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지민 고양시다문화청년네트워크 대표

오랜 다문화청소년과의 인연
군 생활 하는 동안도 이어가 
다양한 다문화청년 프로그램
“실질적 도움 되도록 할 것” 
 

 

김지민 고양시다문화청년네트워크 대표는 “탈북·다문화 청소년들과 우연히 인연을 맺고 도움을 주고받으며 느꼈던 작은 보람과 기쁨이 ‘운명’의 밑거름으로 작용한 것 같다”며 “‘운명이란 타고난 명을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라고 하는데, 이민자들에게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우리사회에 새로운 활력소도 제공할 수 있는 다문화청년플랫폼 구축을 위해 나 자신을 스스로 움직여가겠다”고 말했다.

 

[고양신문] 오랫동안 준비해왔던 외고 대신 명문 축구부가 있는 고교로 진학해 선수로 뛴 것도, 국내에서는 축구선진국에서 강조하는 창의적인 축구를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1년 만에 선수생활을 접은 것도 스스로 선택한 길이었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소위 ‘SKY’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ROTC로 군복무를 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다른 친구들처럼 높은 연봉을 받는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도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대학 다니는 내내 학비에 보태기 위해 한국장학재단에서 진행하는 다문화·탈북 가정 청소년의 멘토역할을 했던 것이 ‘운명’의 시작이었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아이들을 가르치며 수업을 하다보면 너무나 행복하고 제 자신이 힐링되는 느낌까지 들더군요.” 

운명은 타고난 명을 스스로 움직이는 것
대학 졸업 후 파주에서 장교로 군복무를 하면서 틈나는 대로 또 어떤 때는 휴가기간에도 이민자통합센터와 다문화대안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했다. 낯선 한국 땅에서 새 삶을 일구어 가고 있는 이민자와 아이들에게 더 좋은 교육을 하고 싶다는 욕심에 외국어로서의 한국어학 학사학위와 한국어교원2급자격증까지 취득했다. ​

“대학 다닐 때 멘토링 해주었던 탈북가정 출신 중학생이 외고에 진학했는데, 지난해에는 대학입시 준비를 도와주었던 선명애 양도 연대에 당당히 합격했어요. 그럴 때마다 느끼는 기쁨과 보람은 그 어떤 말로도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컸습니다. 그렇게 아이들과 함께 웃고 떠들며 지내면서 경기도에서 위탁받은 미래교육사업을 진행하면서 정신없이 지내다가 어느 날 문득 눈을 떠보니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더라고요. ‘운명이란 타고난 명을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라고 하는데, 이제부터는 정말 제대로 저 자신을 스스로 움직여봐야겠다고 결심하게 됐습니다.”

지난해 8월부터 국내 최초로 문을 연 다문화청년들의 소통·거점공간 고양시다문화청년네트워크를 이끌고 있는 김지민 대표는 올해 나이 27살이다. 하고 싶은 일도 또 할 수 있는 일도 무한한 말 그대로 ‘청년’이다. 이제 생긴 지 6개월도 채 안된 그 곳에서 그가 그려가고자 하는 그림은 무엇일까. 

 

지난해 8월 일산서구 덕이동로데오거리에 한가운데에 문을 연 고양시다문화청년네트워크는 국내에서는 최초로 생긴 다문화 청년들의 취업과 교육 그리고 소통과 문화교류를 위한 거점공간이다.

 

다양한 취업·교육·문화 프로그램 운영
고양시다문화청년네트워크는 우리 사회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청년들을 위한 취·창업 연계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외국인 청년들과 한국 청년들이 문화교류를 통해 소통할 수 있는 장이다. 고양시가 공간과 일자리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법무부도 이민자 사회통합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지난해 9월부터 법무부의 지역학습관으로서 약 40명의 다문화청년들에게 한국어, 한국문화, 한국사회의 이해, 비자변경에 필요한 교육이 진행됐다. 고양시의 다문화청년 취업을 위한 자기탐색과 노동시작분석 프로그램에 20명이 참가했고, 다문화청년과 한국청년을 1:1로 매칭하는 문화교류프로그램을 통해서는 청년들이 양국의 언어를 익히며 서로를 더 잘 이해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지난해 연말 몇몇 친구들에게 함께 일하자고 제안을 했는데 대학 동기 두 명이 올해부터 합류해 늘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짜내며 기획안과 제안서를 만들고, 또 발로 뛰며 안 가는 곳 없이 다니고 있어요. 두 친구는 일부러 일산에 집을 얻기까지 했을 정도로 함께 열심히 하고 있어서 천군만마를 얻은 것처럼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다문화청년 우리 사회의 활력소 될 것
고양시다문화청년네트워크의 올해 가장 큰 역점 사업은 ‘일자리학교’다. 관내 기업들과 사전 협의를 통해 현장에서 필요한 인력과 업무를 파악해 일정기간 동안 교육을 이수하고 나면 바로 해당기업에 취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태건비에프, 신일산아크릴 등 몇몇 기업과는 이미 협의가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 수를 더 늘려갈 계획이다. 

다문화가정 구성원들이 고양시로 들어오는 외국인 의료관광객의 통·번역이나 체류에 필요한 사항을 돕는 의료관광 코디네이터로 활동할 수 있는 방법 등 다양한 사업을 구상하고 또 모색 중이다. 

김지민 고양시다문화청년네트워크 대표

법무부의 이민자조기적응 프로그램과 이민자 사회통합프로그램도 계속해서 진행해 이민자가 우리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적응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도움을 주는 일도 쉼 없이 진행할 계획이다.

“앞으로 방방곡곡에 다문화청년네트워크가 생겨 전국의 다문화 청년들의 거점으로서 정보와 교육 그리고 소통의 장이 돼서 보다 질 높은 한국생활을 영위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포천에서 벤치마킹을 위해 저희를 찾아오기도 했어요. 제 전공인 경영학을 접목해 네트워크를 넘어 다문화청년플랫폼으로 승화시켜 그들이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하고 취업은 물론 국적 취득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어요. 그렇게 제대로 된 플랫폼을 구축한다면 이민자들에게 더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서 ‘늙어가는’ 우리 사회의 새로운 활력소로서의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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