호응 
소재·형식 다양, 한국다큐 약진
제작지원작 연이은 해외초청 성과

차별화된 영화제로 성장하려면
장르 특성화, 공공성 확대해야

 

[고양신문] 제11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9월 20~27일)가 치러지고 한 달이 흘렀다. 영화제 성과를 정리하고 앞으로의 과제를 짚어보기에 적절한 때다. 올해 영화제에 앞서 “새로운 10년의 출발을 알리는 영화제”를 선언했던 홍형숙 집행위원장을 만나 영화제와 다큐멘터리에 대해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았다. 

 


▶ 제11회 영화제의 성적은 어떤가.
개막 직전 아프리카 돼지열병 발생으로 임진각에서 열기로 했던 개막식이 취소되는 아쉬움 속에 출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 1만8000명의 관객이 영화제를 찾아주셨다. 지난해에 비해 9%나 증가한 수치다. 영화제에 대한 관심도를 보여주는 매진작 편수도 많이 증가했다. 고맙고 반가운 결과다. 영화제를 준비하며 대중성과 전문성, 양쪽을 다 놓치지 말자고 다짐했었다. 대중성 측면에서는 벨라시타 잔디광장에서의 야외상영, 디엠지 토닥토닥(토크+다큐) 등 관객 친화적 프로그램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특히 고양과 파주 관객들의 호응이 컸다.

▶ 화제를 모았던 작품은. 
한국 다큐 경쟁부문 출품작들이 눈에 띄게 강세였다. 출품작 숫자도 지난해 38편에서 올해는 64편으로 대폭 늘었고, 다양한 형식과 소재를 다룬 완성도 높은 작품들이 골고루 포진돼 한국다큐멘터리의 성장을 실감할 수 있었다. 대상을 차지한 이승준 감독의 ‘그림자꽃’, 관객상을 받은 경순 감독의 ‘애국자게임2-지록위마’, 그리고 ‘녹턴’, ‘원더링 쉐프’ 등의 작품이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해외 영화 중에서는 ‘사마를 위하여’가 많은 이들로부터 ‘인생다큐’라는 극찬을 받으며 영화제 내내 화제를 모았다.

제11회 DMZ국제다큐영화제 개막식.

▶ 새롭게 기획된 프로그램도 많았는데.
한국영화 100주년을 기념해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작품 중 기자와 비평가들이 추천작을 고른 ‘한국다큐 명작 50선’을 기획했는데, 다큐 장르에서는 첫 시도였기에 주목을 받았다. 앞으로도 연속성 있는 기획으로 이어가고 싶다. 

▶ DMZ국제다큐영화제의 객관적 위상은 어떤 수준인가
지난 10년을 지나오며 한국을 대표하는 다큐영화제로 성장했다.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는 ‘시즌2’에서는 30년 역사의 일본 야마가타 영화제를 넘어 자타공인 아시아에서 가장 권위 있는 국제다큐영화제로 자리매김하고 싶다. 앞으로 몇 해만 더 노력하면 충분히 도달할 수 있는 목표다. 나아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 유수의 국제다큐영화제로 성장할 수 있도록 중장기적 비전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 주최자인 경기도의 안정적 지원이 따라야 할 것 같다.
당연하다. 사실 다큐멘터리라는 장르를 벗어버리고 일반 영화제로 바꾸자는 요구가 여전히 심심찮게 불거지기도 한다. 부산국제영화제처럼 성공신화를 써 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부산을 좇아 우후죽순처럼 신설된 전국의 수많은 국제영화제 중 차별성을 찾을 만한 영화제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오히려 비슷비슷한 기획으로 서로 존재감을 깎아먹고 있다. 국제영화제가 성장하려면 장르 특성화와 공공성이라는 차별화 전략이 필요한데, 그런 점에서 DMZ라는 상징성과 평화라는 주제, 그리고 다큐멘터리라는 장르를 결합한 경기도의 선택은 탁월한 것이었다. 일관된 정책방향을 가지고 보다 과감한 지원과 투자가 이어진다면, DMZ국제다큐영화제는 분명 경기도가 자랑할 만한 문화상품이자 생산기지가 될 것이다.

DMZ국제다큐영화제는 고양시 메가박스 백석과 벨라시타를 주 무대 삼아 열린다.

