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수 고양시농아인협회장·고양시수어통역센터장

농아인 사회인식 나아졌으나
시각적 전달시스템부족 아쉬워
고양농아인 5천명, 회원 160명
“자유로운 바깥활동 도울 것” 

 

거룩한빛광성교회 안수집사이기도 한 김창수 회장은 “힘든 시기마다 신앙의 힘으로 버티고 이겨내왔다”며 “협회와 센터는 청각·언어장애로 불편함을 겪는 분들에게 언제나 활짝 열려있으니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능동적으로 세상과 함께 어울리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양신문] 매일 오전과 오후에 생중계로 진행되는 정부의 코로나19 현황 브리핑을 볼 때마다 늘 김창수 고양시농아인협회장이 떠올랐다. 브리핑을 진행하는 공무원 옆에서 수어로 그 내용을 전하기 위해 분주한 수어통역사 때문이었다. 진작부터 올해 초에 한번 만나자고 약속해놓고도 서로 바빠서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줄이기 위해 벌이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 덕분에 김 회장의 외부활동이 줄어들면서 마침내 11일 마주 앉을 수 있었다. 

 

JTBC방송 갈무리

 

농아라는 말이 익숙하진 않다.  
농아(聾啞)의 사전적 의미는 귀가 들리지 않아 언어 장애인이 된 경우를 말한다. 유전적 요인 혹은 태어나면서 귓속이 손상돼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선천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뇌막염·성홍열 등으로 인해 3~4세 이후 청각을 잃어 그때까지 배운 말을 잊어버리면서 된 후천적인 경우도 있다. 

시골에 살다보니 나 역시 세 살 때 발생했던 열병을 제때 치료하지 못해 후천적 농아가 됐다. 사실 요즘은 의료 환경이 좋아져서 그런 경우보다는 오히려 고령화로 인한 노인성 난청인들이 늘어가는 추세다.  

농아인에 대한 사회 인식이 개선됐다고 느끼나.
‘귀머거리’라는 비하적인 말을 일상적으로 쓰던 예전에 비하면 많이 나아지긴 한 것이 사실이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특히 지하철, 버스, 대형마트, 극장 같은 공공시설에조차 중요한 안내가 음성으로만 진행되다보니 우리처럼 듣지 못하는 사람이 느끼는 불편함은 겪어보지 않고는 상상하기 힘들 것이다. 시각적 안내 메시지 전달 시스템을 늘려서 농아인들이 불이익을 덜 받도록 했으면 좋겠다. 

 

 

협회장을 맡게 된 계기는.
고양시에 이사 오면서 바로 협회에 가입해 10여 년 동안 이사로 활동했다. 꾸준히 활동하는 모습을 좋게 봐준 여러 회원들의 추천과 응원에 힘입어 2017년부터 회장을 맡게 됐다. 

고양시농아인협회를 소개하면.
고양시농아인협회의 공식 명칭은 한국농아인협회경기도협회 고양시지회다. 농아복지와 관련된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면서 농아인의 재활과 자립을 도모하고 사회참여를 늘리기 위해 1998년에 설립됐다. 

고양시에 등록된 농아인이 5000명이 넘는데 아직 회원숫자가 160여 명에 불과하다. 외부로 노출되는 것을 싫어하는 장애인의 특성 때문 아닌가 싶다. 더 많은 분들이 자유롭게 밖으로 나와서 함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펼쳐가려고 한다. 

 

 


  
생각보다 협회 활동이 많다. 
협회의 가장 주된 일은 농인, 청각장애인, 난청인, 언어장애들의 복지증진과 권익향상을 도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글자막 영화관람, 수어문화제, 여행, 체육대회, 요가, 볼링, 생활공예, 원예·제빵교실 등 다양한 문화생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수어교육, 문해교육, 여성역량강화 등 사회화 교육을 통해 회원들의 사회 적응도 적극적으로 돕는다. 

고양시 관내 장애인종합복지관, 장애인체육회, 원당종합사회복지관, 킨텍스, 현대모터스튜디오, 한화아쿠아리움 등 기관이나 시설들과 함께하는 연계 프로그램도 점차적으로 늘려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리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수어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사랑의 수어교실을 열어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열심히 수어를 배운 고양시의회 수어동아리가 지난해 경기도수어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해 감사하기도 하고 보람도 무척이나 크다.    

 

 

고양시수어통역센터도 운영 중인데.
2002년 개소한 장애인복지시설로 의사소통에 지장이 있는 청각언어장애인에 대한 수어통역 및 상담서비스를 제공해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하는 데 불편함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교육이나 행사 시 통역을 해주고 필요시 출장 통역 서비스를 제공한다. 2019년 한 해 동안 통역한 실적을 연인원으로 치면 1만6000명이 넘는다. 센터의 통역사들이 정말 헌신적으로 일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 아닌가 싶다. 센터에 영상전화도 설치돼 있어 필요한 사람은 언제든 이용할 수 있다.  

김창수 고양시농아인협회장

운영상 어려운 점과 당부의 말이 있다면.
우선 고양시에 청각장애인의 쉼터 하나쯤은 있으면 좋겠다. 지금은 유일하게 의정부에 경기북부농아노인센터만 있는데 접근성이 너무 떨어져서 이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인력 문제다. 협회장을 맡은 이후 농아인들이 복지 서비스의 수혜자로서만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능동적 주체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기본방향으로 설정하고 직원들과 일치단결해 일을 해왔다. 

협회와 센터가 서로 협업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소수의 인력으로 일을 진행하려다보니 힘에 부치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고양시 인구가 늘고 그에 따라 청각언어장애인들도 늘어나다 보니 통역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점점 커지고 있어서 우선적으로 수어통역사를 좀 더 늘릴 수 있으면 좋겠다.      

■ 한국농아인협회경기도협회 고양시지회 / 고양시수어통역센터
주소 : 고양시 일산서구 일현로 97-11 두산위브더제니스 공공시설 3층
전화 : 031-968-0792
영상전화 : 070-7947-0194
다음카페 : cafe.daum.net/gydeaf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