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후보자별 슬로건 돌아보기

핵심전략·차별화 짧은 카피에 담아
선거구마다 다른 양상 ‘관전 재미’

[고양신문] 정치인이 선택하는 한 줄 슬로건에는 많은 의미가 담긴다. 후보 본인의 정체성과 선거전략, 나아가 그가 꿈꾸는 세상의 모습을 담아내기도 한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슬로건은 ‘국민여러분, 성공하세요’, 박근혜 대통령은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 문재인 대통령은 ‘나라를 나라답게’ 였다. 지금 시점에서 되돌아봐도 당시의 정세는 물론, 각각의 향후 정치 행보와도 부합하지 않는가.
슬로건은 우선 자신의 핵심 전략을 담아야 한다. 동시에 경쟁상대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킬 수 있으면 금상첨화다. 4·15총선에 나서는 고양시 4개 선거구 후보자들의 슬로건은 각양각색이다. 스스로의 빛나는 경력을 앞세운 후보가 있는가 하면, 상대 후보의 약점을 찌르는 후보도 있다. 모든 슬로건이 공통적으로 겨냥하는 종착점은 당연히 유권자의 표심이다. 후보자들의 슬로건을 비교해 보는 것도 총선을 관전하는 재미 중 하나다. 유권자의 표심을 두드릴 한 줄은 어떤 문장일까.
슬로건은 우선 자신의 핵심 전략을 담아야 한다. 동시에 경쟁상대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킬 수 있으면 금상첨화다. 4·15총선에 나서는 고양시 4개 선거구 후보자들의 슬로건은 각양각색이다.


▲ 고양갑의 화두는 ‘변화’

고양갑 선거구 세 후보는 모두 변화를 이야기했다. 일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발이 지체된 덕양구 유권자들의 갈증을 겨냥하지 않을 수 없었을 터. 하지만 방점은 각각 다르다. 민주당 문명순 후보는 ‘사람을 바꾸면 덕양이 바뀐다’ 면서 선수교체를 해법으로 내세웠다. 통합당 이경환 후보 역시 ‘4월 15일 덕양이 바뀝니다’ 라며 유권자의 새로운 선택이 덕양구 변화의 출발점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반면 지역에서 내리 당선된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슬로건은 ‘덕양은 변화 중’ 이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고, 그 변화를 시작한 본인이 마무리까지 책임지겠다는 메시지를 짧은 문장 속에 담아낸 것이다.


▲ 고양을 ‘나는 당신들과 달라’

반면 덕양을 선거구의 슬로건에서는 특별한 교집합이 감지되지 않는다. 가장 많은 후보가 등장했지만, 확실한 이슈가 없는 선거구의 특성이 각양각색의 슬로건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쟁점의 진공지대에서는 아무래도 개인기에 집중하게 마련. 민주당 한준호 후보는 ‘고양의 목소리가 되겠습니다’ 라며 아나운서 출신 이력을 적절히 활용한 슬로건을 내세웠다. 이에 맞서 통합당 함경우 후보는 ‘이번에는 경우가 다릅니다’ 라며 재미있는 아재개그 코드 슬로건으로 응수했다.
정의당 박원석 후보는 ‘해 본 사람은 다르다’ 를 통해 출마자 중 유일하게 19대 국회에서 금배지를 달아본 본인의 경력을 부각시켰다. ‘진보대표 송영주’를 내세운 민중당 송영주 후보는 범 진보진영으로 분류되는 민주·정의·민중당이 모두 출사표를 던진 상황에서 본인이 가장 선명한 정체성을 담보하고 있다고 말한다.
 

▲ 고양병, 패기냐 관록이냐

양강 구도로 치러지는 고양병 선거구는 두 후보의 전략이 상반된다. 민주당 홍정민 후보는 ‘달라진다 빨라진다 강해진다’ 라는 간결하면서도 점층적인 슬로건을 통해 스타트업 경제전문가이자 정치신인으로서의 역동성을 전하고자 했다. 반면 4선 경력의 통합당 김영환 후보의 슬로건은 ‘일산의 자존심을 세울 진짜 강적’ 이다. 일산주민의 자존심이 무너졌다는 진단과, 그 자존심을 다시 세우려면 싸울 줄 아는 중견 정치인을 선택해 달라는 요청을 동시에 어필했다.


▲ 고양정, 미묘한 싸움의 기술

고양정 선거구에 나서는 거대양당 후보의 전략도 사뭇 다르다. 혁신기업CEO 출신으로 민주당에 영입된 이용우 후보는 ‘카카오뱅크의 혁신을 일산에서’ 를 내세웠다. 상대 후보와의 전면전보다는 본인의 장점과 능력을 부각하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반면 3기신도시 철회를 일관되게 통합당 김현아 후보는 ‘좋은 정책으로 나쁜 정치를 이기겠습니다’ 라는 슬로건을 통해 분명한 대립전선을 세웠다. 승패에 상관없이 새로운 의제를 던지려는 슬로건도 눈에 띈다. 신생정당인 기본소득당 소속으로 출사표를 던진 신지혜 후보는 ‘집 없는 당신도 행복한 정치’ 를 내걸었다. 주거문제로 대표되는 민생고를 혁신적 세수와 공정한 분배를 통해 해결하자고 제안하는 기본소득당의 정체성을 요약한 슬로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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