▶ 다큐멘터리가 문화적 잠재력이 큰 장르인가.
당연하다. 영화제 출품작의 면면을 보면 알 수 있듯, 다큐멘터리는 장르의 확장성이 무궁무진하다. 정통 다큐도 있지만, 극영화나 애니메이션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들도 많다. 방송에서 넘어오는 새로운 경향들, 또는 첨단 영상산업과 관련된 요소들도 유연하게 흡수한다. 다시 말하지만 국가나 지자체의 문화정책 담당자들이 다큐멘터리의 이런 특징과 잠재력을 잘 이해하고 장기적 비전을 세웠으면 한다.

▶ DMZ영화제가 제작지원한 작품들이 해외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고 들었다.
해외 영화제에 참가해 영화를 보는데, 자막에 ‘DMZ다큐 펀드’ 자막이 뜨면 굉장히 반갑다. 좋은 영화를 잘 발견해서 지원했다는 자부심 같은 거다. 올해만 봐도 DMZ영화제에서 제작지원을 한 작품이 세계적 다큐멘터리영화제인 IDFA, 뭄바이영화제 등에 4작품이나 초청됐다. 이런 성과가 해마다 쌓이면 DMZ국제다큐영화제가 자연스레 홍보되고, 위상이 높아진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처음 시작한 제작지원 프로그램인 ‘DMZ인더스트리’에 거는 안팎의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 ‘DMZ인더스트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
제작지원과 협력 네트워킹을 결합해 다큐영화 시장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려는 취지로 설계됐다. 우선 제작지원을 살펴보면 기획개발과 제작, 후반작업으로 이어지는 3단계별로 촘촘히 나눠 유망 프로젝트를 맞춤형으로 지원하도록 했다. 네트워킹 역시 작가들에게 영화제 관계자, 채널·배급사, 투자자 등 해외 게스트들과의 비즈니스 미팅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맞춤형 정보 교환이 오가는 플랫폼으로 작용하도록 했다. 이번 영화제에도 해외 게스트들이 200명 넘게 찾아와 400회가 넘는 공식 미팅이 이뤄졌다. 작가들에게는 자신의 프로젝트나 작품을 해외에 소개할 수 있는 더없이 요긴한 기회인 셈이다.

올해 처음 선보여 큰 호응을 얻은 'DMZ인더스트리' 프로그램.

▶ 한국 다큐멘터리의 산업적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솔직히 말해 답변할 만한 자료가 거의 없다. 도대체 매년 다큐멘터리가 얼마나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몇 명의 관객들과 만나는지 아무도 별도의 통계를 내지 않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도 다큐멘터리를 그냥 독립영화에 포함해버린다. 한국 다큐의 제작 현실도 녹록지 않다. 해외에서는 텔레비전에 다큐 채널이 있거나 안정된 방영 기회를 얻곤 하는데, 우리는 다큐 편성이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정책적 모순도 있다. 현행 제도상 방송은 과기정통부 관할이고, 영화는 문체부 관할인데, 다큐멘터리는 양쪽에 다 걸쳐 있다. 문화산업은 통합적 전략을 가지고 운영하지 않으면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기 어렵다. 다큐멘터리의 생리를 이해하는 정책가들의 혜안이 필요하다.

▶ 영화제가 고양과 파주를 중심으로 열리고 있다. 지역과의 접점을 좀 더 넓혀야 하지 않을까.
관객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다행히 영화제를 찾는 고양과 파주 관객들이 늘고 있고, 만족도도 가장 높게 나타난다. 다큐도슨트 양성과정처럼 관객 참여형 프로그램도 성공적으로 평가받았다. 고양과 파주 시민의 애정과 자부심을 기반으로 영화제를 성장시키기 위해 정기상영회와 교육 등 상시 사업을 확장하고, 지역 문화모임과의 네트워크도 촘촘하게 구축하고 싶다. 영화제가 가진 자산 중 하나가 DMZ국제다큐영화제 후원회 조직이다. 후원회원들의 관심과 지원에 깊이 감사드린다. 고양시민들이 지켜봐주시고 참여해주시면, 똘똘하게 잘 키운 영화제로 성장할 것을 약속드린다(웃음). 

▶ 본인 스스로가 한국을 대표하는 다큐 작가이기도 하다. 창작자로서의 계획은.
집행위원장 하는 동안에는 좀 바쁘겠지만, 언젠가 당연히 차기작을 만들 것이다. 구체적으로 정한 건 없지만, 내 안에 있는 낡은 것에서 벗어나 이전에 하지 않았던 것을 실험하고 싶다. 그러니 어떤 게 나올지는 나도 모른다.

 

벨라시타 잔디밭에서 진행된 야외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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