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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도 공연도 ‘고사 직전’… 문화예술산업 뿌리가 휘청인다코로나19 시름 앓는 지역사회(2) 통계조차 잡히지 않는 사각지대, 문화예술인
  • 유경종 기자
  • 승인 2020.03.27 18:55
  • 호수 1462
  • 댓글 3
■ 문화예술계 긴급 좌담
참석자 : 강윤선 무용가, 장현 가야금연주자, 손덕기 공연기획자, 장동찬 영화감독, 루이스초이 팝페라가수

 

관심 우선순위 밀린 문화예술계
‘전반기 매출 ZERO’ 직격탄
고양시, 문화예술 종사자의 도시

문화예술은 글로벌시대 산업자본
더 늦기 전에 맞춤형 지원 필요

 


[고양신문] 코로나19 사태가 3개월째 이어지며 장기적 경기침체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고양신문은 지난호부터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지역사회의 경제적 충격을 분야별로 점검하고 있다. 이번주에는 공연·전시·교육 등 대부분의 활동이 전면 중지되 경제활동 자체가 실종된 문화예술인들을 주엽동 한양문고에서 만났다.
고양시는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이 가장 많이 사는 도시 중 하나다. 하지만 개인의 창작활동을 중시하는 특성상 권익보호를 위해 조직을 결성하거나 단체행동에 나서는 경우가 많지 않다.
고양시에 거주하는 문화예술인 5명을 함께 만나 현장이 처한 상황과 함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예상되는 파장, 그리고 정부와 지자체에 바라는 정책 대안을 들어봤다. 영화, 뮤지컬, 공연기획, 무용, 국악 등 각각의 장르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진단하는 문화예술계의 현 상황은 한마디로 ‘고사 직전’이었다.
 

예술분야별로 실제로 어떤 어려움에 처해 있는지, 스스로 체감하는 현실을 들려 달라.

장동찬 영화감독.

▶장동찬(이하 장) : 영화 산업 자체가 전멸이다. 주말 금·토·일 영화관을 찾는 숫자가 평균 120만 명 정도 됐는데, 지난주에 보니 5만 명도 안 되더라. 이쯤 되면 50억~100억 원을 들여 영화 한 편 만드는 제작사는 줄줄이 도산하게 생겼다.
영화는 시간과 인력이 결합돼 만들어지는 복합상품이라 투자부터 제작, 후반작업, 배급, 상영까지 단계별로 유기적인 협업과 공정이 물 흐르듯 진행돼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앞선 영화가 망가지면 뒤따르는 영화들도 파장이 크다. 올해 뿐 아니라 내년 개봉을 목표로 만드는 영화들도 완성 여부가 우려되는 이유다. 고양시에는 관련산업까지 포함해 약 7000명의 영화인들이 산다고 추산하는데, 이들의 생계가 심히 걱정된다.

▶루이스초이(이하 루) : 제 경우는 1월부터 6월까지, 전반기에 기획된 공연이 다 무산됐다. 이후에도 정상적인 공연이 과연 기획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클래식 성악 전공자의 주요 수입원인 레슨도 거의 중지됐다. 바쁘게 무대에 섰던 성악가와 뮤지컬 배우들이 택배박스를 나르는 등 알바 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익숙하지 않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일자리마다 사람이 몰려 경쟁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이러다가 정말 공연산업 자체가 무너지는 게 아닐까 우려된다. 사실 공연기획사도, 출연진도 경기상황 변동에 무척 취약하다. 기획사는 출연진에게 개런티를 계약금, 중도금, 잔금 등 3단계로 나눠 지급하는데, 코로나 사태로 중간에 공연이 취소되며 중도금과 잔금을 못 받게 돼도 체불임금을 요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몇 달 준비한 공연이 막을 올려보지도 못하고 취소되면, 두어 달 전 받은 계약금을 돌려달라는 요구를 받기도 한다. 이미 생활비로 쓴 돈을 토해내야 하다니, 회사도 출연자도 딱한 처지다.

 

영화 관객수 24분의 1로 감소
공연 모두 취소되며 생계 막막
강의·개인레슨도 모두 '올스톱'

손덕기 공연기획자.

▶손덕기(이하 손) : 봄과 함께 기획공연이 시작되고, 2월부터 신입생 오티가 시작되며 공연의뢰가 들어온다. 그런데 올해는 미동도 없다. 명맥을 잇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자체 기획공연을 올리고 싶지만, 사회적으로 곱지 않은 시선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한 마디로 올해 상반기는 수입이 제로다.

▶강윤선(이하 강) : 무용을 전공한 젊은 제자들은 순수예술 공연과 함께 지역의 크고 작은 무대의 틈새공연 출연료로 생계를 유지하고 등록금도 번다. 그런데 현재는 그런 공연 자체가 아예 없어졌다. 대학이나 학원에서 강사로 일하는 친구들도 수업이 없으니 월급이 안 나온다. 예술가들은 주머니는 가벼워도 자부심으로 사는 존재인데, 절대 빈곤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장현(이하 현) : 내가 바로 틈새공연으로 먹고 사는 사람이다(웃음). 그런데 올해는 설이나 대보름 명절 특수도 건너뛰었고, 3월 봄 축제부터 다 취소돼 설 무대가 없다. 레슨과 학원을 생업으로 삼고 있는 예술인들은 실직자가 되기 일보 직전이다. 슬픈 이야기지만, 30대 후반인 내가 얼마 전 강릉 고향집에 가서 부모님께 용돈을 받아 왔다.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대책은 어떤가.

강윤선 무용가.

