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뉴스 종합
몽골 고비사막 ‘고양의 숲’, 한국의 황사를 막는다<몽골 ‘고양의 숲’ 현장 취재> ‘고양의 숲 10년’ 무엇이 달라졌나
  • 방재현 기자
  • 승인 2019.11.15 10:12
  • 호수 1444
  • 댓글 2
돈드고비 어린이들이 힘을 모아 나무에 물을 주고 있다.
몽골에 100ha 고양의 숲 조성
사막화 방지의 성공적 모델 주목
도심 모래·먼지 유입 크게 줄고
주민들 숲과 나무의 중요성 인식
이제 주민 스스로 나무를 심는다
 
몽골 사막 한가운데 고양의 숲이 있단다.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지만 잘 그려지지 않았다. 그저 상상을 품고 몽골 사막을 밟았다. ‘고양의 숲’과 이 숲이 몽골 주민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더 가까이 살펴보기 위해 진행된 현장 취재는 상상을 현실로 포착하는 과정이었다. 고양의 숲은 숲이 품었던 꿈을 하나 둘씩 이루고 있었다. 머나먼 몽골 고비사막의 주민이 우리가 살고 있는 고양의 주민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는 사실이 온몸으로 느껴졌고, 국경을 넘은 연대를 체험할 수 있었다. 


[고양신문] 지난 2009년 5월 고양시와 몽골 돈드고비아이막(道)이 우호교류합의서를 체결하면서 올해까지 약 11년간 10개 조림지에 100ha 규모의 숲이 조성됐다. 일산서구 주엽1동의 크기가 97ha인 것을 감안하면 드넓은 고양의 숲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몽골 면적의 76.8%가 사막화지역이기 때문에 나무가 자라기에 굉장히 척박한 환경이다. 특히 돈드고비아이막은 연평균 강수량이 90㎜밖에 되지 않아 사막화의 피해가 극심한 지역 중 하나다. 처음엔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으로 시작했지만 11년차인 올해 숲 조성을 완료했다

100ha 규모의 고양의 숲이 구성된 모습. 제1조림지부터 제10조림지까지 매년 순차적으로 심었다.

100ha 규모의 고양의 숲이 조성된 이후 돈드고비아이막(道) 도청의 소재지인 사잉차강솜(郡)의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숲이 주민들의 삶에 스며들어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인식개선, 일자리창출, 수익모델 구축 등 다방면에 걸쳐 기존에 가지고 있던 문제들이 점차 해결되고 있다는 것은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이다.

고양의 숲을 관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주민들이 처음엔 왜 이곳에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나 의문을 가졌을 것이다. 잠깐 무언가를 하다가 가려나보다 생각했을 것”이라며 “사업이 시작된 지 10년이 넘은 현시점에선 주민들이 우리를 신뢰하며 자발적인 참여까지 이뤄지고 있다”고 자랑하듯 얘기한다.

간톨가(Gantulga) 돈드고비아이막 환경국장은 “고양의 숲(방풍림) 조성으로 도시로 유입되는 모래바람이 현저히 줄어들었다”며 “몽골의 사막도시인 돈드고비에 100헥타르(ha), 10만주의 나무를 보유한 숲이 생겼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라고 고양시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고양의숲 조림지에 비슬나무가 울창하게 자랐다.

고비사막  조성된 ‘고양의 숲’

고양의 숲은 몽골의 수도인 울란바토르 남쪽으로 276㎞ 떨어진 곳에 위치해있다. 차량으로 숲의 소재지까지 이동하는 동안 광활한 사막지대가 펼쳐졌다. 측면에선 양, 염소, 소, 낙타 등 가축들이 풀과 가지를 먹고 있었다. 유목생활을 이어가는 몽골인들에게 나무는 가축의 먹이나 베어야 할 대상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오랜 시간을 달려 돈드고비아이막(道) 사잉차강솜(郡)에 있는 고양의 숲에 도착했다. 시내에선 나무를 보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이곳에는 수많은 나무들이 즐비해있다. 연생에 따라 작게는 80㎝에서 크게는 5m가 넘는 나무까지 다양하다. 지금은 계절이 겨울로 바뀌는 시기이기 때문에 나뭇가지만 있다고 한다.

고양의 숲에서 현장을 담당하는 이보람 대리는 “11월은 겨울로 넘어가는 시기라 가지만 남아있다. 몽골은 매년 5월, 10월 둘째 주가 식목일이라 그때 나무를 심고 있다. 여름엔 가지에 잎사귀들이 가득해서 훨씬 더 보기 좋다”며 아쉬운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몽골 토지는 60%가 영구동토층으로 땅이 녹는 시기인 5월과 10월에만 나무를 심을 수 있다. 사막화, 강수량, 동토층 등 다양한 조건을 파악해 적합한 모종을 식재해야 한다. 고양의 숲에는 비술나무, 포플러, 버드나무와 유실수 등 생존력이 좋은 종들이 심어졌다. 현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나무의 생존율이다. 활동가들의 노력으로 항상 70%대의 생존율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올해에 조성된 10조림지(11ha)의 경우, 1만9000주의 나무 중 95%가 생존했다. 이는 사막에서도 나무가 자랄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나무를 심기 위해 구덩이를 파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의 모습.

