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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전통농법 따라… “농사는 함께 지어야 제 맛”<인물 포커스> 이상린 찬우물농장 대표
  • 유경종 기자
  • 승인 2020.02.14 19:10
  • 호수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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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포커스> 이상린 찬우물농장 대표 

친환경 농법 지키는 ‘생명을 살리는 농사’
다양한 공동체 활동, 도시농사 재미 보태
관행농 모순 넘어 소농의 가치 고민  
“올해는 청년농부들과 소통하고파”  

 

[고양신문] 고양시하면 거대한 아파트단지가 먼저 떠오르지만, 사실 고양시는 주거단지 사이사이 논과 밭이 공존하는 도농복합도시다. 그런 까닭에 주말농장이나 텃밭농사를 짓는 ‘도시농부’들의 숫자도 점점 늘고 있다. 화정 아파트단지와 대장동 사이 너른 벌판 한쪽에 자리한 찬우물농장은 고양시를 대표하는 주말농장 중 하나다. 40여 명의 회원들이 친환경 유기농 원칙을 지키며 함께 농사를 짓고 있고, 다양한 공동체 활동으로 도시농업의 재미를 더한다는 명성이 자자하다. 

찬우물농장을 운영하는 이상린 대표는 성사동 국사봉 아래 찬우물(冷井)마을 출신이다. 화정 일대가 신도시로 개발되며 옛 마을은 사라졌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을 ‘찬우물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8년 전 3000여 평 농지에 주말농장을 시작하며 자연스레 이름을 ‘찬우물농장’이라고 지은 이유다. 기자가 찾아간 찬우물농장의 이랑마다 겨울잠에서 깨어나려는 흙의 기운이 촉촉했다. 새봄을 기다리는 농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찬우물 농장을 어떻게 시작했나.
2000년대까지 귀농귀촌 운동이 꾸준히 이어지다가 2010년을 전후해 ‘도시농부’라는 개념이 처음 사용됐다. 완전한 귀촌이 아닌, 도시인의 삶과 텃밭의 경험을 결합하자는 시도였다. 새롭게 시작된 ‘도시농부학교’ 과정을 수강하며 생명을 살리는 농사에 입문했다.
그 무렵 아버지가 남겨주신 땅에서 주말농장을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인근 아파트단지 입주자대표단에서 농장을 임대했다. 그런데 얼마 안 돼 농장이 온통 비닐쓰레기로 뒤덮였다. 엉망으로 망가져가는 땅을 보며 ‘제대로 된 친환경 주말농장’을 만들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찬우물이 고집하는 ‘제대로 된 농사’가 뭔가.
생태적 공존을 위해 화학비료를 안 쓰고, 농약을 안 치고, 비닐멀칭(흙 표면을 덮는 작업)을 하지 않는다. 대부분 도시농부학교에서 배운 기본 원칙들로, 좋은 줄은 다 알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웃음). 여기에 더해  조상 대대로 전해오는 전통농법을 따라 공동체 중심으로 농사를 짓고, 씨앗을 직접 받아 이듬해 심기도 한다. 생태농법으로 수확한 농작물은 크기는 작지만 맛과 영양은 훨씬 뛰어나다.

<사진제공=찬우물농장>

▶공동체 농사에 대해 좀 더 말해 달라.
농사는 여럿이서 함께 지어야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다. 무엇을 심을지, 일을 어떻게 할지를 함께 의논하고 땀도 함께 흘린다. 공동체 농사에도 몇 가지 종류가 있다. 작물 중심으로 공동체가 꾸려지기도 하고, 교육 프로그램이나 토종씨앗, 생협 사업 등의 특별한 주제로 모이기도 한다. 일 년 내내 다양한 공동체가 활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농사시기와 품목, 텃밭의 면적과 구성원을 조율하고 지원하는 게 농장지기의 역할이기도 하다.

▶농사공동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물은.
이것저것 다 해 본 결과 몇 가지 품목으로 좁혀졌다. 옥수수와 호박은 여럿이서 함께 지어야 가성비도 좋고 재미도 있다. 그밖에 계절에 따라 토란, 마늘, 양파도 꾸준히 심는다. 들깨농사도 함께 지어 들기름까지 짜고 마무리한다. 농사공동체가 잘 유지되려면, 노동의 불평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고추농사처럼 손이 많이 가는 품목을 공동체로 시도하면 망하는 지름길이다(웃음).