▶강 : 문화예술인을 위한 별도의 지원정책이나 창구가 있으면 좋겠다. 지금은 문화예술인도 일반 소상공인 지원 프로그램에 신청을 해야 하는데 굉장히 불편하다. 특히 예술인들은 서류를 쓰거나 자료를 증빙하는 일이 무척 서툴러 소상공인 지원정책이 그림의 떡이다.

▶손 : 문체부에서 코로나가 종식되고 공연을 열면 관객 1인당 8000원씩 지원해주겠다고 밝혔다. 또한 신용등급에 이상이 없는 예술인에게 공연 제작비를 지원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다. 문화예술인들이 얼마나 힘들고, 당장 뭘 원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탁상 지원책이다.

▶장 : 이자가 낮은 대출을 받으려면 서류를 내야 하는데, 종류가 무려 10여 가지가 된다. 스스로의 경력을 입증하고, 현재 얼마나 어려운지, 그러면서도 상환 능력이 있는지를 문화예술인 스스로가 입증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태가 나기 전에 문화예술인이 어떻게 사는지 전수조사를 했어야 한다. 개인별로 종사 경력과 창작 실적, 소득을 조사한 데이터베이스를 정부 주관부처가 가지고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적절히 대책을 내세울 수 있었을 것이다.

 

루이스초이 팝페가 가수.

서류 서툴러 소상공인지원 그림의 떡
사후 수습책 아닌 당장의 대책 절실
체계적인 전수 조사와 DB 바탕으로
‘문화예술 창작 기본소득’ 도입해야


▶손 : 
전적으로 동감한다. 프랑스의 경우 경력과 활동이 입증된 문화예술인에 대해 일정한 생계비용을 지원한다. 일종의 문화예술 창작 기본소득인 셈이다. 시민들의 삶의 질과 사회의 품격을 위해서는 적절한 숫자의 문화예술인이 꼭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예술인들은 각자도생의 경쟁사회에서는 버티기 힘든 존재들이다.

▶강 : 앞서 말한 문화예술인 기본소득이 시행되려면 결국 선택과 집중의 지혜가 필요하다. 깊이 있는 전문가와 대중적 동아리 활동은 서로 구분해서 육성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현재는 프로와 아마추어를 뒤섞어버리는 일이 허다하다.

 

산업적 측면에서 새로운 변신을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어떤 아이디어가 있을까.

▶장 : 우리나라는 인터넷 환경 최강국이다. 문화예술인 배출비율도 일본에 비해 두 배 이상 높다. 이 둘을 결합해 사이버 예술공간을 구축하면 어떨까. 가상공간에 공연장이 있고, 문화예술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이곳에서 관객들은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양질의 공연이나 연주를 감상하는 것이다. 지금과 같이 대면접촉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수요가 더욱 늘 것이다. 특히 고양시는 이러한 혁신 사업 모델을 시작할만한 최적의 도시다.

장현 가야금 연주자.

▶현 : 고양시 문화예술인들에 의해 기획됐다가 코로나로 인해 무산된 공연을 시가 적정한 예산을 투자해 구매했으면 좋겠다. 영상으로 녹화해 저작권을 시가 갖는 것이다. 이를 기업 홍보 등과 결합해 시민들에게 공개하면 어떨까. 예술인들은 최소한의 제작비를 건지고, 시는 문화예술 콘텐츠를 확보하고, 시민들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지루한 시간에 예술공연 선물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루 : 예술인들의 특성이 사회 돌아가는 것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바보처럼 문화예술만 좋아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제는 문화예술 교육에도 ‘현실에서 살아남는 법’을 알려주는 수업이 꼭 들어가야 할 것 같다. 우리가 사랑하는 예술로 사회와 만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고 배워야 한다는 말이다.

 

고양시가 ‘사이버 예술타운’ 최적지
무산된 공연 시가 구매하면 ‘윈윈’
“찾아가는 공연서비스 시도할 것”

▶손 : 나 같은 경우는 끝까지 현장 무대를 지키기 위해 버텨볼 생각이다. 코로나가 잦아들어도 대규모로 사람이 모이는 것은 한동안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작은 규모가 모인 곳으로 공연예술이 찾아가는 수밖에 없다. 요기요나 배달의민족처럼, 공연계의 배달 서비스를 시도해보려 한다.

▶장 : 우리민족은 대대로 문화를 즐기고 향유해온 민족이다. 창조능력도 세계 최고다. 척박한 토양에서도 싸이, BTS, 봉준호가 나오지 않나. 분명 문화가 국제경쟁력과 산업자본이 되는 시대다. 코로나 사태를 맞아 문화예술의 밑바닥이 붕괴되지 않도록, 시급한 지원정책과 함께,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문화예술 육성 정책이 설계되기를 기대해보자.


 

유경종 기자  duney78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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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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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이슬 2020-04-02 09:47:00

    기사의견을 등록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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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엽동 주민 2020-03-27 20:43:36

      문화예술인은 자존심으로 사는 존재라는 말이 와닿습니다.
      그 자존심이 무너지지 않도록 최소한의 지원정책이 마련되기를 청원합니다.
      응원하는 시민들이 많습니다.
      고양시 예술인 여러분 힘내세요~!   삭제

      • 이영순 2020-03-27 19:42:47

        극 공감 되네요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몇을 제외한
        많은 예술기들은 단순 기술직보다도 더 수입이
        적은 실정입니다 그 많은 시간의 피나는 연습과 끊임없는 자기 계발에도 소위 인기없는
        90%의 예술인들은 일용직이나 다름 없는것 같아요 너무 슬픈 외면할수 없는 현실이네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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