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인 인터뷰 – 리톤 리마패키지 대표
여행 왔다가 한국에 정착
능력 인정받아 관리자까지
1800만원으로 창업 나서
“땀·신뢰가 성장의 자산”

[고양신문] “분명히 비행기에서 내렸는데 내가 서 있는 이곳이 하늘인지 땅인지 헷갈릴 정도였어요. 온 세상이 새하얀 눈으로 덮여 있던 그날의 감동은 제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하얀 눈과 함께 시작된 한국‘사랑’
방송인 김제동은 ‘사랑이 아름다운 이유는 기억을 추억으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방글라데시 출신인 리톤 리마패키지 대표가 30여 년 전 어느 겨울날 한국 땅에 첫발을 내딛던 순간을 ‘추억’으로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는 것은 그날의 느낌이 ‘사랑’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원래는 홍콩과 태국을 거쳐 한국에 관광 비자로 들어와 잠시 여행을 하다가 돌아가려 했다. 그런데 한국에서 알바로 시작해 직장으로, 나중에는 견실한 기업의 관리자로 일하며 적지 않은 월급을 받을 만큼 능력도 인정받았다. 자신보다 한참이나 키가 크고 아름다운 한국인 여자와 결혼도 했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예쁜 딸까지 얻었다.
20년 만에 회사 차려 독립
마침내 자신만의 사업체를 차려 25명의 직원을 고용할 정도로 어엿한 기업의 대표도 됐다. 인터뷰 하는 중에도 거래처 사람들은 쉴 새 없이 전화를 해왔고, 사전 약속도 없이 회사로 찾아와 급히 업무 이야기를 나누다 가기도 했다.
리톤 대표의 아내인 김미숙 실장은 “오전은 특히 더 바빠요. 남편의 성실함을 믿고 일을 맡겨 주시는 분들이 많아서죠. 직장에서 나와 회사를 창업한 지 올해가 딱 10년째 되는 해인데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지 않았나 싶습니다”라고 작은 안도의 숨을 쉬며 말했다.
각종 박스생산 전문기업
리마패키지는 종이 쇼핑백을 포함해 화장품, 초콜릿 등을 담을 각종 제품 박스, 홍삼, 비타민 같은 건강식품을 담을 패키지 박스, 자신의 팬들에게 줄 목적으로 만드는 연예인들의 선물 박스 등 이 세상에 필요한 박스란 박스는 모두 만들어 낸다.
전세를 월세로 옮겨 1800만원으로 회사를 차렸다. 창업 초기 회사가 연착륙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인기 절정이던 걸그룹 소녀시대 관련 제품을 대량으로 제작했기 때문이다. 두 달 동안 밤낮없이 쉬지 않고 일만했다. 자신을 믿고 ‘일해 가면서 조금씩 갚으라’며 선뜻 고가의 기계를 내주며 창업에 힘을 보태준 장비업체 사장님에게 결제도 할 수 있었다.
자동화 설비에도 10억 투자
“오늘의 리마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땀과 신뢰 두 가지 아닐까 싶어요. 우린 정말 휴가, 명절, 일요일, 공휴일도 없이 정말 열심히 했어요. 직원들도 특근 수당을 받을 수 있으니까 다들 좋아 했고요. 그러다 보니 리마에 맡기면 틀림없이 납기를 맞춘다는 신뢰가 자연스레 쌓이게 된 것 같습니다.”

장항동에 수많은 업체가 있을 텐데 몇 위 정도 되냐는 질문에 “아마 리마패키지와 같은 업을 하는 곳이 한 30개는 넘을 텐데 리마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고 봐야죠”라고 잠시 들렀던 거래처 담당자가 대신해서 대답을 툭 던지고 나간다. 한 대에 몇 억씩 나가는 자동화 기계를 구축하는 데 들인 금액만 10억원이 넘는다. 자동화로 인해 직원수는 17명으로 줄었지만 리톤 대표는 자동화 기계도 또 라인에서 일하는 사람도 모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둘이 잘 조화를 이루어야 최고 품질의 제품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포장문화 고급화로 성장 가능성 높아
리마라는 이름은 원래 그의 딸 이름이다. ‘하늘에서 주신 선물’이라는 뜻이란다. 리톤 대표는 한국에서의 삶 자체가 하늘에서 내려주신 선물이라고 믿고 산다. 30년 가까운 한국에서의 삶 대부분을 고양시에서 보냈기에 고양이 이제 자신의 고향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한국의 청년들은 깨끗하게 차려진 직장만 너무 고집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 회사 직원 17명중 딱 2명만 한국 사람인데, 보통 젊은 사람들은 한 달만 일하고 나면 다들 그만둬요. 그런데 사실 우리 업종은 성장과 발전의 기회가 많습니다. 요즘은 제품의 질이 웬만하면 거의 비슷해요. 그러다보니 포장이 더 중요해졌고 고급화되는 추세입니다. 제가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굉장히 큰 분야라고 생각하고 끊임없이 자동화 설비에 투자하고 하루하루 즐겁고 신나게 열심히 일하는 이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