<사진제공=찬우물농장>

▶농사와 연계해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한다고 들었다.
4월에 시농제를 열고, 여름 하지감자데이를 준비해 한껏 올라온 기운을 잠시 다잡는다. 11월에는 수확제를 통해 한해의 수고를 마무리한다. 회원들의 자발적 모임으로는 텃밭학교와 찬우물밥상모임, 계절요리 등이 꾸준히 열린다. 또한 텃밭에서 배운 지혜를 인문적 시야로 확장하려는 찬스(찬우물스터티), 내 몸을 공부하는 뜸뜨기 등의 소모임도 있다. 그런가하면 수확한 농산물을 회원들끼리 나누기도 하고, 외부마켓을 통해 판매하기도 한다. 또한 지역의 도시농업활동단체나 작물공동체, 소비자단체 등과의 연대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사진제공=찬우물농장>

▶ 농사를 지으면 계절 변화에 대한 감각이 남다를 것 같다.
농부의 달력이 바로 절기다. 자본에 의해 구조화된 일상을 살아가다보면 절기에 대한 감각을 완전히 망각할 수밖에 없다. 그 잃어버린 감각을 농사가 회복시켜준다. 인간의 몸도 세상을 구성하는 자연의 일부 아닌가. 계절에 순응하는 절기공부는 곧 커다란 마음공부다.

▶유난히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봄 농사가 걱정되지는 않는지.
지구 온난화는 너무도 심각한 문제다. 그에 대한 대응 측면에서도 소규모로 다양한 작물을 키우는 도시농부의 장점이 증명된다. 단일한 품종을 대량 재배하는 관행농은 예측할 수 없는 기후변화를 맞아 하루아침에 한 철 농사가 망하기도 한다. 농사는 도박이 되고, 그 손실의 일부를 국민 세금으로 메워주는 말도 안 되는 구조다.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품종과 시기를 대처할 수 있는 소농이야말로 농업 위기의 대안이 아닐까.

▶고양시 도시농업을 평한다면.
거대한 소비시장과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이 가까이에 있으니, 여건은 최적이다. 하지만 도시농부들의 자생적인 역량을 응원하는 제도적 지원은 찾아보기 힘들다. 나아가 친환경농법으로 길러낸 건강한 농산물이 제대로 된 대우를 받으며 소비자들과 만날 수 있는 방식을 정책적으로 고민해주었으면 한다. 

▶찬우물표 농산물은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지 않나.      
농부들은 누구나 자신의 농산물에 대해 자부심이 있다. 특히 친환경농법을 하는 이들은 더 그렇다. 찬우물표 농산물이 친환경 농사를 짓는 다른 농장에 비해 특별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나는 찬우물 농사공동체 이야기들을 카페나 블로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을 활용해 꾸준히 기록하고 전달한다. ‘이야기’를 매개로 다른 이들과 소통하는 ‘관계 맺기’가 찬우물이라는 브랜드를 만든 게 아닌가 생각한다.  

설레는 마음으로 '찬우물농장'의 새봄을 기다리는 농장지기 이상린 대표.

▶본격적인 새해 농사를 시작하는 바람을 들려달라.
기존의 활동을 지속하며, 새롭게 청년들과 함께 농사를 지어볼 계획이다. 어느새 나이가 들어 기득권 세대가 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는데, 가진 것 없어도 당당한 삶을 열어가는 청년들의 새로운 가치와 삶의 방식을 배우고 싶다. 교만하지 않게 배움을 지속하자는 것은 농사가 가르쳐 준 지혜다. 농사에 있어서도 새로운 배움을 실천하고자 다른 협력농장의 공동체농사에도 참여한다. 거기서는 나도 아무런 권력 없는 일원에 불과하니까. 항심(恒心, 한결같은 마음)과 하심(下心, 낮아지는 마음)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게 삶의 모토다. 그 마음 없이는 행복한 농부가 될 수 없지 않은가.    

※ 찬우물농장 이야기는 네이버카페 ‘찬우물농장’(cafe.naver.com/coolwell/10)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사진제공=찬우물농장>

 

<사진제공=찬우물농장>

 

<사진제공=찬우물농장>

 

유경종 기자  duney78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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