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북부 장애인구강진료센터 유치를 위한 시민 토론회

경기도 장애인구강진료센터 한 곳
진료 받으려면 3~4개월 기다려야   
시설·인력·장비 갖춘 전문센터 필요   
“고양시는 진료센터 유치 최적지”

 

지난달 30일 이영아 고양신문 발행인의 사회로 진행된 경기북부 장애인구강진료센터 유치를 위한 시민 토론회에는 월요일 오전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약 50명의 시민들이 참석해 열띤 토론과 논의를 이어가며 고양시에 센터를 유치해야 하는 필요성을 제기하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고양신문] 장애인들과 그 가족들의 가장 큰 고충 중 하나가 치과진료다. 일반치과에서는 진료가 어렵기 때문에 전문 의료시설을 찾아야만 한다. 정부는 장애인 구강진료의 접근성을 높이고 소외된 장애인이 구강건강 증진을 위해 지난 2011년부터 권역별로 장애인구강진료센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경기북부에 장애인구강진료 센터를 유치하는 일은 고양은 물론 경기북부 전체의 장애인 가족을 위한 최소한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일이다. 

고양신문은 장애가 있는 시민들의 건강 형평성이 실현될 수 있도록 경기북부 장애인구강진료센터를 유치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30일 아람누리도서관 지하세미나실에서 경기북부 장애인구강진료센터 유치를 위한 시민 토론회에는 장애인과 학부모, 유관단체 관계자 등 50여명이 참석해 열띤 토론과 질의응답을 이어가며 구강진료센터 유치를 위한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장애인과 ‘함께 사는’ 시대 
‘생활 속의 치과 장애인 구강진료센터의 필요성’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나성식 스마일재단 명예이사장(치의학 박사)은 먼저 우리가 장애인을 ‘위해서’ 혹은 장애인에게 무엇인가를 ‘해주는’ 시대가 아니라 장애인과 ‘함께 사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인식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성식 스마일재단 명예이사장

 

나 박사는 “2019년 전국 대비 경기도 장애인 등록 집계 현황을 보면 경기도가 55만 명으로 21.2%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인구강진료센터가 경기남부인 용인시 죽전의 단국대치과병원 한 곳에만 있다”며 “거리가 먼 것은 둘째 치더라도 이미 포화상태여서 보통 3~4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 그 혜택을 받기가 너무 힘들다”면서 경기북부에 장애인구강진료센터를 설치해야 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전문 진료 받을 수 있는 인프라 절실
현재 국내에는 2019년 8월 개소한 중앙장애인구강진료센터와 광역시·도별로 13개의 권역별 장애인구강진료센터 등 총 14개의 센터가 설치돼 운영 중이다. 2011년 1992명이었던 진료환자수가 2017년 4만 1274명으로 20배 이상 늘어나는 것에서 보는 것처럼 센터가 확대됨에 따라 진료환자수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사실 구강건강과 관련해서는 이가 상하고 나서 치료받는 것이 당연히 필요하지만 그 전에 미리 정기적으로 예방적 검진과 조치로 치료 받을 필요가 없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병원, 부모님, 조력자 등의 인력과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는 “특히 행동조절이 어려운 장애인이 경우에는 전문 진료인력과 마취시설 등이 없으면 치과 치료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가까운 곳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관심·참여 필요 
나성식 박사는 이를 위한 선행조건으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 ▲아이를 정확히 알고 돌볼 수 있는 부모교육 ▲생후 3개월 이후부터 추적 관찰할 수 있는 어린이발달센터 설립 ▲전문성 있는 의료진과 차별화된 예방 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라현 ‘소동’ 대표

이어서 일본의 장애인 치과진료 전달 체계와 조기발견 검진체계, 인구 50만인 토요타시의 아동발달센터, 서울시장애인치과병원 등의 운영사례를 소개하며 “장애인을 위한 치과지료 구강보건 사업은 어느 누가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절대 아니고 중앙정부, 지자체, 보건소, 민간병원, 관련학회는 물론 지역기업, 부모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관심을 가지고 함께 행동해야 한다”며 “사회적 약자일 수밖에 없는 장애인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오늘 이 자리에 모인 분들이 먼저 힘을 모으면 좋겠다”는 말로 발제를 마무리했다. 

발제 후 이어진 토론과 참석자 질의응답 시간에는 현장의 생생한 사례를 들며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장애유형·발달과정에 맞는 의료 서비스 필요

최버들 지부장

첫 토론자로 나선 김라현 발달장애가족 자조모임 ‘소동’ 대표는 발달 장애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치과치료 경험담을 공유하며 “가까운 곳에 장애아의 특성을 이해하며 전문적인 치료뿐 아니라 발달 과정에 맞는 검진과 교육까지 아우르는 장애인 구강검진 시스템을 도입하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최버들 경기장애인부모연대 고양시지부장도 21년간 장애아 엄마로 살아오면서 이웃 장애아 부모들과 함께 겪고 있는 고통을 소개하며 장애인들이 서울의 대형 종합병원에서 치과진료를 하려면 최소 3개월에서 1년까지도 대기해야 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구강전문진료센터를 넘어 각 장애유형에 맞는 다양한 의료 서비스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광학 사과나무의료재단 연구단장

의료 현장에서 진료를 하고 있는 전문가로서 토론자로 나선 배광학 사과나무의료재단 연구단장은 “장애인 구강진료는 경험 부족과 숙련도의 문제로 의료사고 발생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위험할 수밖에 없다”며 “민간 병원 전문의에게 소명의식과 선의를 기대하는 것은 전혀 현실적이지 않음을 인정하고 반드시 전문시설·인력·장비를 구비한 구강진료센터를 만들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사과나무의료재단이 어떠한 일이던 가리지 않고 다 하겠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고양시 장애인 유입·정주율 높아 

김해련 고양시의원

이어진 토론에서는 김해련 고양시의원이 “고양시는 경기북부에서 인구수와 등록 장애인 수가 가장 많고 장애인 유입과 정주율이 높고, 장애인 유관기관과의 연계가 잘 되어 있어 장애인구강진료센터 유치에 최적의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고양시의회에서도 고양시와 유관 기관과 협조를 통해 센터 유치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민경선 경기도의원

민경선 경기도의원도 “경기북부 10개 시군의 350만 명 중에 고양·파주·김포 등에 200만 명에 육박하는 인구가 모여 있고, 고양시는 마취과 등 전문 의료진 유치와 주거여건도 좋은 만큼 고양시에 장애인구강진료센터를 유치하기 위해 모든 구성원들이 힘을 모으자”고 제안했다.

 

 

 

이날 토론회의 발제자, 토론자 및 참석자들이 토론회가 끝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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