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귀종의 경제칼럼>

[고양신문] 최근 불법 콜택시 영업 혐의로 검찰에 의해 기소된 ‘타다’가 1심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타다 이용자는 택시 승객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11인승 이상의 대형차라서 렌터카 회사가 알선해 준 운전자를 이용할 수 있는(직접 운전하지 않아도 되는) 초단기 렌터카 이용자라고 본 것이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법 해석이다. 그래서인지 판결문에는 “설령 불법이라고 하더라도 회사 대표의 고의성은 없었다”는 애매한 표현이 덧붙여졌다.

타다의 합법성 문제는 승차공유의 문제로 거슬러 올라간다. 승차공유의 문제란 비영업용 자가용이나 리스, 렌트 차량이 돈을 받고 여객(승차) 행위를 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비영업용 차량이 영업에 활용된다면 택시 면허 보유자는 불만을 가지게 된다. 국내법상 비영업용 차량과 리스, 렌터카의 유료 승차공유 행위는 원칙적으로 불법이다.

한편, 최근 플랫폼 사업은 면허 제도를 잠식하는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다. 예컨대 토스나 뱅크 샐러드 같은 플랫폼은 은행 면허 없이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헬스케어 플랫폼도 일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의사의 업무를 잠식하는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다.

플랫폼의 문제를 좀 더 살펴보자. 오늘날 많은 플랫폼들은 생산수단(또는 노동력과 자산)을 직접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생산수단을 보유한 공급자들을 통제한다. 예컨대 우버(Uber)는 자동차를 자산으로 갖고 있지 않은 승차공유 플랫폼이고, 에어비엔비(Airbnb)는 숙박 시설을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지 않은 숙박공유 플랫폼이다.

플랫폼 사업자가 소비자와 공급자 사이의 접점에 끼어들어 생산수단을 가진 공급자(기업)를 뒷전으로 밀어내고 소비자와 직접 상대할 수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규모의 경제 효과다. 플랫폼에 가입하는 소비자가 많아지면 공급자도 플랫폼에 모여든다. 그러면 공급자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소비자의 선택권과 편익이 증가한다. 둘째는 데이터 분석 효과다. 플랫폼 회사는 플랫폼에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하여 고객의 수요를 잘 찾아낸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하면 데이터 분석 능력은 더 커진다.

본래 공유경제는 생산수단이나 생산물을 수요자와 공급자가 공유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명분은 좋지만 현실적으로 공급자는 법으로 영업이 제한되거나 면허 제도의 제약을 받는 경우가 많다. 한편, 공유경제 플랫폼은 수요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공급자를 압박하는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다. 공급자는 대기업일 수도 있고 영세 자영업자일 수도 있으며 노동자를 포함한다. 노동자는 면허가 있는 변호사나 의사일 수도 있고 택시 운전사일 수도 있다. 물론 면허 없는 노동자가 훨씬 많다. 그리고 모든 노동자는 소비자이기도 하다.

다시 타다의 문제로 돌아가 보자. 이번 법원의 판결은 ‘11인승 이상 대형차의 경우 렌터카 회사 측에 속한 운전자가 고객을 승차시켜도 그 고객은 렌터카 이용자이지 승객이 아니다’는 논리다. 사실상 일부 렌터카의 승차공유 행위를 인정한 것이다. 향후 택시 면허 없는 운전자의 시장 진입이 늘어날 것이고, 이에 따라 택시 면허 보유자들이 반발하는 것도 불가피해 보인다. 택시 운전자는 사회적 약자이기도 하다.

앞으로 플랫폼 사업은 의료, 법률 등 전문 영역뿐 아니라 간병, 청소, 아기 돌보미 등으로 더 확산될 것이다. 면허 제도를 보호하자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 경제에서는 면허 취득자의 반발과 사회적 약자의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얘기다. 소비자 편익을 위해 어느 범위까지 플랫폼을 활용할 것인지, 공급자 중 사회적 약자는 어떻게, 어느 범위까지 보호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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