숲, 주민의 삶을 변화시키다

고양의 숲 조성 이후 주목할 만한 것은 도시로 유입되는 모래가 적어졌다는 점이다. 조림지가 조성되기 전엔 외부에서 바람을 타고 온 모래가 도심과 담벼락에 쌓이는 현상이 잦았다. 하지만 2009년부터 조림지가 매년 늘어나면서 도심으로 유입되는 모래의 비율이 점점 낮아졌다. 미세먼지 농도도 낮아졌다.

고양의 숲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체르뗀발(60세)씨는 “10년 전에 완전 초원이어서 모래바람이 많아 집에 있는 울타리 높이의 절반쯤 모래가 쌓였다”며 “지금은 모래바람이 거의 없어져서 집 근처에 쌓인 모래를 치우는 일이 훨씬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런 효과 덕분인지 주민들의 인식 또한 크게 달라졌다. 나무는 가축의 먹이나 땔감이라고 생각해왔던 과거와 달리 이젠 나무를 심어야겠단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일부 주민은 집 앞에 나무를 심고자 관청에 묘목을 신청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더 큰 변화는 주민들에게 자발성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잠깐 진행하다 그만둘 것으로 예상했던 고양의 숲 사업이 10년 넘게 진행되는 모습을 보면서 주민들도 마음을 열었다. 이들의 자원봉사는 환경재해가 경감되고, 생태가 복원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주민들은 숲 조성으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를 통해 관청에 조림지를 추가로 구축하자는 의견을 냈다. 관청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요구에 순응해 새로운 조림지를 흔쾌히 허가했다고. 덕분에 주민들은 자연과 함께하는 쾌적한 도시를 만들 수 있게 됐다. 고양시의 사업모델은 돈드고비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행동을 이끌어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고양의 숲에서 일하는 주민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토마토와 피망을 수확하는 모습.

주민 34명 고양의 숲에 취업 

몽골에도 일자리를 찾기 위해 자신이 살던 지역을 떠나 대도시로 넘어가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지역인재들도 고향을 떠나 대도시로 넘어가는 게 일종의 관례처럼 진행된다. 고양의 숲 관계자들은 이런 점을 고려해 34명의 주민들을 숲 관리자로 채용했다.

고양의 숲에서 일하는 어뜸치멕(34세) 주민팀장은 “전문대학에서 산림학을 전공하고 운 좋게 바로 (숲에서) 일을 하게 됐다. 학교에서 산림과 관련된 실습을 진행하며 관련 경험을 쌓았다. 숲에서 업무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2015년부턴 주민공제회를 설립해 영농작물과 유실수 등의 판매를 통해 기금을 마련하고 있다. 기금의 용도는 앞으로 주민들이 정하게 될 거라고. 회칙에 따라 주민들이 운영하고 있다는 것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숲에는 방풍수목 이외에도 차차르간(비타민나무), 우흐린누드(블랙베리류) 등 소득을 낼 수 있는 유실수들이 식재돼있다.

고양의 숲 관계자들은 판매수익이 다시 주민들을 위해 쓰일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희망하는 주민에 한해서 작물을 심고 수확하는 등 임·농업 교육과정을 이수할 수 있도록 해 전문성 구축에도 힘을 쓰고 있다.

나무 덕분인지 지력이 좋아져 나무를 중심으로 풀이 무성하게 자랐다.

앞으로 고양의 숲은 어떻게 될까

2009년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2010년부터 10년간 계획했던 고양의 숲 조성사업이 올해로 마무리된다. 계약이 만료된 이후 3년간 고양시에서 고양의 숲 유지·보수에 들어간다.

고양의 숲 사업은 전국 지자체 최초로 진행된 동북아시아 사막화방지를 위한 사업이다. 전국에서도 손에 꼽히는 모범사례로 국제협력을 위해 직접 나섰다는 데 의의가 있다. 돈드고비아이막(道)는 원활한 이관 및 관리를 위해 자동화관수시스템을 구축했고, 올해로 광역상수도설치 공사까지 완료했다.

숲 관리를 대행하고 있는 ㈔푸른아시아 김종우 실장은 “환경문제는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니고 국제사회에서 돌아봐야하는 문제다. 고양시가 돈드고비에 조림지를 통해 방풍림과 지속가능 모델을 제시한 것은 굉장한 일이다. 이런 프로젝트가 꾸준히 진행된다면 한국의 황사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얻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고양시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운용 전 푸른도시사업소장은 “시가 지난 10년 동안 야심차게 추진해온 고양의 숲은 돈드고비 주민들의 가슴 속에 씨앗을 뿌리는 역할을 했다. 주민들이 스스로 나무를 심는 모습은 정말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고양의 숲이 고양호수공원과 같은 모습으로 변모하게 됐으면 좋겠다”고 숲에 대한 바람을 드러냈다.
 


 

방재현 기자  webmaster@mygoyang.com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2
전체보기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